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상장리츠도 관심을 받고 있다. 통상적으로 금리가 낮아지면 부동산 투자에 특화한 상장리츠 수익률도 높아지는 등 호재로 받아들여진다.폭락장에서 선방한 상장리츠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리츠 TOP 10 지수'는 올해 초(1월 2일) 775.07포인트로 출발해 9일 853.64포인트까지 10.14% 올랐다. 'KRX 리츠 TOP 10 지수'는 코스피 상장 리츠 종목 중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으로 산출한 지수다. 구성 종목에는 △SK리츠 △ESR켄달스퀘어리츠 △롯데리츠 △제이알글로벌리츠 △신한알파리츠 등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악의 '블랙 먼데이'로 꼽힌 지난 5일에도 상장리츠 하락률은 시장지수보다 낮았다. 5일 코스피 지수는 8.77%(234.64포인트), 코스닥 지수 11.30%(88.05포인트) 하락한 데 비해 KRX 리츠 TOP 10 지수는 3.83%(33.27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개별 상장리츠 수익률도 양호하다. SK리츠는 올해 초 3980원으로 장을 연 뒤 9일 5070원까지 오르면서 7개월여간 주가 수익률 27.39%에 달한다. 같은 기간 ESR켄달스퀘어리츠는 3650원에서 4865원으로, 롯데리츠도 3155원에서 3845원으로 올랐다.
리츠는 부동산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주식회사다. 다수의 소액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해 '부동산 간접투자기구'로도 불린다.
쉽게 예를 들면 10억원 건물에 임대료가 500만원일 때, 부동산투자회사는 투자자 10명에게서 1억원씩 모집해 건물을 매입한다. 이후 임대료에서 운용비 등을 제외한 금액을 '배당수익' 명목으로 10명이 나눠 갖는 것이다.
투자자는 리츠를 통해 적은 돈으로 건물에 투자할 수 있다. 또 언제든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어 직접 건물에 투자하는 것보다 환금성이 높다. 상장리츠 주당 가격은 5000원 내외다. KRX 리츠 TOP 10 지수에 편입된 종목 중 9일 종가 기준으로 롯데리츠(3845원)가 가장 가격이 낮고 신한알파리츠(6680원)가 가장 가격이 높다.
리치는 이익의 대부분을 배당으로 주주에게 돌려줘야 한다. 리츠는 △회사 임직원이 직접 부동산 투자와 운용을 담당하는 자기관리리츠 △외부 자산관리회사가 운용하는 위탁관리리츠 △구조조정용 부동산에만 투자할 수 있는 기업구조조정(CR) 리츠가 있다.
국내 상장리츠 24개 중 20개는 위탁관리리츠 회사다.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르면 우리나라 리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위탁관리리츠 회사는 총자산의 70% 이상을 부동산에 투자해 운용하고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해야 한다. 그 외 기업구조조정 리츠(이익 90% 이상 배당)에는 이리츠코크렙, 자기관리리츠(이익 50% 이상 배당)에는 모두투어리츠, 케이탑리츠, 에이리츠 등이다.미국 1960년대 도입…"국내는 잰걸음"
리츠 제도는 1960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한 이후 2000년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자본시장과 부동산시장이 통합되면서 부동산을 주식처럼 손쉽게 살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는 상장리츠가 대중적이지는 않은 상황이다. 미국 등 해외와 상장리츠 시장의 규모부터 크게 차이가 난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2023년 말을 기준으로 미국의 상장리츠 수는 204개이며 시가총액은 1640조원에 달한다. 일본 상장리츠 수는 58개이고 시가총액은 141조원 규모다.
아시아 최대 부동산 투자신탁 시장으로 꼽히는 싱가포르는 상장리츠 수가 40개, 시가총액은 98조원이다. 싱가포르의 GDP 대비 상장리츠 시가총액 비율은 16.5% 수준이다. 미국의 GDP 대비 상장리츠 시가총액 비율이 5.1%인 점과 비교하면 싱가포르 상장리츠 시장 규모가 매우 크다.
반면 국내 상장리츠 수는 2023년 말을 기준으로 23개이고, 지난 1일 상장한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를 포함하면 현재 총 24개다. 시가총액도 7조4000억원으로 미국·일본·싱가포르 대비 매우 낮다.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도 0.3%에 그친다.
특히 과거 기관투자자들을 위한 사모 리츠 위주로 편향되면서 일반 국민들이 투자하기에 한계도 있었다. 국토교통부 리츠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상장된 위탁관리리츠 중 신한알파리츠의 상장일이 2018년 8월로 가장 오래됐다. 이를 포함해 2018년 2건, 2019년 2건의 위탁관리리츠가 상장됐으며 그 외 17개 리츠는 모두 2020년 이후 상장됐다."금리인하는 곧 리츠 전성기?"
최근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고되면서 국내 상장리츠 시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지난달 31일 연방공개시장회의(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오는 9월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며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다.
통상적으로 금리가 내리면 리츠의 대체제인 채권 수익률도 낮아지면서 채권에서 리츠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 리츠와 채권은 모두 안정적인 배당·이자 수익을 목표로 하면서 투자자 군이 일부 겹치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리가 낮아지면 부동산투자회사의 조달 금리도 낮아진다. 다시 말해 부동산투자회사가 돈을 빌릴 때 내야 하는 이자 비용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이익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배당도 늘어난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SK리츠가 4% 이하에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롯데리츠는 담보부사채로 3.5%대에 발행에 성공했다"며 "이는 금리 고점 대비 3%포인트가량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빠르면 2025년부터 가중평균금리 하락과 함께 배당도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리츠는 주식과 부동산의 리스크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단점이 있다.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고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공실 등이 생기면 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금리가 상승하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오피스 공실률이 증가하자 리츠 수익률도 고꾸라진 바 있다. 미국 연준은 2022년 7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4.25%로 올렸다. 당시(2022년) 'KRX 리츠 TOP 10 지수'는 4월 26일 최고 1296.96에서 10월 26일 최소 767.01까지 반년 만에 무려 40%가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