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상승했던 증시가 조정국면에 들어서면서 시장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는지에 대한 의문도 따르기 시작했다. 당초 반도체 중심의 실적 개선이 지수 상승을 이끈 가운데 상법 개정, 주주환원 강화, 자사주 제도 개선 등 자본시장 개혁 기대도 투자심리 회복에 힘을 보탰다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정책 효과가 아직 단기 수급과 심리 개선에 머물러 있다며 실제 기업 행동 변화와 장기자금 유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실적이 끌고 정책이 보탰다
리서치센터장들은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자본시장 개혁 정책이 최근 증시 상승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 기대가 한국 증시 재평가 논리에 힘을 보탰다는 진단이다. 다만 지수 상승을 직접 이끈 주된 동력은 반도체 중심의 기업 실적 개선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자본시장 개혁 정책이 최근 증시 상승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이른바 '상법개정 3종 세트'를 주요 변화로 꼽았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정책이 시장 신뢰와 기대 형성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봤다. 윤 센터장은 "최근 지수 상승은 반도체 중심 이익 개선이 주된 동력이지만, 정책 역시 시장 신뢰와 기대 형성에는 일정 부분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 효과가 아직은 단기 수급과 투자심리 개선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도 함께 내놨다. 윤 센터장은 "현재 단계에서는 정책 효과가 단기 수급이나 심리에 영향을 주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 구조적 지수 상승을 이끄는 핵심 요인은 여전히 기업 실적"이라며 "향후에는 정책이 산업 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제고로 연결되면서 시장의 체질 개선에 기여하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최현재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자본시장 개혁을 이번 상승장의 핵심 동력으로 단정하기는 조심스럽다고 봤다. 다만 가계 자금을 자산시장으로 유도하려는 '머니 무브' 정책 방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 센터장은 "이번 MSCI 시장 접근성 평가에서도 등급 상향에 대부분 반영되지는 않았으나, 정책 방향성의 긍정적 측면은 인정받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 첫발…남은 건 실행력
상법 개정으로 지배주주 중심 의사결정 구조를 바꿀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제도 변화가 실제 주주권 행사와 기업 의사결정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 차례 상법 개정으로 지배주주 편향적이었던 거버넌스 개선의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상법 개정의 정신이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주주권 행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주주가치 훼손을 막을 추가 제도 보완도 과제로 거론된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증시가 안정적인 우상향 기조를 유지하려면 시장의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봤다.
유 센터장은 "무분별한 물적분할과 유상증자 등을 제한하고 기존 주주 가치 훼손을 막아야 한다"며 "기업과 투자자가 동반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배당정책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책 효과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추진 과정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향후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위한 정책 모멘텀과 일관된 추진 지속 여부가 중요하다"고 봤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했다. 박 센터장은 "적시성, 일관성, 지속성에 초점을 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변동성 장세에서는 단기 매매 쏠림을 완화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투자 구조를 장기화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적 개선과 정책 기대가 지수 상승을 이끌더라도 단기 매매와 레버리지 중심 투자 구조가 이어지면 변동성 국면마다 시장 불안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종형 센터장은 "단기 매매와 레버리지 중심의 투자 구조가 변동성 국면마다 반복적으로 시장을 흔드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장기투자 세제 혜택의 추가 확충, 퇴직연금 주식 운용 활성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도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외국인 수급 확대와 맞물린 과제로 꼽힌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거래시간 연장과 파생시장 활성화는 해외 증시와의 시차를 줄이고 편의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며 "특히 원화 안정과 함께 제도 접근성까지 개선된다면 외국인 거래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소외 심화…정책 지원 필요
자본시장 개혁의 효과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코스닥 시장의 체력 회복도 필요하다. 최근 증시 상승은 반도체 대형주와 코스피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성장주와 중소형주로 온기가 충분히 퍼지지 못했다. 센터장들은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승강제 도입, 부실기업 퇴출, 장기자금 유입 같은 구조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학균 센터장은 "코스닥의 문제는 상장 종목 수가 너무 많고, 그 안에 부실 종목이 많이 섞여 있다는 데 있다"며 "정상적 종목과 부실 종목을 분리하는 게 필요하고, 이런 맥락에서 부실 종목 퇴출과 승강제 도입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진단했다.
최현재 센터장은 코스닥 승강제를 일종의 '시그널링' 장치로 봤다. 프라임 시장에는 코스피에 준하는 요건을 부여하고, 관리종목군에는 부정적 신호를 줘 기업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업의 장기적 인식 전환을 촉진하며 점진적으로 밸류에이션이 재평가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스닥 시장의 구조 개혁과 상장폐지 제도 강화가 코스닥 상승의 핵심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조수홍 센터장은 "정부는 한국의 첨단전략산업 생태계 전반을 지원하기 위해 5년간 민관 합동으로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추진하고 있다"며 "첨단전략산업 육성과 벤처·혁신기업 활성화 등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코스닥 시장의 기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험자본 투자 확대 등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위한 정부의 정책 의지도 확고한 만큼 코스닥 시장으로도 자금 유입이 확대될 것"이라며 "승강제 등 대기하고 있는 정책 영향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