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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넥슨의 야욕]②엔씨소프트 ‘3월 주총’ 충돌하나

  • 2015.01.27(화) 18:14

경영 ‘불개입’ 원칙 깨고 이사회 진입 시도 가능성
임기만료 2대주주 김택진 대표 재선임 여부도 촉각

게임 업계의 ‘공룡’ 넥슨(Nexon)이 대형 온라인게임 업체 엔씨소프트에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이는 2년여 동안 유지해왔던 경영 ‘불개입’ 원칙을 깬 것이나 다름 없다.

이에 따라 당장은 올 3월 엔씨소프트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진 파견을 시도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엔씨소프트 창업자이자 경영 실권자(實權者)인 김택진 대표의 재선임 여부도 안개속에 휩싸였다.

◇ 최대주주 걸맞는 영향력?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 김정주 엔엑스씨 대표.
김정주 엔엑스씨(NXC) 대표가 이끄는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로 등장한때는 2012년 6월. 일본법인 넥슨(옛 넥슨재팬)을 통해 김택진 대표 지분 24.7% 중 14.7%(322만주)를 8045억원(주당 25만원)사들인 것. 이를 계기로 김택진 대표는 2대주주로 내려오고, 현재 10.0%(219만주)의 지분만을 소유하고 있다.
  
1대주주가 되기는 했지만 그간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경영에는 전혀 간섭하지 않고 김 대표의 경영권을 보장했다. 게임업체를 인수할 때마다 으레 경영진을 파견해오던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양사가 제 색깔대로 각자의 길을 갈뿐, 엔씨소프트가 쌓아놓은 브랜드 이미지와 게임개발 노하우는 유지돼왔다.

이런 경영 ‘불개입’ 원칙에 이상 징후가 감지된 것은 지난해 10월. 넥슨코리아가 엔씨소프트 8만8806주(지분 0.4%)를 장내에서 사들여 넥슨이 보유지분을 15.1%(331만주)로 늘린 것. 다만 당시에도 ‘5% 보고서’의 지분 목적을 ‘단순 투자’라고 밝혀 일관되게 경영권과는 선을 그었다.

그랬던 넥슨이 지분 보유목적을 돌연 ‘경영 참가’로 바꾼 것은 앞으로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에 최대주주에 걸맞는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 넥슨의 ‘속내’ 바로미터

이에 따라 오는 3월에 있을 엔씨소프트의 2014사업연도 정기주총에서 넥슨 인사가 이사회에 진출, 본격적으로 엔씨소프트의 경영에 발을 들여놓을지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넥슨의 ‘경영 참여’가 단기적으로 이런 속내를 담고 있고 이것이 김 대표를 비롯한 현 엔씨소프트의 경영진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면, 현 경영진이 수용하지 않는 이상은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마디로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이 발발한다.

현 경영진의 반발을 전제로 향후 넥슨의 이사진 합류 가능성을 따져보면 우선 현 이사진 구성에서 그 틈을 발견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 정관에서 정한 이사진은 정원이 모두 7명(3인 이상)이다. 엔씨소프트는 현재 김택진 대표를 비롯한 사내이사 4명과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2명으로 정원을 채우고 있다.

그런데 7명의 멤버중 이번 주총때 임기 만료되는 임원이 딱 한 명 있다. 바로 김택진 대표다.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 창업(1997년 3월) 이래 등기임원을 맡으며 1998년 8월부터는 줄곧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2012년 3월 정기주총에서 재선임된 이래 등기임원의 임기 3년이 만료되는 것.

따라서 넥슨의 경영 참여 선언이 엔씨소프트 경영권 접수를 노리는 것이라면, 김 대표가 스스로 경영권을 내려놓지 않는 이상은 넥슨이 다가올 주총에서 김 대표의 재선임을 저지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실화될 경우에는 넥슨이나 김 대표나 주총 전까지 지분 매집과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양측이 불꽃을 튀길 가능성이 있다.

넥슨의 의도가 김 대표를 정조준하는 게 아니라면 향후 정관 개정을 통해 이사회 진입을 추진할 수도 있다. 회사 정관 개정은 주총 특별결의(출석의결권의 3분의2 이상 및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가 필요한데, 우호지분을 확보해 이사회 정원을 늘림으로써 넥슨측 인사를 이사회에 합류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엔씨소프의 3월 주총은 넥슨이 앞으로 경영 불개입 원칙을 깰지, 아니면 유지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또 하나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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