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대거 해제했다. 오세훈 시장의 역점 사업인 '신속통합기획' 사업지 중 조합이 설립된 6곳에 대해서도 토허제를 풀었다. 2028년까지 신통기획 대상지 총 75곳의 토허제를 풀어 사업 속도를 높여주기로 했다. 다만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등 재건축 단지와 투기과열지구(강남·서초·송파·용산) 내 사업지는 예외다.
그런데도 압구정과 여의도 등지는 토허제를 풀어주겠다는 강북지역 신통기획 사업지보다 더 뜨거운 모습이다. 토허제가 유지돼도 신고가를 경신하는 가운데 관리처분인가 이후 토허제가 풀리면 가격이 더 치솟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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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기획, 토허제 풀어 '신속' 더한다
서울시는 지난 12일 국제교류복합지구(GBC) 인근 4개동(잠실·삼성·대치·청담동) 아파트 305곳 중 291곳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신속통합기획 재건축‧재개발 사업지 123곳 중 조합설립 인가를 마친 6곳에 대해서도 지정을 해제했다. ▷관련기사: 토허구역 해제…'잠삼대청' 웃고 '압여목성' 울었다(2월12일)
이번에 토허구역에서 풀린 신통기획 사업지는 △중구 신당10구역 △중랑구 면목7구역 △양천구 신정1-5구역 △강서구 방화2구역 △강동구 천호3-3구역 △강북구 미아4-1구역 등 6곳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설립 인가 이후엔 사업 시행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사업이 안정적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 시기"라며 "적절한 손바뀜이 있어야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가격 폭등이 적은 대상지는 (토허제) 해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사업지는 토허제 해제를 반기는 모습이다. 신당10구역 조합 관계자는 "이번 규제 완화로 신당10구역의 재개발 사업이 더 원활하게 진행되고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도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면목7구역 물건을 중개하는 면목동의 A 공인중개사는 "아직 매물이 많이 나와 있진 않다"며 "실입주 조건, 다시 말해 2년 이상 거주 후 매도가 가능하다는 조건이 사라지니 투자할 만하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조합설립을 앞둔 △도봉구 쌍문3구역 △강동구 천호A1-2구역 △마포구 공덕7구역 △구로구 우신빌라 재건축 등 4곳의 경우 연말에 토허제가 해제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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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차적으로 내년 39곳, 2027년 10곳, 2028년 16곳 등으로 토허제 해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제 예정 사업지 리스트가 공개되면 투기가 일어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시장에서는 신통기획 사업지를 매력적인 투자 자산으로 보기보다는 투자에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듯하다"라면서도 "이번 토허제 해제로 거래가 원활해져 어느 정도의 수요 확대는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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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2억 달라는 압구정…여의도도 평당 1억
토허제 해제와 함께 온기가 서서히 퍼져갈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지들과 달리, 해제가 되지 않았음에도 급격히 뜨거워진 곳도 있다. 압구정과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이다. 서울시는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등 재건축 단지와 공공재개발 34곳, 투기과열지구(강남·서초·송파·용산) 내 신속통합기획 14곳 등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에야 해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압구정 2~5구역은 신속통합기획 방식으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강남구에 따르면 2구역(지난해 9월), 4구역(11월), 5구역(12월), 3구역(올해 1월) 순으로 정비계획 결정 요청을 추진했다. 가장 빠른 2구역은 상반기 중 최종 정비계획 결정 고시를 앞두고 있다.
압구정동의 A 공인중개사는 "조합설립 후 3년 안에 사업시행인가가 나야 하는데 아직 접수한 곳이 없어 3년 이상 보유한 집주인들은 다 팔고 있다"며 "조합이 아직 설립되지 않은 1·6구역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며칠 전 (30평대가) 41억원에 거래되자 30억원대 물건은 모두 들어갔다"고 말했다.
B 공인중개사는 "2~5구역은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어 가격이 60억원대로 올랐고 매물이 거의 없다. 1·6구역도 전화만 하면 보류하는 상황"이라며 "토지거래허가제가 풀리면 가격이 더 오를 테니 매수자 입장에선 지금이 기회"라고 전했다.
여의도에서도 시범, 삼부, 한양 등 주요 아파트들이 신속통합기획을 진행 중이다. 신통기획 1호인 시범아파트는 지난 13일 정비구역 지정을 마쳤다. 데이케어센터 기부채납을 두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었지만 결국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시범은 정비구역 지정 당일 전용 60㎡(18평)가 18억7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달 17일엔 전용 79㎡(24평)가 22억8000만원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여의도동의 A 공인중개사는 "24억원 아래 매물은 거의 없다. 그동안 가격을 제대로 못 받다가 점차 회복하고 있다"며 "정비계획 결정고시가 나서 이제 사업 속도가 붙었다. 보통 4년 걸리는 건축심의를 8개월 만에 끝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4월이면 토허제 지정된 지 만 5년이 되니 아마 내년에 해제될 것 같다"며 "내년쯤 되면 시공사 선정 단계기 때문에 토허제 해제와 맞물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수민 위원은 "압구정이나 여의도 신통기획 사업지는 충분히 오를 것 같다는 판단으로 실거주를 감수하려는 수요자들이 많다"며 "결국 토허제 해제 여부보다 주택으로서 얼마나 희소한 가치를 갖느냐가 투자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