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도, 새로움도 없었다.
정부가 9·7 공급대책을 발표한 지 20여일 만에 서울시가 별도 공급대책을 내놨다.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정책이 시장안정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보완책을 제시한 것이다. 기존 대책 답습, 서울지역 공급과 정비사업 규제 완화 구체화 부재 등 지적이 나왔던 만큼 서울시 대책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했다. ▷관련기사 : 오세훈 주택정책, 이재명 정부 딴지일까 보완일까?(9월19일)
그러나 실상은 비슷했다. 신규 공급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는 없었고, 규제 완화도 구체성이 부족했다. 두 정책 모두 '주택가격 안정'이란 목표와 달리, 오히려 '집값 상승 불안'만 키우는 역효과를 우려케 했다. 발맞춰야 할 정부와 서울시가 각자도생에 나서니 정책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관련기사 : 오세훈 서울시장 "신통기획으로 6년간 31만가구 착공"(6월29일), "6년 간 '재재' 31만가구 착공…그런데 될까요?"(9월29일)
오세훈 공급대책? '신통기획 시즌2'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9일 정비사업을 통한 민간 공급을 중심으로 2031년 31만가구 착공을 약속했다. 이 중 63.9%에 달하는 19만8000가구가 강남 3구 등 한강벨트에 집중된다고 강조했다. '신통기획(신속통합기획) 시즌2'란 이름이 붙은 이번 정책은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 단축, 환경영향평가 간소화, 경미 변경 권한 구청장 위임 등이 골자다.
하지만 이는 기존 정비사업 추진구역의 사업속도를 조금 높이는 수준일 뿐, 신규 물량 발굴은 없었다. 기존 정비사업 촉진 내용을 '종합 정리'한 수준이란 평가다. 아파트 외 가격 수준별로 접근할 수 있는 공급 내용이나 비아파트 공급 등 구체적인 방안도 담기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 7월 발표한 '주택공급촉진방안'으로 정비사업 기간을 평균 18년 6개월에서 13년으로 5년 6개월 단축하고, 이번 대책으로 1년여를 추가 단축해 12년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구역 지정까지 2년, 착공까지 6년, 준공까지 4년이 걸린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 역시 주민 간 갈등 등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를 배제한 '희망적 수치'다.
수요 많은 한강변…불안요인도
강남 3구는 올해 서울 전체 평균 누적 상승률(5.25%)의 두 배가 넘는 상승률(서초 10.59%, 강남 10.51%, 송파 13.43%)을 기록 중이다. 마포(8.63%), 용산(7.70%), 성동(11.15%)도 평균 상승률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한강벨트 공급 확대는 투자 심리를 자극해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서울시도 단기적 상승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수요공급 불균형 측면에서 수요가 많은 곳에 공급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냐"고 답했다.
문제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라는 공급대책의 본래 목적과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공급 기대감으로 수요를 지연시키기보다 추가 규제 우려를 더 키우는 바람에 공급대책 발표 직후 '패닉 바잉'을 불러온 정부 대책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양상이다.
소통 없이 따로 가는 공급책
문제는 또 있다. 이번 공급대책 발표를 두고 국토부와 서울시는 서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국토부 장관과 주택토지정책 총괄 담당자조차 서울시 공급대책 발표 당일 "세부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소통하고 있다'는 말 뒤에는 '협의가 필요한 부분만'이라는 내용이 생략됐다. 서울시 쪽에서는 "국토부랑 협의하는 것은 맞지만 법 개정이나 국토부에서 지원해 줄 필요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 소통하고 협의하는 것이지 지자체 권한과 역할에서 할 수 있는 부분까지 허락을 받거나 협의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협의는 시늉만 하고 공급 신호는 이원화했다. 국토부는 공공주도 공급 기조를 이어가며 향후 금융 규제·수요 억제책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반면 서울시는 민간 주도, 특히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을 놓고는 보이지 않는 기싸움도 벌어지는 모습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의 공공주도 공급정책에 서울시의 민간주도 공급이 보조를 맞춘다면 긍정적이겠지만 엇박자가 날 경우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면서 "한강 변 재개발·재건축 중심의 공급은 투자 수요와 기대감이 결합해 가격 급등 불안요소가 될 수 있고 가을 이사철, 금리 인하와 맞물려 시장 변동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강남 3구는 실제 들어갈 수 있는 수요층이 제한적인 만큼 이외 가격별, 주거유형별로 체계적인 공급계획이 나와야 공급 기대감에 따른 수요 유예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책의 성패는 실효성 있는 내용뿐 아니라 시장의 신뢰에 달려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따로가 아닌 함께 지지대가 될 때 비로소 외부 충격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시장 안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