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 위주의 사업구조를 뜯어고친다. 이를 도맡을 LH 개혁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이번 주 중으로 발표한다. 앞서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20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LH 택지의 민간 매각 문제에 대한 근본적 개선 방안 마련'이 포함됐다.
LH는 사업 구조 변화를 앞두고 수장도 바뀐다. 임기가 아직 3개월 남은 이한준 사장은 사표를 던졌다. LH 새 수장은 기존의 LH와 달라진 경영 환경에서 기관을 이끌게 된다. 공공 주도의 공급 정책 수행과 아울러 과중하다고 지적받은 부채비율도 낮춰야 한다. 그동안 경영진과 대립한 노조와의 관계 개선도 숙제다.
물러나는 이한준, GH 출신들 물망
26일 LH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한준 사장이 지난 5일 사의를 표명한 후 사표 수리 절차를 밟고 있다. LH는 이 사장의 사표가 수리된 이후 차기 사장을 선정하기 위한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LH 사장은 공개모집 후 임원추천위원회가 후보자를 추리고,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검증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사장의 후임으로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와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 등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도시계획·도시설계가 전공이다. 주거복지모델 개발, 한국형 스마트시티 연구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2018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을 역임했고 2022년도에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공사) 사장을 맡았다. 당시 서울시와 경기도의 지방자치단체장이 각각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로 모두 여당 인물이다. 이재명 정부 첫 국토부 장관 하마평에도 올랐다.
김 교수는 다수의 지방 도시공사를 이끈 풍부한 실무 경험이 강점이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에도 합류해 활동했다. 지난 8일에는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 소속으로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모듈러주택 현장을 방문해 관련 주택건설 기술 현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정부가 구상하는 LH의 개혁과 공급 정책 수행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변호사인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도 신임 LH 사장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그는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일 때 닿은 인연을 발판으로 경기도지사 때 GH 사장을 맡았다. 대선 때도 선거대책위원회 금융주거본부 금융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등 친명 인사로 분류된다.
이 전 사장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싱가포르의 토지임대부주택 사례를 소개하며 '환매조건부' 기본주택 모델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LH의 주력 사업을 택지 매각이 아닌 토지 임대 방식으로 바꾸려고 논의하고 있다.
김 교수와 이 전 사장 외에 김헌동 전 SH공사 사장도 공개적으로 LH 사장 자리에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정치인 출신 김윤덕 국토부 장관과 학자 출신 이상경 제1차관이 주택 정책 관련 전문성이 비교적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이들을 보조할 정통 관료 출신도 물망에 오를 수 있다. 내부인사의 승진 임명 가능성도 회자된다.
개혁 예고된 LH, 과제는 수두룩
LH 내부에서는 정부의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을 수 있는 인물이 오기를 기대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0일 "대통령비서실장을 팀장으로 하는 공공기관 개혁 태스크포스(TF)가 만들어질 것"이라면서 "국토교통부 소관인 LH 개혁은 일주일 후에 국토부에서 발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LH의 새 수장은 정부의 의도에 맞춘 LH 개혁안을 수행하면서 노사 관계도 개선해야 한다. LH 노조는 올해 이한준 사장이 독단적인 경영을 했다며 퇴진 운동을 벌이기도 하는 등 경영진과 관계가 악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노조와의 관계 역시 무난하게 풀어낼 수 있는 인물이 임명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LH의 전체 노조원은 무기계약직 정규직 2000명을 포함해 7373명에 달한다. LH는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합쳐진 2015년 이후로도 각각의 노조가 분리돼 운영됐으나 2018년부터 이를 합쳐 지금의 노조를 이뤘다. 여기에는 LH 창립(통합) 이후 공채직원 중심으로 구성된 LH통합노동조합도 포함된다.
아울러 경영 성과도 내야 한다. 특히 토지임대부 방식의 사업을 주력으로 하게 되면 안정적인 수익 창출 흐름을 만들기까지는 적잖은 비용 투입이 예상된다.
단기적인 경영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지만 LH는 오는 2028년까지 부채비율을 232%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LH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217.7%지만 향후 공공주택 공급 확대로 재정 지출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시에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토지매각 사업을 줄인다면 재무건전성에 단기적인 타격은 불가피하다.
새로 올 LH 사장에게는 조직 정비와 아울러 공공 중심의 공급을 주도하면서 재무적 타격까지 최소화하는 경영 능력이 요구되는 셈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토부 장관이 주택 정책 관련해 전문가가 아니라고 직접 밝힌 만큼 LH 사장이 정책 제언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전문성뿐만 아니라 정부와 정책적 코드가 맞는 인물이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