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해는 크고 작은 이슈들이 증권가를 지배했다. 신한투자증권 1300억원 손실, 고려아연 공개매수 및 유상증자 업무를 맡았던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랩‧신탁 돌려막기 등의 이슈로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매서운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2023년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인한 증권사 수장들에 대한 제재 등 큰 이슈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증권사들은 리스크관리와 내부통제 부실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다만 주요 증권사들의 실적은 대체로 2023년보다 좋은 성과를 보여주며 견고한 성장을 이어갔다. 이에 주요 증권사들은 리스크관리를 가장 먼저 강조했던 1년 전과 달리 올해는 경쟁력 확보를 통한 지속성 있는 성장에 방점을 둔 신년사를 내놨다. 실적 호조 속 올해 경쟁력‧성장 강조
지난해 좋은 실적을 거둔 △미래에셋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쟁력 강화와 회사의 성장을 강조했다.
영업이익 1조클럽 재입성이 유력한 미래에셋증권은 혁신과 도전을 화두로 내세웠다.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해 자산관리‧연금‧트레이딩 사업 강화를 통해 손익 안정성을 제고하고 장기조달 비중을 늘려 재무안정성도 높였다"며 "올해도 핵심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혁신과 도전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지난해 3분기까지 이익 증가세를 뚜렷하게 보여준 KB증권은 신년사를 통해 지속가능한 질적 성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성현‧이홍구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2025년은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고 국내 금융시장도 변동성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속가능한 질적 성장에 더욱 집중하고 생성형 인공지능(AI), 글로벌 사업확장, ESG가치 확장 등을 통해 대한민국 대표 증권사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이사도 취임 첫해인 2024년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이러한 기조를 반영해 윤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각 사업부문의 고른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사업부문별 핵심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점추진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해 달라"며 "일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당기순이익 모두 크게 증가한 한국투자증권도 사업모델 차별화를 통해 남들과는 다름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는 "경쟁에 있어 차별성은 생존과 성공을 위한 필수요소"라며 "회사 전 부문에서 차별화된 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위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도 지난해 전 부문 고른 성장세를 보여준 가운에 올해 지속 성장을 강조했다.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이사는 "올해는 비우호적인 시장환경과 더불어 격화하는 경쟁에 맞서 더욱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자세로 변화하며 새로운 길을 열어가야 한다"며 "혁신적인 금융서비스, AI 등 디지털 전환, 주식 외의 금융플랫폼 경쟁력 강화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성장도 강조했지만 리스크관리도 빼놓지 않아
대체로 증권사들은 경쟁력강화와 성장에 방점을 둔 신년사를 내놓았지만 리스크관리 역시 빼놓지 않았다.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가 1300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냈던 신한투자증권은 신년사를 통해 내부통제강화와 리스크관리를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2일 김성태 대표이사 후임으로 새롭게 취임한 이선훈 대표이사는 "잘못된 관행을 제거하고 새롭고 건강한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함과 비장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이윤보다 윤리가 우선시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도 리스크관리와 내부통제를 강조했다. 김성환 대표이사는 "회사의 규모와 사회적 책임이 많이 커졌고 한 번의 실수나 방심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손실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며 "더 넓은 영역에서 잠재된 리스크까지 커버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부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내부통제 조직을 강화하고 선제적인 현장 중심의 내부통제, 리스크관리 체계 구축에 힘을 쓰겠다"고 밝혔다.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성장의 과정에서도 규정과 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지나치게 영업을 저해하는 요소들은 줄여나가겠지만 고객을 보호하고 임직원 여러분 스스로를 보호할 규정들은 철저히 지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