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계는 추석 직후 반짝 뜨는 상품 중 하나다.
명절음식을 즐길 땐 몰랐던 뱃살이 어느 순간 눈에 들어오면서 체중계를 집에 들여놓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많기 때문이다.
초콜릿도 인기상품이다. 며칠동안 기름진 음식을 먹다보니 달달한 초콜릿으로 입맛을 달래려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누구는 몸무게가 걱정돼 체중계를 들여놓고 누구는 즐겨먹지 않던 초콜릿을 찾아먹는 묘한 부조화가 추석 직후 풍경이다.
한 대형마트가 이러한 현상을 'DSLR’이라는 말로 정리했다. 카메라가 아니다. 추석 직후 다이어트(Diet), 달콤함(Sweet), 레저(Leisure), 분위기 전환용(Rfresh) 상품이 많이 팔린다며 영어 앞글자를 따서 'DSLR'이라고 이름 붙였다.
일반적으로 추석 직후 열흘간은 추석대목 때에 비해 매출이 30% 가량 줄어든다. 하지만 DSLR 상품은 많게는 40% 가량 매출이 뛰었다.
▲ 추석 직후 대형마트 매출은 대목 때에 비해 30% 가량 줄어든다. 그러나 일부 상품은 추석 직후가 더 많이 팔리는 특수를 누린다. (사진은 롯데마트 '땡스위크' 행사 당시의 모습) |
롯데마트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추석 직후 열흘간 체중계 매출은 추석 직전 열흘간에 비해 평균 33% 많았다. 아령, 덤벨 등 헬스용품 매출 신장률도 23%에 달했다. 닭고기도 닭가슴살 매출이 11% 늘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추석 직후 다이어트와 몸매 만들기에 관심을 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달함을 찾는 사람들로 초콜릿과 코코아도 각각 35%, 29%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했다. 과일은 사과와 배는 매출이 급감했지만 신맛을 내는 오렌지는 40.6% 급증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름진 명절 음식에 지친 입맛을 달고 신 음식으로 달래는 것이다. 추석 직후엔 라면 중에서도 맵고 짠 라면이 더 많이 팔렸다.
본격적인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추석을 계기로 레저와 야외용품도 각광을 받았다. 특히 등산복(35%), 등산용품(42%), 인라인·스케이트보드(17%), 자전거(41%)가 불티나게 팔렸다. 집안 정리와 분위기 전환에 유용한 수납용품도 추석 전에 비해 매출이 24% 늘었고, 다리미와 세탁건조대도 많이 팔렸다.
변지현 롯데마트 마케팅전략팀장은 "포스트 추석 시즌에는 추석 특수를 대체할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분석해 낼 필요가 있다"며 "DSLR 상품군에 대한 물량 확보와 가격 할인을 통해 ‘불황 후 빈곤’이 찾아오는 시기인 추석 이후를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