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가운데 상장 리츠 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채권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대체재인 리츠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 부동산투자회사인 리츠의 조달 비용이 낮아서 수익률도 높아질 수 있다.
신세계프라퍼티투자운용은 신규 리츠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또 다수의 상장리츠는 하반기 신규자산 매입과 차입금 상환 등을 위해 총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진행한다.리츠, 유상증자에 신규상장까지 '훈풍'
24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프라퍼티 자회사 신세계프라퍼티투자운용이 내달 중 국토교통부에 '신세계스타리츠' 영업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신세계스타리츠는 스타필드 하남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영업인가 완료 후 내년 상장이 목표다.
신세계스타리츠는 신세계프라퍼티가 보유 중인 스타필드 하남 지분 51%를 매입 대상으로 삼았다. 신세계그룹의 리테일몰을 기초자산으로 출범하는 스폰서 리츠다.
다수의 상장 리츠는 연내 유상증자도 진행한다. 유상증자 규모만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곳은 △이지스레지던스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신한알파리츠 △한화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롯데리츠 등이다.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르면 리츠(자기관리리츠 제외) 회사는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해야 한다. 이에 리츠회사가 대규모 현금을 마련할 방법은 차입이나 유상증자다. 앞서 고금리 시기에 받은 차입금을 상환해 이자 비용을 낮추거나 신규 자산을 편입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시행하는 것이다.
미국 연준이 최근 기준금리 상단을 기존 5.5%에서 5.0%로 0.5%포인트 낮춘 것도 리츠회사의 사업 확대를 위한 발걸음을 앞당기는 요인이다.
신한알파리츠는 오는 11월 신주 상장을 목표로 주주배정 유상증자 절차에 돌입했다. 모집금액은 1900억원가량이다. 서울시청역 인근 오피스인 '씨티스퀘어' 편입을 위해 1000억원을 사용하고 'GS서초타워' 매입시 일으킨 브릿지론 상환에 715억원을 쓴다는 계획이다.
한화리츠도 차입금 상환을 위해 내달 신규 상장을 목표로 47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한화리츠는 지난 8월 한화생명으로부터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을 8080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매입을 위해 4500억원(금리 3.8%) 규모로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했는데, 이번 유상증자로 해당 차입금을 상환한다는 계획이다.투자심리 악재지만, 삼성FN리츠 증자는 성공적
유상증자는 리츠 회사가 몸집을 키우기 위한 방법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악재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유상증자 과정에서 주식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어서다.
리츠 회사에서 유상증자를 발표할 때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실제 신한알파리츠는 유상증자를 발표하기 전 3거래일 연속 상승했지만, 유상증자 발표 직후 주가가 4% 이상 하락했다. 유상증자를 발표한 8월 28일 종가는 전날(6516원) 대비 4.42% 하락한 6228원이었다. 다만 한 달가량 지난 9월 24일 신한알파리츠 주가는 6380원으로 하락률을 반절가량 회복했다.
올해 첫 유상증자 첫 주자였던 삼성FN리츠가 성공적으로 청약을 마무리하면서 다른 리츠회사의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FN리츠는 유상증자 청약 결과 구주주 청약 경쟁률이 106.99%를 기록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1375만주 모집에 1471만1124주 신청이 들어왔다.
삼성FN리츠도 다른 리츠처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형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아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남은 물량에 대해 일반공모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구주주 청약 경쟁률이 100%를 넘기면서 실권주 일반공모 없이 청약 절차가 마무리됐다.
구주주의 청약률이 높은 수준으로 집계되면서 향후 삼성FN리츠 사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삼성FN리츠는 이번 유상증자로 총 642억원을 조달하게 된다. 이를 통해 삼성화재 판교 사옥을 자산으로 담을 예정이다. 스폰서리츠 쟁점은 '대주주 참여 여부'
삼성FN리츠와 한화리츠, 롯데리츠 등은 스폰서 리츠다. 스폰서 리츠는 그룹사로부터 고정 임차 수요가 발생하는 리츠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가령 삼성 그룹사의 스폰서 리츠인 삼성FN리츠가 편입한 '대치타워'에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이 임차인으로 있다.
삼성FN리츠는 대주주의 유상증자 참여도가 높은 편이다. 삼성FN리츠 대주주인 삼성생명(지분율 21.48%)과 삼성화재(20.62%)가 각각 19.51%, 18.73% 비율로 청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증권(0.82%)도 유상증자 후 잔액을 전액 인수하겠다고 공시했다. 이에 사실상 삼성FN리츠 신주는 다 팔린 셈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소액 주주의 신뢰도 쌓았다.
반면 SK리츠는 지난해 9월 유상증자를 진행했지만 대주주 SK㈜의 유상증자 참여 비율이 현저히 낮아 잡음이 일었다. 당시 SK리츠의 최대주주인 SK㈜는 지분 42.99%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유상증자 비율의 10%가량만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주주들 사이에서 신주인수권 가격 및 주가 하락에 대한 불만이 일었다.
향후 한화리츠와 롯데리츠 등도 대주주 참여율이 청약 결과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롯데리츠는 롯데쇼핑이 지분 50%를 소유하고 있다. 다만 롯데쇼핑이 직접 유상증자에 참여하진 않는다. 롯데쇼핑은 유상증자 신주인수권증서를 전량 매각했고, 계열사 롯데물산이 이를 사들여 증자에 참여한다. 롯데물산은 롯데리츠의 전체 유상증자 물량 중 40%(1840만주)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전날 장마감후 공시를 통해 밝혔다.
한화리츠는 한화생명보험이 지분 46.18%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리츠 대주주 참여 여부는 올해 말께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