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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집짓고, 임대 늘리고, 세금 올리고…'판박이 공약'

  • 2021.08.06(금) 10:26

여당 대선후보 부동산 공약 '영끌'했지만
현 정부 실패한 정책 되풀이…묘책 없어
"지나친 포퓰리즘, 집값안정 효과 미미"

'공급 폭탄', '공항 이전', '투기차단'…….

여당(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이 부동산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세우며 경선대결에 나섰지만 현 정부의 정책과 크게 다를바 없는 정책에 기대감보다는 실망감만 커지는 분위기다. 

현 정부의 정책 기조인 '공공주도 주택공급 및 투기근절'과 맥락을 같이 하면서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영끌'해 수위는 한층 더 높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 부족(대규모 주택공급), 낮은 실현 가능성(공항 이전) 등의 문제로 주택시장 안정 대책으론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질러!'…쏟아지는 부동산 공약 

여당 대선주자들이 △대규모 주택공급 △공항이전을 통한 주택공급 △부동산 양극화 및 투기차단 등을 골자로 한 부동산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우선 주택 공급량을 대폭 늘리겠다는 공약이 눈에 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집은 돈 벌기 위해 사는 것(buying)이 아니라 행복을 위해 사는 곳(living)'임을 강조하며 주택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장했다. 임기 내 기본주택 100만 가구를 포함해 총 25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재명표 부동산정책'인 기본주택은 중산층을 포함한 무주택자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좋은 위치에 30년 이상 살 수 있도록 하는 공공주택이다. 이 밖에 토지공개념의 일환인 국토보유세(기본소득토지세) 도입 등도 예고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공급폭탄으로 주거 사다리를 회복하겠다"며 공공·민간부문을 합쳐 28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공공임대주택 100만 가구, 반값 이하 공공분양 아파트 30만 가구, 3기 신도시 및 2·4대책 추진으로 민간공급 150만 가구 등을 계획했다. 2030세대를 위한 '국가찬스'로 청약자격 개선, 생애최초 주택구입 시 만기 20년 이상 저리·고정금리 대출 등도 약속했다. 

이들이 '공급 규모'에 방점을 찍었다면 '공급 위치'부터 점 찍어둔 후보들도 있다. 공항 이전을 통해서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기도 성남의 서울공항을 이전해 '스마트 신도시'를 구축하기로 했다. 공항 부지엔 3만 가구를, 인근 지역은 주변 고도 제한이 해제되면 4만 가구를 조성해 총 7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공급 방식은 50년 모기지, 20~30년 장기전세 등으로 다양화하고 중형 평수의 아파트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산소득 격차와 불평등 해소를 위한 토지독점규제3법(택지소유상한법·개발이익환수법·종합부동산세법)도 예고했다. 

박용진 의원은 김포공항 기능을 인천공항으로 이전 및 통폐합하고 해당 부지에 스마트시티를 지어 2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또 청년세대를 위해 공급가격의 103%까지 대출해주고 시세차익은 공공과 공유하는 '가치성장주택'을 제시했다.

주택 공급보다는 투기 차단 및 가격 보조에 집중하기도 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사람이 땅보다 높은 세상을 만들겠다"며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지대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과세의 정상화, 합리적인 공정과세를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공공임대 등에 사용하겠다고 했다. 선 보유세 인상, 후 신규공급 원칙도 제시했다.

김두관 의원은 부동산의 근본 해결책으로 과감한 자치분권과 급진적 균형발전을 꼽으면서 '지방분권 가속화'를 공약했다. 무주택자에게 집을 원가에 공급하고 '국책 모기지' 조성을 통해 공동 대출로 주택구매를 보조해 주택마련 부담을 덜겠다는 것이다. 국책 모기지는 3000만원을 신탁하고 성인이 될 때까지 국가가 자산을 운용해 만 19세가 될 때 6000만원을 수령하는 구상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실패한 정책 또…'묘책'이 없다

시장에선 이들 공약이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하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공약이 구체적인 대안도 없고 실현가능성도 낮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주택공급의 경우 공급 장소를 특정하지 못했다. 이재명 지사가 제시한 기본주택의 경우 역세권 등 좋은 위치에 공급한다고 했지만 수도권에서 그만한 곳에 택지를 확보하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쟁후보들 사이에서 '구름 위에 짓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임대주택의 품질 상향도 어려운 문제다. 임대주택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기 때문에 품질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 가격은 유지하면서 품질을 높이려면 재원 조달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빠져있다. 

공항 이전 방안도 2000년대 무렵부터 거론됐지만 안보 등의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던 만큼 실현에 의문이 든다. 이전을 결정하더라도 공항이전에는 최소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시의적절한 주택공급은 불가능하다. 지방분권화 역시 지방 집값 상승, LH 땅투기 사태 재현 등의 우려가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급물량을 정한 뒤 세부사항을 짤 게 아니라 공급 가능한 입지와 계획을 종합해서 공급계획 물량이 결정돼야 한다"며 "또 고품질의 주택을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하려면 그에 맞는 자금조달과 운용계획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28번에 걸쳐 내놓은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지난해 8·4대책을 통해 대규모 공급을 추진하고 있으나 토지 보상 문제, LH 땅투기 사태 등 각종 논란에 막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현 정부에서 이미 나온 정책에 브랜드만 새롭게 붙인 수준이지 획기적인 내용이나 묘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금리, 유동성, 과수요 등이 빠지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인데 공급에만 급급하다"며 "이미 3기 신도시 등 공급이 진행 중이라 여기서 또 대규모 공급을 한다면 나중에 부동산 경기가 꺼졌을 때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현 정부가 규제를 심하게 늘리면서 부동산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건데 그럼에도 여권 주자들이 지나친 포퓰리즘으로 향하면서 '더 강한 규제'를 들고 나왔다"며 "그동안 봐 왔던 것처럼 주택시장 안정화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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