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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1위' 사활 건 미래에셋, 첫 스텝은 파격적인 보수 인하

  • 2025.02.06(목) 17:46

S&P500, 나스닥100 ETF 총보수 0.07%→0.0068%
1위 목표로 단기간 급성장 위한 '고육지책'
삼성운용 성장 둔화, 자산유입 증가 두 토끼 잡는 전략

1위가 되기 위한 2위의 행보가 거침없다. 상장지수펀드(ETF)업계 1위를 목표로 잡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첫 스텝은 0%에 근접하는 파격적인 보수 인하다. 

첫 카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및 나스닥100 ETF다. 국내 투자자들의 대표 해외 투자상품의 총보수를 파격 인하하면서 1위 삼성자산운용의 순자산 확대를 막아서겠다는 것이다.

이번 총보수 인하로 아시아 최대규모로 성장한 미국 대표지수 ETF의 수익성은 역마진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서 삼성운용 역시 파격적 총보수를 제시하면서 S&P500, 나스닥100 ETF의 규모를 키워왔기에 경쟁사의 성장세에 타격을 줄 수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역마진 감수한 파격 총보수 인하 목적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미국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를 기존 0.07%에서 0.0068%로 인하한다고 6일 밝혔다.

총보수는 동일하게 인하했지만 기타비용을 합한 총보수비용(TER)은 다르다. TIGER 미국S&P500의 TER은 0.0868%이며 TIGER 미국나스닥100은 0.1268%다.

미래에셋운용의 이번 인하작업은 지난 2020년 11월 연 0.3%에서 0.07%로 총보수를 낮춘 이후 약 4년만이다. 회사는 미국 대표지수 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성원에 보답하고 미국 주식 투자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보수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우선 미래에셋운용이 가져가는 수익인 운용보수를 극도로 낮춰 총보수를 0.0068%로 맞췄다. 총보수는 집합투자회사(운용사), 지정참가회사, 신탁회사, 일반사무회사 수수료를 합쳐서 집계한다. 미래에셋운용은 운용보수를 0.05%에서 0.0002%로 낮췄다.

현재 TIGER 미국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의 순자산총액은 각각 7조8373억원, 4조7023억원이다. 아시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크기지만 현재 순자산 기준으로 회사는 연간 보수로 1567만원, 940만원밖에 챙길 수 없다. 보수인하 이후 투자자들의 유입금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규모 대비 수익성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사실상 2개 ETF에서 수익성은 포기한 셈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이처럼 수익성을 포기하면서까지 파격 인하에 나선 이유는 단기간에 1위 삼성자산운용의 순자산 규모를 따라잡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단시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눈에 띄는 신상품 개발 및 마케팅 등 정공법을 통해서는 추월이 어렵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기존 0.07%일 때도 사실상 운용보수로 벌어들이는 금액은 많지 않았는데 이보다 더 낮춘다면 무조건 역마진일 것"이라며 "지난해에도 CD금리 ETF 총보수를 0.0098%로 인하하는 등 삼성과 미래에셋의 보수경쟁은 치열했는데 목표 기간이 정해진 만큼 더 파격적인 전략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파격 인하 S&P500, 나스닥100 ETF로 고른 이유는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 미국 대표지수 ETF 순자산총액 변화

이러한 점에서 미국 대표지수 ETF의 보수 인하는 삼성운용의 성장세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방안으로 보인다. 삼성운용은 지난해부터 S&P500, 나스닥100 등 미국 대표지수 ETF 2종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전체 운용규모를 키우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KODEX 미국S&P500'과 'KODEX 미국나스닥100'의 순자산은 각각 6884억원 5946억원이었으나, 지난 5일 기준으로는 각각 3조7822억원, 1조9053억원으로 449%, 220% 증가했다.

삼성운용의 이 같은 성장세는 지난해 2월 총보수를 0.05%에서 0.0099%로 인하한 전략이 효과를 본 영향으로 평가된다. 보수를 낮추기 전까지 두 종목의 순자산 변화는 크지 않았는데 보수가 변화한 이후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만약 삼성운용이 이러한 전략을 사용하지 않고 미국 대표지수 ETF의 순자산을 키우지 못했다면 현재 ETF 1위는 이미 넘어갔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4일 기준 삼성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69조1874억원, 미래에셋운용의 순자산은 64조8213억원이다. 약 4조원의 차이인데 KODEX 미국S&P500과 KODEX 미국나스닥100이 지난해부터 끌어모은 자금과 같은 수준이다.

특히 미국 대표지수 ETF 2종은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품이다. 운용업계에서는 개인투자자가 매일 미국 S&P500을 500~600억원 가량 순매수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전날 증시에서 개인은 TIGER 미국S&P500을 308억원, KODEX 미국S&P500을 144억원, ACE 미국S&P500을 98억원, RISE 미국S&P500을 31억원 사들였다.

단기간 미래에셋운용이 삼성운용과의 격차를 줄이려면 KODEX ETF로 향하는 자금을 모두 흡수할 필요가 있다. 삼성운용의 성장을 막고 미래에셋운용의 성장세를 키우면 격차가 자연스레 좁혀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운용이 총보수 인하의 효과를 톡톡히 봤던 만큼, 투자자들의 자금이 KODEX에서 TIGER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보수인하 이후 눈에 띄는 투자자들의 머니무브가 관측되지 않으면 미래에셋운용이 추가 보수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미국 대표지수 ETF 총보수 인하 이후 자금 유입에 변화가 없다고 느껴지면 다른 ETF의 보수인하도 고려할 수 있다"며 "목표 기간이 정해진 만큼 눈에 띄는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면 테크TOP10, 필라델피아반도체 등 개인투자자 관심이 높은 ETF의 보수인하도 고민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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