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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 공모가' 잡겠단 IPO대책, 제대로된 처방전일까? 

  • 2022.12.19(월) 16:40

"사전 수요조사 기관참여율 높지 않을 것" 우려 
가격변동폭 확대…일부선 '잘못된 처방' 지적

금융당국이 IPO(기업공개) 시장에 대한 건전성 강화 방안을 내놨다. 기관투자자의 '뻥튀기 청약(허수성 청약)을 막고자 실제 납입능력을 확인해 물량을 배정하고, 사전 수요조사 등을 통해 적정한 공모가를 찾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상장일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되고 장중 상한가 도달)으로 인한 거래절벽을 막고자 상장 당일 가격변동폭을 60~400%로 확대하는 방안도 시행한다. ▷관련기사:'허수청약' 제동...납입능력 확인후 공모주 배정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관의 납입 능력을 확인해 공모주 물량을 배정하면 공모주 가격을 왜곡해 시장에 버블을 만드는 허수성 청약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기관투자자의 참여나 관심이 낮아 사전 수요조사에 대한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또 상장 당일 가격변동폭을 넓힌 것과 관련해 일부선 침체한 IPO 시장에 자칫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잘못된 처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전 수요조사…기관투자자 현실 반영 안돼 

금융위원회는 그동안 공모가에 대한 시장수요 확인이 어려워 적정 공모가밴드 설정이 어려웠고 청약 단계에서 기관투자자들이 실제 수요를 뛰어넘는 허수성 청약으로 과당경쟁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증권신고서 제출 전 기관투자자 대상 사전 수요조사를 허용하기로 하고 '코너스톤투자자 제도' 도입과 연계해 주관사가 이를 기반으로 적정한 공모가 범위를 평가·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전 수요조사 허용이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관투자자들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공모주에 투자하는 펀드 등 기관들은 마감 시기에 임박해 투자에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수요예측 기간이 늘어난다고 해도 그동안의 관행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사전 수요조사에 참여하는 기관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사전수요조사가 실익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시총 5000억원이 넘는 회사라면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겠지만 실상 IPO 시장에서 이런 기업들은 많지 않고 대부분 규모가 작다"며 "기관투자자들이 규모가 작은 IPO 기업의 사전 수요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수요예측 전 주관사 IPO 담당 실무자와 기관이 어느정도 의사소통을 통해 수요예측 흥행을 예측하기 때문에 이미 사전 수요조사를 하는 것과 다름없어 의미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아울러 현재도 수요예측 단계에서 공모가 밴드의 상·하단을 넘어선 구간에서의 가격 확정이 가능한만큼 이전 방식과 비교해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사전 수요조사는 공모가밴드 설정을 위한 일환으로 지금까지 해외사례나 국내 유사사례로 설정해 왔던 공모가 밴드를 투자자들의 직접적인 의향을 반영해 산정한다는 것으로 공모가밴드의 적정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코너스톤투자자 제도…형평성 문제 제기

정부가 사전 수요조사와 함께 도입하려는 '코너스톤투자자 제도'와 관련해서도 기관투자자 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너스톤투자자 제도는 증권신고서 제출 전 일부 기관투자자에게 사전 청약할 수 있는 혜택을 주되 의무보유확약 기간을 정해 장기투자를 유도하려는 방법이다. 공모주에 투자하는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 기간을 늘리겠다는 당국의 의중과도 일맥상통한다. 

업계에서는 제도 도입 시 공모가를 산정할 때 적정가격을 이끌어 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대부분 규모가 큰 기관투자자에게만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와 기관투자자 간 신뢰가 가장 중요한 문제겠지만 아무래도 중소형 기관투자자들에게는 기회가 가지 않을 것"이라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만큼 제도를 어떻게 잘 연착륙시키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장당일 가격변동폭 확대…일부선 잘못된 처방 지적

상장당일 가격변동폭을 기존 시초가 90~200%와 장중 ±30% 이내에서 60~400%로 확대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업계 내에서 의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투자심리 과열이나 투기적인 베팅 등으로 가격폭등을 유발하거나, 지금과 같이 IPO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보고 투자하는 공모주 시장에 대한 인식이 무너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IPO 업무를 담당하는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가격변동폭을 크게 늘리는 것은 시점이 좋지 않다고 본다"며 "따상, 따따상이란 말은 작년과 올해초를 빼면 지난 10년간 찾아보기 힘든 일로 이는 제도적으로 균형적인 가격발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과잉유동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잉유동성 문제를 가격변동폭 확대로 해결하려는 것은 잘못된 처방"이라며 "가격변동폭을 늘리면 침체한 IPO 시장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상장 첫날 시초가의 호가를 90~200%로 정하고 있을 때는 하방이 어느정도 막혀있다고 생각해 투자자들이 공모주 투자에 대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인식하는 반면, 60~400%로 늘어나면 위험성이 큰 시장으로 보고 투자심리가 더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 첫날 따상을 가는 종목들도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처음 예상한 시가총액에 수렴하게 된다"면서 "가격에 제한을 두면 오히려 변동성이 더 커지는 결과를 수없이 봐 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상황이 과열되거나 일부 투기적인 베팅으로 400%까지 올라간다고 해도 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이 팔면서 가격이 계속 내려갈 것이고 이를 통해 적정 가격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너무 낮은 수준으로 간다면 그건 애초에 기업의 밸류(가치)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과 관련해서는 제한을 두기보다 시장에 맡기는 것이 결국은 적정 가격을 찾아가는 방법"이라며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허수성 청약이 사라지면 공모시장이 좀 더 안정화되고 투자자들에게도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국은 가격변동폭 확대에 대한 업계 우려와 관련해서는 과열 양상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격변동폭을 확대하는 것은 따상 이후 가격이 고정돼 거래절벽이 나오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함으로 특정 소수의 투자심리 과열로 400%까지 올라가기는 쉽지 않고, 올라간다고 해도 언제든 다시 하방으로 내려갈 수 있어 균형가격 발견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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