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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해야 재건축 가능"…일산 주민 달래기 나선 원희룡

  • 2023.03.24(금) 15:38

21일 일산 재건축 단지 방문…1기 신도시 중 첫 타자
'통합 재건축' 불만 많아…원희룡 "공공 기여 불가피"
리모델링·연립주택 재건축 등 현안도 '산더미'

"저희가 다 모의고사를 쳐봤거든요. 지금 안전진단은 전부 탈락이에요"

지난 21일 일산신도시를 찾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단독 재건축'을 요구하는 주민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원 장관은 1기 신도시 재건축 관련, 각 도시를 차례로 방문해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첫 타자였던 일산에선 '통합 재건축'에 대한 반발이 확연했다.

원 장관은 이날 오후 2시부터 노후 단지인 백송·강촌·백마·후곡·문촌·강선마을을 직접 걸으며 주민들을 만났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이동환 고양시장, 김준형 일산 총괄기획가(MP)를 비롯한 관계 기관 책임자와 취재진도 동행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가운데)이 일산 문촌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이하은 기자

'단독은 안되나' vs '안전진단부터 막혀'

일산 주민들의 화두는 '통합 재건축'이었다. 지난달 초 정부가 발표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주요 내용을 보면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용적률 상향 등의 특례는 통합 재건축단지를 위주로 적용된다. ▷관련 기사: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용적률·안전진단 완화…특별법 발의(2월7일)

문제는 단지별로 재건축 추진 속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정부는 통합 재건축 예로 인접한 4개 단지가 함께 재건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일찍 재건축을 추진하기 시작한 단지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백석5단지의 한 주민은 "권역별로 재건축을 진행할 때 먼저 준비가 된 단지가 있을 텐데 통합을 하더라도 일찍 추진한 단지는 먼저 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저3단지의 주민도 "총 4개 구역 중에 재건축을 추진하지 않는 단지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싶다"고 말했다.

원희룡 장관은 이례적 혜택에는 그만큼의 공공 기여가 따라야 한다는 취지를 거듭 밝혔다. 또 특별법 없이는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원 장관은 "통합할수록 공공 기여가 커지기 때문에 이익을 많이 드리겠다는 것"이라며 "단지가 커지면 지하 주차장을 넓혀 주차난을 해소할 수 있고, 어린이집 등 도시 전체를 위한 기능을 넣기가 수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개별로 접수된 단지들을 살펴보니 안전진단에서 모두 탈락인데, 특별법을 통해서 이걸 가능하게 하는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산신도시를 찾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 / 사진=국토부

리모델링·빌라는 뒷전?

이날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들의 거센 불만도 확인할 수 있었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는 리모델링 시 가구 수를 증가하는 등의 방안이 담길 예정인데, 실제 법안에 대한 논의는 재건축에 치우쳐서다.

강촌14단지 주민은 "일산에는 리모델링 시공사 선정이 끝나서 안전진단을 진행 중인 단지가 2곳이나 되는데 정부에선 리모델링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며 "특별법이 오히려 출발점에 선 리모델링을 막는 악조건이 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특별법이 민간 대단지 아파트를 위주로 구성되는 점에도 질타가 쏟아졌다. 연립주택이 많은 대화동과 민간주택과 공공주택이 혼재된 백석동 주민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대화동의 한 주민은 "연립주택도 다른 아파트 단지와 마찬가지로 심각하게 노후돼 누수 등의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며 "소규모 단지 10곳 정도가 함께 있다 보니 단독도, 통합도 힘든 구조인데 재건축을 진행할 방안을 함께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흰돌3단지 주민은 "블록 안에 LH 영구임대 단지가 함께 있는데 공공 입장이 어떤지 알 수가 없어 재건축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앞으로 저희가 원할 때 대화가 가능할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처럼 불가피한 경우 특별법에 제시될 '마스터플랜'을 따르면 단독 재건축도 가능하다고 한발 물러섰다.

김준형 MP는 "통합 마스터플랜에 따른다면 단독 재건축도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정부가 나서면 재산권 침해 우려가 있어 최소한으로 개입할 예정이니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원 장관 역시 어떤 단지도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통합적인 계획을 마련하겠다며 주민들을 다독였다.

원 장관은 "임대아파트, 리모델링은 알아서 하라는 게 아니다"며 "똑같은 국민인 만큼 한 분도 배제되지 않는 그림을 그리는 게 국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합이든 단독이든, 재건축이든 리모델링이든 어려운 결정이지만 결국 선택은 주민들의 몫"이라며 "필요한 정보와 상담은 국토부와 MP가 최선을 다해서 제공하고, 법과 계획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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