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남 집값을 보면 2018년이 떠오릅니다. 한창 부동산 활황기였던 그때만큼이나 상승폭이 가파르거든요. 부동산 '대못' 규제로 꼽히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자 눌렸던 가격이 튀는 모습입니다.
그 영향으로 강북과 서울 외곽도 꿈틀대고 있는데요. 정부와 서울시에선 필요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지정하겠다는 경고까지 나왔습니다. 과연 이번엔 집값 상승의 불씨가 번지기 전에 끌 수 있을까요?

강남 집값 뛰니 강북도 뛰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매매가격지수 변동률에 따르면 3월 둘째 주(10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이 보합 전환했는데요. 이로써 지난해 11월18일(-0.01%) 이후 15주째 이어지던 하락세가 멈췄습니다.
서울의 오름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요.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20%로 전주(0.14%)보다 크게 올랐는데요. 서울은 올해 2월3일(0.02%) 4주간의 보합을 마치고 상승 전환한 뒤로 매주 상승폭이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부동산원 측은 "비역세권, 구축 등 비선호 단지에서는 매수 관망 추이가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재건축 등 선호단지 위주로 수요가 집중되고 상승 계약이 체결되는 등 서울 전체 상승이 이어진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강남권의 집값이 두드러지게 오르고 있는데요. 강남3구(서초·강남·송파)는 올해 2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영향으로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이달 들어선 그 상승폭이 눈에 띄게 커졌습니다.
서초구는 반포·잠원동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오르면서 지난주 아파트값 상승률이 0.49%에서 이번 주 0.62%로 큰 폭 올랐고요. 강남구(0.52%→0.69%)는 압구정·역삼동 주요 단지 위주로, 송파구(0.68%→0.72%)는 신천·잠실동 위주로 상승했습니다.
강남이 오르니 강북도 꿈틀대고 있는데요. 강북의 '집값 풍향계'로 꼽히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의 상승폭도 커졌습니다. 마포는 지난주 0.11%에서 이번 주 0.21%, 용산은 0.10%에서 0.23%, 성동은 0.08%에서 0.29%로 각각 올랐습니다.
서울 외곽지역까지도 상승 전환하는 분위기입니다. '영끌족 성지'로 꼽히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은 이번 주 하락에서 모두 벗어났습니다. 이들 모두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가량 매주 하락세를 유지했는데요. 강북은 -0.02%→0.03%, 도봉은 -0.02%→0.01%, 노원은 -0.03%→보합 전환했습니다.
수도권도 지난 2월24일(0.01%) 상승 전환한 뒤 3주째 상승세인데요.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주 0.02%에서 이번 주 0.05%로 올랐습니다. 경기도가 지난주 -0.04%에서 이번 주 보합 전환했는데요. 재건축 사업 지역인 별양·부림동 위주로 오르면서 과천시의 상승률이 지난주 0.51%에서 이번 주 0.71%로 크게 올랐습니다.
다만 인천 아파트값은 지난주 -0.03%에서 이번 주 -0.05%로 오히려 하락 폭이 커졌습니다. 연수구(-0.12%), 계양구(-0.08%), 미추홀구(-0.06%) 등의 집값이 내렸죠. 지방은 여전히 싸늘합니다. 지난주 -0.04%에서 이번 주 -0.05%로 내림폭이 조금 커졌는데요. 지방 아파트값은 지난해 5월27일(-0.01%)부터 41주째 하락세입니다.

'토허제' 효과는 진행중…앞으로는?
무엇보다 서울의 온도가 심상치 않은데요. 부동산 '대못' 규제로 꼽히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자 강남을 중심으로 눌렸던 수요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풀리됩니다.
지난달 서울시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내 14곳의 재건축 단지를 제외한 모든 아파트(291곳)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했습니다. ▷관련기사:토허구역 해제…'잠삼대청' 웃고 '압여목성' 울었다(2월12일)
이후 이들 지역 아파트의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가 지난달 30억원에 매매 계약돼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고, 잠실동 리센츠 59㎡도 지난달 24억3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올렸습니다.
이번 주 강남3구의 아파트값 상승률도 2018년 이래 최대 수준입니다. 당시 부동산 시장은 전국적으로 가격이 오를 때였는데요. 송파구는 2018년 2월 첫째 주(0.76%), 강남구는 1월 넷째 주(0.93%), 서초구는 1월 다섯째 주(0.69%)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정부가 바짝 주시하고 있는데요. 서울시는 지난주부터 강남3구와 마용성 등 주요 지역에 현장점검반을 투입해 불법 행위 등을 단속 중이고요. 동시에 '차질 없는 주택 공급'을 재차 강조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 시내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7000가구로 최근 3년 새 가장 많죠. 내년엔 2만4000가구로 앞으로 2년간 총 7만1000가구의 신축 아파트가 공급될 전망이고요.
정부와 서울시는 집값이 과하게 오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지난 13일 제13차 부동산 시장 및 공급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었는데요.
이 자리에서 서울시 측은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을 즉시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박상우 장관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집값 상승의) 기폭제가 된 측면이 있다"며 "서울시와 면밀히 검토해 필요한 상황이 온다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절한 행동을 하겠다"고 했고요.
다만 계절적 요인, 금리 인하 등 여러 요인들이 작용하면서 당분간 상승세가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로 눌려있던 가격이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고 있는데 그 효과가 안정되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아울러 규제 완화뿐만 아니라 계절적 요인, 금리 인하 및 추가 인하 가능성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며 "당분간 상승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