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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열풍에 증권가 역대급 수수료잔치...승자독식 속 마케팅 치열

  • 2025.02.20(목) 07:00

작년 해외주식 수수료 1.4조...전년대비 107% 성장
전체 수수료 수입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높아져
미래·삼성·키움·토스, 2000억대 수입..하위권과 큰 격차
리테일 이벤트 치열…'수수료 전면 무료' 등 출혈경쟁 불사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거래량이 7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이제 국내 증권사들의 리테일사업에서 해외주식 거래 중개 서비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았다. 증권사들이 해외주식 중개·수탁으로 벌어들인 돈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대를 돌파했고, 전체 수수료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보다 2배 커졌다.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수수료 수입이 급증한 건 해외주식 거래 자체가 늘어났기 영향도 있지만, 해외주식 수수료가 국내주식에 비해 수익성이 3~4배 높은 까닭이다. 이에 따라 대형사는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대로 높아졌다. 대표적으로 전통 리테일 강자인 키움증권은 지난해 4분기 국내주식 중개보다 해외주식 중개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 더 컸다. 

다만 증권사별로 수익성은 온도차를 보였다. 리테일 전통이 깊은 대형사와 MZ 투자자들을 겨냥한 온라인기반 증권사들이 평균 1000억원 상당의 수익을 거둔 반면, 리테일에 약한 증권사들은 10분의 1 수준도 안되는 수익을 내는데 그쳤다. 

국내주식 시장의 분위기 전환이 아직 미진한 가운데 올해도 증권사들은 해외주식 수수료에 주목하고 있다. 다양한 마케팅과 수수료 인하 혜택을 내세우며 투자자 모으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출혈경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해외주식 열풍에 증권사 1.4조 벌었다

국내증권사 28곳(해외주식 수탁 수수료 집계되는 곳 기준)이 2024년 한해동안 해외주식 거래중개로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은 1조443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07% 급증한 규모다. 

이에 따라 28개사의 해외주식 수수료가 전체 수수료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2%로 집계됐다. 2023년(당시 해외주식 중개 수수료 산출 증권사 27곳) 기준으로는 6%였는데 두 배로 존재감을 키운 것이다. 

증권사의 리테일 부문에서 해외주식의 비중이 커진 건 작년 미국 기술주 투자 열풍 덕이 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해외주식 매수+매도 규모는 5308억달러(한화 약 766조원)로 전년대비 84% 증가했다. 이중에서도 미국주식 거래량 확대가 압도적이었다. 미국주식 매수·매도 물량은 5099억달러(약 735조원)로 전년대비 96%나 증가했다.

이미 바닥에 가까울 만큼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국내주식 수수료와 달리 해외주식 수수료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다는 점도 특징이다. 신한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키움·토스 등 리테일 상위 증권사의 국내주식 중개수수료율은 3bp(1bp=0.01%포인트)에 불과한 반면, 해외주식 중개수수료율은 11bp에 달한다. 물론 여기엔 국내주식을 중개할 때와 다르게 현지브로커에 지급하는 비용도 포함하고 있어, 증권사가 가져가는 순수 수수료율은 9bp로 추정된다.

이를 감안해도 증권사들에게 해외주식 중개는 국내주식 중개보다 수익성이 3배 높은 시장이다. 미국 현지에 법인을 두고 있다면  브로커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수익성이 더 높아진다.  

승자 독식...미래·삼성·키움·토스 2000억원대

이처럼 해외주식이 증권업계의 좋은 먹거리가 되었지만, 모든 증권사에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다. 증권사마다 편차가 크다.

대형사와 온라인기반 증권사 등 10개사에 쏠린 거래량은 평균 130조원에 달한다. 증권사별로 따져보면 키움증권이 245조원으로 가장 많고, 토스증권이 225조원으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신한투자증권(185조), 삼성증권(178조), 미래에셋증권(172조), 한국투자증권(142조)도 100조원대 해외주식 거래를 증개했다. 

여기서 발생한 수수료 수익을 따지면 미래에셋증권은 2701억원으로 가장 많은 수익을 벌었다. 삼성증권은 2202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키움증권과 토스증권은 각각 2088억원, 2080억원을 벌었다. NH투자증권(1184억원), KB증권(1145억원), 한국투자증권(1131억원)이 1000억원대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신한투자증권(867억원), 하나증권(261억원), 카카오페이증권(213억원) 순이다. 이들이 벌어들인 액수는 총 1조3875억원으로 28개사가 벌어들인 금액의 96%를 차지한다. 상위권 독식 현상이 두드러진다.  

해외주식 수수료가 증권사 수수료 실적에 기여하는 비중도 커졌다. 미래에셋증권의 해외주식 수수료 수입은 전체 수수료에서 23% 비중으로 올라왔다. 삼성증권과 키움증권도 각각 21%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키움증권의 경우 4분기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이 국내주식 수수료 수익을 제쳤다. NH투자증권은 이보다 낮은 10%로 집계됐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은 주식 위탁거래가 주요 먹거리인 만큼 해외주식 수수료가 전체 수수료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토스증권의 경우 75%가 해외주식 수수료이며, 카카오페이증권도 34%를 차지한다.

반면 해외주식수수료 순위 10위권 밑으로는 가져가는 파이는 확 줄어든다. 나머지 18개사가 해외주식 중개로 번 수익은 총 554억원에 불과하다. 이중 대신증권(209억원), 유안타증권(1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이들회사에서 해외주식 수수료가 수수료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부분 1%대다. 

마케팅 전쟁 치열…출혈경쟁으로 번지나

올해도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해외주식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해외주식 거래가 증권사 리테일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국내주식 거래량과 비교하면 아직 적기 때문에 성장 여력이 크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해외주식 거래량을 한화로 환산하면 약 766조원으로 국내주식 거래량(4669조원)의 6분의 1수준이다.

이에 10위권 밖 증권사들은 마케팅을 강화해 파이 키우기에 나섰다. 리테일이 상대적으로 약한 메리츠증권은 리테일본부를 부문으로 격상함과 동시에 비대면 전용 계좌(Super365)를 출시해 2026년까지 국내외 주식 거래와 환전 수수료를 무료로 책정했다. 그 결과 메리츠증권은 해외주식 예탁자산을 1조9500억원 유입하는데 성공했다.  

일부는 온라인 기반 증권사들의 성공 모델인 간편 투자를 표방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개편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달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한 신규 MTS를 내놨다. 그러면서 해외증시 트렌드와 핵심종목을 표출하는 해외 홈 화면을 만들었다. 

IBK투자증권도 작년 11월 신규 MTS를 출시하고 1억원의 마케팅비용을 들여 신규고객 유치 이벤트를 진행했다. 신규 MTS는 알고리즘 AI 기반으로 매매신호분석과 공시 분석 등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으면 해외주식 소수점 주문 기능을 새롭게 탑재했다. 

이미 상당수준을 점유하고 있는 대형사들도 파격 이벤트 대열에 참여했다. 한국투자증권은 3월말까지 해외주식거래를 최초 신청한 계좌를 대상으로 3개월간 해외주식 거래수수료 무료혜택을 준다. 혜택이 종료된 후 9개월동안은 0.09%의 수수료만 적용키로했다. 

키움증권도 마찬가지로 3개월간 미국주식 거래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 중이며, 미국주식 거래를 시작한 투자자에게 33달러 매수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타사계좌에 있던 해외주식을 키움증권으로 옮기는 투자자들에게는 최대 300만원의 리워드를 지급한다. 

해외주식을 둘러싸고 증권가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과도한 수수료 인하 등 '제살 깎아먹기'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증권업종을 다루는 한 애널리스트는 "국내증권사 전체가 한국거래소 회원으로 들어가 있어 국내주식 거래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반면, 해외주식은 현지 브로커를 통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증권사가 비용을 감수하면서 해외주식 사업에 들어갈지 모르겠다"며 "중소형사들까지 진입해 경쟁에 나설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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