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스타벅스가 서울 신촌 한복판에 대형 매장을 개점키로 결정하자 당장 이 일대 커피전문점들 영업에 비상이 걸렸다. 이곳에서의 승부가 국내 커피점 시장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지난 1999년 스타벅스가 국내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나온 기사 중 일부입니다. 스타벅스는 당시 서울 신촌 이화여대 인근에 3층 규모의 국내 1호점을 냈습니다. 이후 대학로와 강남, 명동, 압구정 등 서울의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한 뒤 주거 지역이나 지방으로 밟을 넓히기 시작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스타벅스 매장은 전국에 1250여 개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습니다.
당시 기사 내용처럼 스타벅스가 '등장'한 즈음부터 국내 커피시장 판도도 크게 변했습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집이나 사무실에서 타서 마시는 믹스커피나 '다방 커피'가 대세였다면 이제는 스타벅스 등 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테이크아웃'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됐습니다.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할리스커피와 이디야커피, 탐앤탐스, 엔제리너스, 카페베네, 커피빈 등 대형 커피전문점들이 계속 점포를 늘려왔습니다. 이에 따라 커피 소비량 자체도 늘어서 이제 국내 커피시장 규모는 1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지난 한 해 한국인은 무려 265억 잔의 커피를 마셨다고 하네요.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주목할 만한 사실은 다른 커피전문점들의 경우 과열 경쟁 등으로 점차 정체 국면에 빠져들고 있는 반면 스타벅스는 여전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난 2017년 매출은 1조 2634억원으로 전년보다 25.9%나 늘었습니다. 영업이익도 1144억원으로 33.9% 증가했고요.
너무 승승장구해온 탓일까요. 최근 스타벅스가 난관에 부닥쳤습니다. 소상공인 업계가 일부 국회의원실 등을 통해 이른바 '스타벅스법'을 추진한다는 소식 때문인데요. 소상공인연합회는 스타벅스의 '무차별적'인 출점으로 골목상권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를 법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법엔 최근 편의점 업계가 만든 자율규약과 비슷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입니다. 편의점은 앞으로 브랜드와 관계없이 추가로 출점할 경우 50~100m의 거리 제한을 받는데요. 스타벅스 역시 일정 거리를 두고 출점을 해야 한다는 거죠.
이들은 특히 스타벅스의 경우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 형태인 탓에 '무차별적'인 출점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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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이나 광화문 등 핵심 상권에선 건물마다 스타벅스 매장이 들어선 것을 겨냥한 건데요. 실제로 다른 경쟁 커피전문점들은 가맹 형태로 운영하다 보니 같은 브랜드 점포는 일정 거리를 두고 출점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미 커피전문점이 있는데 바로 그 옆에 점포를 내려는 가맹점주는 별로 없을 테니까요.
반면 스타벅스는 모든 매장을 본사가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특정 상권에 집중적으로 점포를 내는 전략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겁니다.
다만 스타벅스법이 실제로 법안으로 만들어져 추진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는데요.
일단 편의점 등에 출점 거리 제한을 두는 이유는 기존 가맹점주를 보호하려는 조처입니다. 가맹점주가 일정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본사도 어느 정도 책임감을 갖고 '상생' 차원에서 출점 장소를 정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스타벅스의 경우 '상생'해야 할 가맹점주가 따로 없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가 어렵습니다. 바로 옆 건물에 점포를 내서 기존 점포 매출이 줄더라도 그건 전적으로 스타벅스 본사가 감수합니다.
개인 커피점 등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스타벅스 출점을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도 이해는 되지만 현실적으로는 적용하기가 쉽지 않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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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이나 다른 가맹 커피전문점의 경우를 살펴볼까요. 이들이 일정 거리를 두고 출점하는 게 '넓은 의미'로 보면 반드시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조처가 아닐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지금도 기존 슈퍼마켓 옆에는 편의점을 출점할 수 있습니다. 단지 기존 편의점 점포들끼리 '충돌'을 막자는 거지, 주변 상권 점포들을 세심하게 하나하나 배려하는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렇게까지 막다 보면 끝이 나지 않습니다. 언제나 특정 점포로 주변의 다른 점포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물론 스타벅스가 상권과 관계없이 골목골목에 들어서면서 개인 커피점이나 대형 전문커피점 등이 줄줄이 문을 닫는다면 그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스타벅스의 경우 아직까진 주로 상권이 좋은 대로변에 주로 출점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전략은 앞으로도 유지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스타벅스 점포가 '랜드마크' 효과를 내면서 오히려 주변 상권을 살리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주변 커피점이 피해를 볼 수는 있겠지만 다른 업종의 자영업자에겐 스타벅스 입점이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스타벅스는 올해 한국 진출 20주년을 맞아 기존 지역사회와 상생 방안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지난 20년간 한국 사회의 화두가 '성장'이었다면 최근 들어선 점차 '상생'이 중요한 가치관이 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도 새로운 가치관을 따라 지역사회도 살리면서 스스로도 성장하는 방안을 고민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