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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리베이트]②불법 온상 전락한 'CSO'

  • 2019.01.24(목) 11:21

수사와 처벌 피하려고 영업대행업체 활용 '진화'
정부, 현황 파악조차 안돼…관리·감독 강화 필요

정부가 제약 리베이트 척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최종 책임자인 대표이사에게 징역형을 부과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고, 규제의 수위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불법 리베이트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다수의 제약사가 수사 대상에 오른 데 이어 올해도 첫 달부터 JW중외신약이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제는 과감하게 끊어내야 할 불법 리베이트의 실태와 함께 정부 규제의 실효성과 과제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제약업계에서 불법 리베이트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의약품의 직접적인 판매 권한이 의사와 약사에게 있어서다.
 
일반적으로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 일반의약품은 약사들이 해당 제품을 팔아줘야 비로소 환자(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제약사들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의사와 약사들에게 자사 의약품을 써달라면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관행이 계속 이어져 왔다.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주체도 진화하고 있다. 제약사들이 직접적인 책임을 회피하려고 의약품 유통업체를 활용하다가 이 유통업체가 리베이트 창구로 주목받자 최근엔 의약품 영업대행업체(CSO)로 한 단계 더 넘어가고 있다. 제약사와 의료인 사이에 중간 단계를 거치도록 해 불법 리베이트 수사와 처벌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검·경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한 불법 리베이트 제공 주체 현황을 보면 2016년 제약사 65건, 의약품 유통업체 31건에서 2017년엔 각각 16건과 19건으로 급감했다.
 
정부가 규제 강화에 나선 데다 윤리경영 도입 등 제약사들의 자정노력이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불법 리베이트 창구가 CSO로 넘어간 효과가 크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해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된 유유제약과 영양수액제 전문업체 엠지 역시 CSO를 활용한 사례다. 
 
 
일반적으로 CSO의 불법 리베이트 비용은 제약사로부터 받는 판매수수료에서 나온다. 판매수수료율이 높을수록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판매수수료율은 대략 15%부터 최대 80%까지 제약사와 제품마다 천차만별인데 대체로 30~35%선을 적정 수준으로 본다.
 
판매수수료율만으로도 불법 리베이트 여부를 짐작할 수 있는 만큼 제약사들엔 특히 예민한 숫자다. 그런데 최근 보건복지부가 판매수수료율를 묻는 설문조사에 나서면서 제약사들이 혼비백산했다. 대행업체명과 품목수, 최근 1년간 평균 수수료율 등을 세부적으로 기재하도록 해 불법 리베이트 조사를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설문조사는 단순 현황파악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약업계는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유유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재판에서 CSO는 물론 제약사 대표와 임직원도 함께 처벌 대상에 오른 탓이다. 유유제약은 지난 2014년 매출이 급감하자 CSO를 설립한 후 영업사원 10명을 개인사업자로 위장해 5억원에 달하는 리베이트 자금을 전국 29곳의 병·의원에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1심에서 최인석 유유제약 대표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영업지원부 이사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영업본부장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받았다. 유유제약 법인엔 100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 불법 리베이트는 국민 의료비 부담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높이는 주요인으로도 꼽힌다. 의료기관의 의약품 선택권을 제한하고, 의약품 가격을 왜곡해 보험수가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최종 소비자인 국민의 의료비와 보험료가 오르는 구조다.
 
이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으려면 제약업계 스스로의 자정노력도 필요하지만 CSO에 대한 감시와 관리·감독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정부는 아직 CSO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기준 원외처방 통계를 보면 250여 제약사 중 170여 곳이 전체 혹은 일부 의약품 판매 과정에서 CSO를 이용했다. 전체 영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제약사 한 곳에서 제품별로 다수 CSO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수치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제약사에서 영업을 하다가 1인 CSO를 차린 경우도 많아 제약업계조차 대략 수천 곳에 이를 것이란 짐작만 하고 있을 뿐이다. 숫자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CSO가 불법 리베이트의 온상이 되고 있는 셈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CSO는 2001년 즈음부터 영업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인 취지로 시작했지만 계속 변질되면서 이젠 불법 리베이트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면서 "원래 취지를 살려 제약사는 연구개발, CSO는 영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약사들이 우선적으로 CSO가 불법을 저지르지 않도록 독려하고 관리해야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도 철저한 관리·감독과 함께 법적으로 처벌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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