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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 '스타워즈' 대박 낸 박대리

  • 2016.11.01(화) 14:47

25일간 中관광객 3만명 방문
인력거투어 등 마케팅 새바람

▲ 롯데백화점 본점 옆 영플라자 옥상 위에 모습을 드러낸 '다스베이더'. 25일간 이 자리에 군림했다.

지난달 1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옥상. 영화 스타워즈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인 '다스베이더(스타워즈에 나오는 악인)'의 10m짜리 검은색 흉상이 세워졌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거리인 명동 유네스코길에서 바라보면 다스베이더의 옆모습이 곧바로 눈에 들어온다. 다스베이더는 1층에 스톰트루퍼, 데스트루퍼 등 자신의 제국군을 거느린 채 25일동안 이 자리를 지켰다.

서울 도심에 제국군이 나타났다는 소식은 국내 뉴스에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지만,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는 금방 입소문이 났다. 중국인 3만명이 이곳을 찾아 스타워즈의 내한(來韓) 현장을 둘러봤고 5000명이 웨이보와 웨이신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샷'을 올렸다.

"중국에서 외화는 흥행하기가 쉽지 않은데 올해 1월 개봉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예외였습니다.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거든요. 그래서 준비한 게 반응이 좋았습니다."

스타워즈를 서울 한복판에 등장시킨 박혜진(28) 롯데백화점 문화마케팅팀 대리는 행사를 준비한 소감을 이 같이 전했다. 박 대리는 롯데백화점의 중국통으로 꼽힌다. 중학교 3학년 때 혼자 중국으로 건너가 칭화대를 졸업할 때까지 7년을 베이징에서 생활했다. 그는 "틈날 때마다 중국 현지뉴스와 중국인들이 사용하는 SNS를 둘러본다"고 했다.

지난 5월초 롯데백화점이 본점-광화문광장-북촌 한옥마을을 잇는 '자전거 인력거 투어'를 진행한 것도 박 대리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인력거 투어는 상품권 증정이나 가격할인 중심의 사은행사에서 벗어나 백화점에 체험형 마케팅을 도입한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주말에 북촌에 갔더니 한복 입은 중국인들이 인력거를 타고 어디론가 가더라고요. 알아보니 한복을 입으면 경복궁 무료입장이 가능하대요. 우리는 잘 몰랐지만 중국인들 사이에선 한복 입고, 인력거 타고 서울 구경하는 코스가 인기였던 거죠."

그는 곧바로 인력거 투어업체인 '아띠'를 찾아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이끌어냈다. 나중에 이 소식을 접한 경쟁사들은 선수(先手)를 빼앗겨 아쉬워했다고 한다.

 

▲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 4층 글로벌 라운지 앞에서 박혜진 대리가 중국인 관광객이 좋아하는 크림과 나전칠기 액세서리를 들고 서있다.


지금은 롯데백화점의 유망주로 꼽히지만 불과 몇년전만 해도 박 대리는 대학을 나오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한 수많은 청년실업자 중 한명이었다. 그는 사수(四修) 끝에 2012년 7월 롯데백화점에 인턴으로 입사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유일의 백화점이 롯데백화점입니다. 꼭 입사하고 싶은 곳이었죠. 그런데 안 뽑아주더라고요. 서류나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졌습니다. 롯데백화점 입사원서만 네번 썼습니다. 나중엔 면접관 질문도 예상할 수 있겠더라고요."

좁은 관문을 뚫고 들어온 박 대리에게 백화점은 기회의 땅이었다.

 

능숙한 중국어와 익숙한 중국문화 덕에 그가 책임진 매장의 매출이 쑥쑥 올랐다. 그는 한번 방문하면 1억원어치씩 쓸어담는 '따이고우(代·중국 보따리상)'들과 친했다.

 

여기에 중국인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날개를 달아줬다. 젠틀몬스터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인 전지현이 착용해 유명해진 토종 선글라스 브랜드로 현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샤넬이나 루이비통, MCM 등 명품을 제치고 매출 1위를 달리는 효자 브랜드다.

 

"손님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을 보니 밤에 잠이 안오더라구요. 젠틀몬스터 사장님께 매달렸죠. 딴데 가시면 안된다고….(웃음)"

 

그가 맡은 젠틀몬스터 매장은 많을 땐 한달에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박 대리는 영업현장을 떠나 지금의 마케팅 부서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주특기를 살리고 있다. '왕홍(網紅·중국 파워블로거)' 초대행사, 길거리 '휴먼배너(등에 간판을 매고 행사를 알리는 것)' 등 각종 이벤트에 자신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것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가 관리하는 웨이보는 6개월새 팔로워가 70만명 늘었다.

"사실 매출이 안나온 행사도 많습니다. 중국의 부호클럽 멤버 10여명을 초대해 최고급 서비스를 제공한 행사가 있었는데 회사의 기대치에는 못미쳤죠. 그래도 재미있는 시도를 하다보면 언젠가는 결실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연말 서울 잠실에서 중국인 대상 한류콘서트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 박 대리도 그 준비로 바빴다.

그는 "사드 배치나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객 감축 방침 등으로 한국의 관광산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아직 현장에서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중국인들도 단체관광 대신 개별 자유여행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앞으로는 이들에게 한국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문화행사를 소개하는 게 점점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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