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시즌2를 본격 가동하며 주택 공급 속도전에 드라이브를 건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기간을 최대 6년 6개월 앞당겨 향후 6년 동안 연간 5만가구 이상을 착공한다는 계획이다.▷관련기사:오세훈 서울시장 "신통기획으로 6년간 31만가구 착공"(9월29일)
시장에서는 '민간 주도 공급 확대'라는 방향성은 긍정적이나 실제 계산대로 착공이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부호를 남겼다.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한강변 일대에 특히 공급 확대 물량을 집중하기로 한 가운데 단기적으로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 안정 위해선 물량 늘려야"
서울시는 29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주택공급 대책 기자설명회'를 열고 민간 중심 정비사업 확대를 골자로 하는 '신통기획 2.0'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브리핑을 맡았다.
신통기획 시즌2는 정비사업 초기부터 준공까지 전체 과정 중 인·허가 구간 절차를 간소화해 사업 추진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를 통해 2031년까지 총 31만가구 착공, 2035년까지 37만7000가구를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강남3구(서초·송파·강남구) 및 용산·마포·성동·광진 등 이른바 '한강벨트' 지역에 전체 착공 물량의 63.8%에 해당하는 19만8000가구를 집중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민간 주도 공급 확대라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장기적인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가 쏠리는 서울 주요 지역에 공급 물량을 늘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윤지해 부동산R114 프롭테크리서치랩 랩장은 "지자체의 역할은 신통기획처럼 인허가 과정에서 불필요한 지연 과정은 해소해 주는 것"이라며 "계획대로 연간 5만가구 이상 착공할 수 있다면 시장 안정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 랩장도 "한 해에 5만가구를 넘게 착공한다는 건 최근 몇 년 안에 가장 많은 물량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라며 "올해 1만가구도 분양을 못한 상황에서 서울시의 이러한 공급 확대 계획이 현실화한다면 매우 많은 물량이 풀릴 걸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이어 "결과적으로 정비사업 속도를 개선해야 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중심을 두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기 레이스엔 불리할 수도"
다만 단기적인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서울시가 한강벨트 지역 공급 확대를 천명하며 규제 완화가 예상되는 만큼 수요자들이 이를 호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윤 랩장은 "한강변 쪽에서 재정비를 서두르고 공급을 늘리는 건 미래 공급량 확보에는 분명히 도움이 된다"면서도 "용적률 상향을 통해 한강벨트 일대를 고밀개발하겠다는 건데 이런 부분은 시장에서 호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함 랩장 또한 "한강벨트 일대에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을 늘린다는 내용은 어쨌든 시장에서는 호재로 작용한다"며 "단기적인 가격 안정 효과를 갖고 올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장기 가격 안정 효과 유도를 위해서는 결국 서울시 계획이 실천에 옮겨질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의견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현재 서울시 내 조합설립인가 이후 단계에 있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규모는 약 27만가구 수준"이라며 "즉 향후 5~6년 동안 이들 사업 상당수가 실제 착공으로 이어져야 목표 달성이 가능한데 인허가 외에도 공사비 부담, 이주비 대출 규제, 분담금 문제 등 사업성 제약을 고려할 때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윤 랩장 또한 "한 해에 입주물량을 2만가구 맞추기도 빠듯한 현 상황에서 연간 5만가구 이상 착공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며 "민간 주도든 공공 주도든 그 부분이 중요한 건 아니다. 공급량을 늘릴 수 있다면 민간과 공공이 힘을 합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단기적으로는 그런 (가격 급등과 같은)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수급의 불균형인 만큼 서울시의 이러한 노력이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너는 너, 나는 나?
정부와 서울시가 주택 공급과 관련해 엇박자를 내면서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서울시가 낸 주택 공급 대책과 관련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구체적인 내용은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와 서울시 간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관련기사:국토장관 "시장 면밀 모니터링"…추가 종합대책 시사(9월29일)
양 전문위원은 "정부는 공공주도형, 착공 기준 관리, 공급 시점 단축이 핵심인 반면 서울시는 민간 주도·정비사업 속도에 방점을 찍고 있다"며 "정부가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목표로 한다면 서울시는 수요가 필요로 하는 도심 내 공급을 하면서 집값 안정을 목표로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윤 랩장은 "정부와 서울시가 어느 정도 합의점은 있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며 "공급 확대, 정비사업 활용 등의 노선에 있어서는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방법론적인 합의가 필요한 것 같은데, 시장에 혼선이 생길 수 있는 만큼 공급량과 관련해서는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이러한 지적과 관련해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정부와 특별히 (주택 공급에 있어) 충돌하는 부분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정부의 일을 하는 것이고 시는 지자체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을 하는 것으로 봐주시면 되겠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