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부동산 펀드에 또 다시 빨간 불이 켜졌다. 65% 손실을 기록 중인 키움투자자산운용의 네덜란드 오피스 펀드가 환헷지 계약 관련 수십억원의 미정산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최근 선순위 대출의 만기를 연장하며 고비를 넘겼지만 투자자들은 또 다시 손실확정 공포에 빠지게 됐다.
투자자 사이에선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벨기에 펀드'와 비슷한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이 퍼진다. 앞서 벨기에펀드 역시 환헷지 계약 종료로 미정산 채무가 발생한 뒤 약 반년만에 전액 손실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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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투자자산운용은 지난 26일 키움히어로즈유럽오피스부동산펀드 1~4호에서 환헷지 계약 정산금 채무불이행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미정산 규모는 총 35억7388만원이다.
이 펀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퀸즈타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2019년 설정됐다. 판매사는 한국투자증권이었다. 여느 해외부동산펀드처럼 임대수익으로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지급하고, 나중에 보유 부동산을 팔아 차익으로 수익금을 분배해주는 형태다.
그러나 유럽 부동산 시장 침체로 수익률은 곤두박질쳤고 설정일 이후 수익률은 -64%로 집계된다. 펀드는 2022년부터 자산 매각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각에 실패했다.
결국 키움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 수익자총회를 열어 펀드 만기를 5년 더 연장했다. 이후 12월 펀드 선순위 대출 만기가 도래하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대출을 3개월 더 연장하는데 성공했다. 만일 선순위 대출 만기를 연장하지 못했다면, 매각 절차에 강제로 돌입해 싼 값에 부동산을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펀드에 떨어지는 수익금은 없다.
만기 연장으로 한숨을 돌린 듯했으나, 이번에는 환헷지 계약에 발목이 붙잡혔다.
통상 해외부동산 펀드는 환율 변동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은행과 환헷지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키움자산운용의 펀드 역시 미리 정해진 환율에 따라 유로화를 원화로 바꿀 수 있는 환헷지 계약을 맺었다. 예를 들어 '1유로=1500원'의 환율로 100% 환헷지계약을 맺었다고 가정하면,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환율이 유지되면 펀드는 1000만유로를 은행에 돌려주고 한화 150억원을 받으면 된다.
환헷지계약은 파생상품이어서 펀드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안된다. 그러나 지난해 펀드가 보유한 퀸즈타워 가치가 30%가량 하락했고, 그 결과 환헷지 계약 비중이 한도를 초과했다. 이에 펀드는 위험액을 줄이기 위해 거꾸로 유로화를 받고 원화를 돌려주는 반대거래 계약을 맺었다. 기존 계약과 서로 상쇄시켜 파생상품 비중을 줄이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 계약으로 인해 은행에 정산이 필요해졌다. 원래 헷지계약을 맺을 때보다 반대청산계약 당시 유로화가치가 오르면서 환율 차이에 비용을 은행에 납부할 의무가 생긴 것이다. 통상 환헷지 계약에 따른 정산금을 펀드 계좌에 있는 예비비로 처리하지만 이 펀드는 이달 10일 선순위 대출을 연장하면서 돈이 묶인 상태였다. 결국 정산금을 갚지못한 펀드는 총 35억7388만원의 미정산금과 이자 9%를 부채로 반영키로 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기존 임차인인 네덜란드 고용노동기구와의 임대차 계약 연장과 신규 계약 체결을 추진하고, 시장 회복시점에 자산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느끼는 불안감도 적지 않다. 환헷지 관련 미정산금 발생이 손실 확정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앞서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벨기에코어오피스펀드는 작년 6월 환헷지 계약 만기에 도달했지만 관련 정산금을 납부하지 못했다. 이후 곧바로 선순위대출 상환에도 실패해 채무불이행(EOD)이 발생했다.
선순위 대주는 건물을 강제로 매각했고 펀드가 돌려받을 수 있는 수익금이 0원이 됐다. 사실상 수익금을 전부 날리게 된 셈이다. 이에 민원을 접수받은 금융감독원은 불완전판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