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가성비 좋은 김영란 세트 찾아요"..설 선물 트렌드

  • 2017.01.26(목) 15:37

'5만원·생필품·온라인' 3가지 키워드



`5만원 미만` `양말 세트` `온라인 쇼핑몰`
 
불황 속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시행으로 올해 설 선물 고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우선 설맞이 선물을 고르는 풍경에 김영란법이 깊숙이 스며들었다. 좋은 걸 사주고 싶다는 마음도 크지만 혹시 모를 범법에 대한 우려로 '5만원 한도'를 지키는 이들이 많다.
 
"예비 처가에 보낼 선물을 고민하면서도 김영란법이 신경 쓰였습니다. 장인어른이 저와 같은 업계에서 일하시거든요. 혹시 몰라서 5만원 조금 안 되는 걸로 골랐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다시 사드려야죠, 뭐." (다음 달 상견례를 앞둔 이모(26)씨)
 
# 5만원 미만
 
김영란법 소관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내놓은 '3·5·10·100만원' 공식이 이번 설을 거치면서 국민 상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 공식은 "비즈니스관계는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까지, 그 외는 최대 100만원"으로 요약된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첫 명절인 이번 설 선물은 ‘실속’에 초점을 두는 분위기다. 그동안 명절 선물세트로 볼 수 없었던 5만원 대 이하 소고기와 굴비 세트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소비자들의 이 같은 속내를 간파한 유통업계도 이번 설맞이 기획전의 방점을 '5만원'에 찍었다. 
 
농협하나로마트는 지난 15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여는 설맞이 국내산 농축산물 기획전에서 행사 전체 공급량 중 70% 가량을 5만원 이하 상품으로 채웠다. 
 
설 선물로 인기가 높은 사과·배 선물세트를 4만3000~4만8000원대로 구성했고 정육류도 5만원에 맞춰 그램 수를 조정했다. 한우 선물세트에는 600g을 담아 4만9900원으로 맞췄고, 돼지고기 선물세트는 부위별로 총 2400g을 담아 4만2500원짜리로 구성했다. 
 
# 생필품
 
"알바해서 번 돈으로 부모님 선물을 산다고 하니 점원이 양말을 추천해줬어요." (부모님께 설 선물을 하기 위해 백화점을 찾은 황모(20)씨)
 
불황은 넉넉하던 설 인심마저도 얼어붙게 했다. 값 비싼 선물은 주는 이나 받는 이 모두 부담스럽다는 게 요즘 소비심리다. 이 같은 시장 민심을 잘 아는 유통업계 판매원들은 값 비싼 기호품 대신 저렴한 생필품 위주로 선물 추천을 하는 분위기다.
 
실제 비누와 치약, 양말, 통조림과 같은 생필품 선물이 잘 팔린다. 같은 술이라도 값 비싼 양주나 와인보다 해외 맥주가 인기다.
 
▲ 비싼 양주·와인 선물세트 대신 맥주 선물세트가 등장했다. /사진 이명근 기자 qwe123
 
롯데백화점이 지난달 5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설 선물 매출을 집계한 결과, 5만원 미만의 가공식품·생필품은 작년 설 때보다 37% 늘어난 반면 굴비와 정육 등은 각각 23%, 10% 감소했다. 이마트도 축산물과 수산물은 각각 19%, 16% 줄어든 반면 통조림과 양말세트는 6%, 4%씩 늘었다.
 
'내 돈으로 사기는 아깝지만 남한테 받고 싶은' 게 기호품이라면 생필품은 '사 써야 하는' 물건이다. 불황 속 고급 선물은 못 하더라도 생계에 보탬을 주고픈 마음이 반영된 선물 트렌드로 해석된다.
 
# 인터넷쇼핑몰
 
불황으로 명절 특수를 못 누려 울상인 백화점과 마트와 달리 온라인쇼핑몰은 나 홀로 웃었다. 직접 장을 보는 대신 인터넷에서 저렴하게 식재료를 사면서 선물도 같이 구입하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온라인쇼핑몰 옥션은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설 선물세트 판매량이 2014년 같은 기간 보다 3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작년과 비교해서도 1.9배 늘어난 규모다. 
 
▲ SK플래닛 11번가는 월 40만건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이천 전용물류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사진/11번가
 
온라인쇼핑몰이 배송 문제를 해결한 것도 인기를 끈 요인이다. 11번가는 설 연휴 이틀 전인 25일 6시까지 주문을 완료하면 26일 오전 7시에는 물건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한 '새벽배송'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쇼핑몰별로 가격대 비교가 가능해 같은 물건이라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점도 주효했다. 가성비 좋은 물건을 찾는 스마트 소비자들의 증가로 설맞이 장터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것이다. 
 
지난해 첫째 아이를 낳은 결혼 3년차 전모(29)씨는 "요즘 신혼부부들은 직접 장 보는 일이 이벤트로 여겨질 정도로 드물다"며 "생필품을 살 때 늘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는데 설이라고 크게 다를 게 없어 설 선물도 인터넷으로 샀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