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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마포 합정점 '상생협약' 그후…

  • 2014.07.15(화) 16:47

전통시장 매출감소, 상생품목은 덜해
소비자 절반이상, 영업규제 필요성 동의

지난해 3월 서울 마포구에 홈플러스 합정점이 문을 열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간 갈등의 상징이었던 합정점은 인근 상인들의 반대에 부딪혀 반년 넘게 개장이 미뤄지던 곳이다.

당시 홈플러스와 시장상인들은 합정점이 떡볶이·순대·오징어·풋고추·밤·대추·이면수·코다리 등 15개 품목을 팔지 않고, 인근의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폐점하는 것 등을 조건으로 상생협약을 맺고 망원점 오픈에 합의했다.

특히 15개 품목을 '상생품목'으로 정해 판매금지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있는 일로 적지 않은 상징성을 띠고 있었다. 홈플러스와 시장상인들의 합의는 곧바로 서울시의 대형마트의 51개 품목 판매제한 움직임으로 이어졌고, 지난해 말에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될 정도의 영향을 끼쳤다. 경쟁사들 사이에선 홈플러스가 괜한 짓을 했다며 못마땅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을 놓고 팽팽히 맞서던 전통상인들과 홈플러스가 지난해 2월말 상생협약을 맺었다.


◇ 망원시장과 공덕시장 차이점

 

1년 4개월이 흐른 지금 홈플러스 합정점 인근 시장상인들과 주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상생품목은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됐을까. 참여연대와 중소기업살리기포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이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조정식·전순옥 의원실과 공동으로 15일 개최한 '대형마트 상생품목제도 여론조사 발표와 입법 간담회'에서 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자료가 공개됐다.

이날 발표된 '대형마트 상생품목제도 여론조사'는 기초조사와 사전조사, 전체조사까지 두달 반이 걸렸다. 특히 중소상인에 대한 조사는 홈플러스 합정점과 동일상권에 있는 전통시장 2곳(망원시장·망원월드컵시장)과 마포구내 다른 상권에 있는 전통시장 2곳(마포농수산물시장·공덕시장)을 조사대상으로 삼았다. 상생품목제를 시행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구분해 그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현재 마포농수산물시장 근처에는 홈플러스 월드컵점, 공덕시장에는 이마트 공덕점이 있지만 두 점포는 특정품목의 판매를 제한하는 상생품목제는 실시하지 않고 있다.

◇ 상생품목제, 비올 때 '우산' 역할

조사대상이 된 총 322개 점포의 상인들은 1년 전에 비해 하루평균 매출액이 약 15.9% 줄었다고 응답했다. 상생품목제의 보호를 받는 망원시장·망원월드컵시장이나 그렇지 않은 마포농수산물시장·공덕시장 모두 매출감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상생품목제를 도입한다고 곧바로 전통시장의 매출증가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상생품목제가 최소한의 안전판 역할은 한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 매출감소폭에서 차이가 났다. 상생품목제의 우산 아래 있는 망원시장·망원월드컵시장 매출 감소폭은 20% 미만인데 비해 그렇지 않은 마포농수산물시장·공덕시장은 25% 이상 줄었다. 농산물과 수산물, 축산물 등 품목별 판매량도 망원시장·망원월드컵시장이 마포농수산물시장·공덕시장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병국 시립인천대 무역학부 교수는 "홈플러스 합정점에 도입된 상생품목제가 해당지역 중소상인 점포의 판매증진 혹은 판매부진의 감소에 어느 정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전통시장별 1년전과 비교한 일일 매출액 변화


◇ "비인기 품목 편중 개선해야"

그럼에도 시장상인들은 상생품목의 재선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홈플러스 합정점의 경우 중소기업청이 권고한 상생품목은 무·배추·삼겹살·사과·배 등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에서 많이 찾는 10개 품목이었으나 홈플러스의 거부로 최종적으로는 지금과 같은 비인기 15개 품목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유 교수는 "현재 홈플러스 합정점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상생품목제에 대해 중소상인들은 ‘불만족한다’는 답변이 ‘만족한다’는 답변보다 2배 이상 높게 나오고 있다"며 "일방적 혹은 형식적인 접근이 아닌 실효적인 품목선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홈플러스 합정점·망원시장·망원월드컵시장을 이용하는 20∼60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도 함께 이뤄졌다. 총 511명이 응답했으며, 이 가운데 415명(81.2%)이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의 영업시간 제한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의무휴업과 신규입점 제한에 동의하는 의견도 67.1%에 달했다. 상생품목제와 관련해선 54.8%가 필요성을 인정했다.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상품품질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고, 전통시장을 가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 대형마트·SSM 영업규제 필요성에 대한 소비자 의식


◇ "도매업 적용" 의견도

한편 이날 간담회에선 대형유통업체가 도매시장에 진출할 때도 상생품목 지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마트의 계열사인 에브리데이리테일은 지난 5월 부산지역 중소도매상인들과 상생합의를 맺고 향후 3년간 부산지역에서 냉장어묵·유부·김치·단무지·햄·우유 등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에브리데이리테일은 온라인 도매몰인 '이클럽'을 통해 소매상인을 대상으로 상품공급업을 해왔다.

김영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사무국장은 "영세도매업의 몰락을 막기 위해 일부 상생품목은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을 통해 대형유통업체에서 근원적으로 취급을 할 수 없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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