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연이 함께 협력하면서 노력해야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는 바이오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김열홍 유한양행 R&D(연구개발) 사장은 24일 서울 강서구 바이오 이노베이션 파크에서 열린 '프로젠 산학연 오픈 이노베이션 심포지엄'에서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 산학연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유한양행의 신약개발 자회사인 프로젠이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유한양행과 이뮨온시아, 포스텍 가톨릭대학교 의생명공학연구원(이하 포가연구원) 등이 참석해 신약개발 연구성과를 소개하고 협력을 모색했다.
행사가 열리기 나흘 전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사 중 처음으로 미국에서 항암제 허가를 받았다.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으로 이룬 첫 성과다. 유한양행은 제약사뿐만 아니라 초기 기술을 가진 학계연구도 지원하고 있다.
첫 세션에는 카이스트와 연세대학교, 포가연구원 소속 연구자들이 진행 중인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신의철 카이스트 교수는 A형 간염환자에게서 면역반응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방관자 T세포가 간 손상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낸 연구를 소개했다. 또 동일한 원리가 원형탈모증 등 다른 질병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박현우 연세대학교 교수는 기존 암전이 이론(EMT, 상피-중배엽 전이)의 한계를 극복해 새로 정립한 '부착-부유 전이(AST)' 이론을 소개했다. 그는 이 이론이 인체에서 암이 전이되는 것을 막는 치료요법을 만드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다들 원발암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면 저희는 암 전이는 왜 생기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지를 질문했다"며 "저희 연구팀이 가진 비전은 원발암을 관리하고 전이를 막음으로써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옵션을 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음 발표자인 하상준 연세대 교수는 나노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항암백신 기술(anDC)을 소개했다. 김완욱 포가연구원 원장과 김철홍 부원장은 각각 암과 자가면역질환에서 백혈구 특이 단백질1(LSP1)의 역할, 초음파와 광학을 결합한 영상시스템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신약개발사인 옴니아메드와 이뮨온시아, 유한양행 등이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을 소개했다.
옴니아메드는 체내에 있는 일산화질소(NO)를 제거하는 원리로 개발 중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OM-201'와 항암제 'OM-202'를 소개했다. 마치 ADC(항체약물접합체)처럼 우리 몸의 염증 부위나 암세포 근처에 있는 NO를 추적해 약물의 치료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이 회사의 기술 차별점이다.
이뮨온시아는 항암 후보물질 'IMC-001'과 'IMC-002'의 임상결과를 발표했다. IMC-001은 NK-T세포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에서 환자 10명 중 약 8명의 암이 모두 또는 일정 부분 이상 사라진 효과를 확인했다. IMC-002는 고형암에 발현하는 단백질(CD47)을 타깃하는 약물로 현재 임상 1b상을 진행하고 있다.
김성호 이뮨온시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NK-T세포 림프종은 미충족의료수요가 굉장히 큰 희귀암으로 IMC-001은 희귀질환 치료제로 가속승인될 가능성이 있다"며 "CD47으로 고형암을 타깃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IMC-002를 개발해 임상에서 안전성과 약효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발표한 오세웅 유한양행 연구소장(부사장)은 에이비엘바이오와 공동 개발한 이중항체 항암제 'YH32367'의 비임상 결과를 소개했다. 프로젠은 자체 개발한 플랫폼 엔티그(NTIG) 기술을 접목해 2주~1달에 한 번 투약하는 요법으로 개발한 비만 및 당뇨병 치료제 'PG-102'의 차별성을 설명했다.
진현탁 프로젠 CTO는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혁신을 이루는 방법 중 하나는 프로젝트에 대한 진정성과 간절함을 가지는 것"라며 "저희 프로젠 임직원은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PG-102를 개발하고 있으며 베스트인클래스(계열 내 최고) 신약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프로젠은 지난해부터 유한양행과 함께 마곡 바이오이노베이션파크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네트워크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심포지엄에서는 30개 기업이 연구성과를 소개해 총 11건의 오픈 이노베이션 협업이 이뤄졌다. 프로젠은 지난해 4월 유한양행이 지분 약 40%를 인수하며 자회사로 편입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