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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결말은 내가 택해"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매력'

  • 2019.01.25(금) 19:00

콘텐츠 '몰입도'는 높이고 '소진 속도'는 낮춰
다소 어색한 부분 있지만 '발전 잠재력 커' 주목

▶인터랙티브 콘텐츠 체험기 영상을 인터랙티브 콘텐츠 포맷으로 구현해봤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결말만 5개. 심지어 각각의 결말은 오롯이 시청자가 고르는 선택에 따라 결정된다. 시청자들이 직접 영화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결말을 이끌어 내는 '인터랙티브 영화' 얘기다.

영화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Bandersnatch)는 지난달 글로벌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에 공개되며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넷플릭스 인기 오리지널 시리즈로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블랙 미러의 특별판이라는 점과 함께 시청자가 직접 영화에 참여해 주인공이 맞게 될 결말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영화를 보는 시청자는 단순히 작품 속 주인공 '스테판'의 아침식사 메뉴나 좋아하는 음악을 고르는 것을 넘어, 등장인물의 운명을 좌우하는 사건의 방향까지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선택의 순간'은 작품의 결말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일부 이용자의 분석에 따르면 밴더스내치는 숨겨진 변수에 따라 10여 가지가 넘는 엔딩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이러한 인터랙티브 콘텐츠 붐은 비단 해외 미디어 시장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국내 IT 기업 네이버도 지난해 말 인터랙티브 오디오 콘텐츠 서비스 '동화 만들기'를 내놨다. 네이버의 인공지능(AI) ‘클로바’가 연결된 스마트 스피커에서 접할 수 있는 동화 만들기는 출시 1주일 만에 네이버 오디오 클립 서비스 내에서 최다 이용 상위에 오르는 등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어쩌다 콘텐츠 플랫폼 시장에서 '힙하고 핫한' 아이템이 됐을까. 밴더스내치와 동화 만들기, 언뜻 보면 닮은 점이 별로 없는 두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직접 체험하며 그 이유를 찾아봤다.

▲ 인기비결 1 : 콘텐츠 몰입감을 높인다

두 콘텐츠의 닮은 점은 의외로 체험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익숙한 기존 콘텐츠보다 훨씬 높은 몰입감이었다. 밴더스내치는 시청자에게 '두가지 경우' 선택지와 함께 10초가량 시간을 준다. 내 선택이 이야기 흐름에 미칠 영향력을 계산하기엔 턱없이 짧다. 전혀 예상치 못한 선택지에 우왕좌왕하는 사이 시간이 지나가고, 강제로 정해진 선택지로 향하는 주인공 '스테판'을 보며 당혹감을 느꼈다.


'혹시나 한 수 무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영화를 뒤로 돌려봤지만 선택 전 상황으로 돌아가 또 다른 미래를 엿볼 수는 없었다. 밴더스내치의 특징이자 장점이 여기에 있다. 선택의 시간이 굉장히 짧다는 것, 그리고 선택을 돌이킬 수 없다는 것. 이 두 가지 요소가 단순한 '클릭질'을 반복하던 시청자를 주인공 스테판 자신으로 탈바꿈시킨다. 이는 곧 자연스럽게 콘텐츠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선택을 내려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네 인생과 상당 부분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네이버 오디오 동화 만들기도 마찬가지다. 주 이용 대상이 아동들이기 때문에 밴더스내치에 비하면 선택 시간이 조금 여유롭게 주어지는 편이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면 "빨리 선택하라"고 재촉한다. 이렇게나 빨리 '인생은 타이밍'이란 진리를 배우게 되다니. 확실히 요즘 아이들이 조숙한 모양이다.

이야기 속 주인공에 몰입하는 효과는 동화만들기를 이용하는 아동들에게서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EBS의 인기 아동용 프로그램 '번개맨'에서는 영웅이 악당을 물리칠 때 아이들에게서 힘을 빌리는 퍼포먼스를 벌인다. 이때 아이들은 '내가 주인공이 된다'는 느낌에 열광하게 되는데, 동화만들기도 같은 효과를 내도록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 인기비결 2 : 결말을 '만드는' 재미가 있다

밴더스내치 속 선택은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시작한다. 스테판이 아침식사로 먹을 시리얼의 상표부터, 좋아하는 음악의 장르까지 극중 세부 요소들을 하나하나 시청자가 정하게 된다.

이러한 손쉬운 선택의 순간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스테판의 인생에서 큰 의미를 갖게 될 결정에 시청자가 개입하면서 그의 인생은 꼬이기 시작한다. 큰 차이 없어 보이는 두 선택지가 향후 스테판의 인생을 완전히 판가름하는 경우도 있다. 시청자의 선택은 이후 폭주하기 시작하는 서사 구조를 갈기갈기 찢고, 10여 개가 넘는 엔딩을 낳는 모태가 된다.

엔딩에 따라 영화 러닝타임도 천차만별이다. 짧게는 1시간이 채 안 되기도 하고, 길게는 5시간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내 선택이 영화의 결말뿐 아니라 러닝타임도 정한다는 짜릿함이 시청자들이 꼽는 인터랙티브 영화의 가장 큰 흥미 요소 중 하나다.

동화 만들기가 제시하는 멀티 엔딩은 더 극적이다. 원작 동화들의 결말을 이미 잘 알고 있는 어른의 입장에서도 할리우드 배우가 되는 '미녀와 야수' 속 야수라던가, 스타트업 창업자가 되는 알라딘의 모습은 흥미롭다.

▲ 인기비결 3: 하나의 콘텐츠를 질리지 않고 여러 번 반복해서 볼 수 있다

이번에는 소비자의 입장이 아닌, 생산자의 입장에서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매력을 찾아봤다. 솔직히 처음 밴더스내치를 켤 때 킬링타임 이상의 의미를 받진 못했다. 하지만 스테판의 인생이 내 선택 때문에 요동치는 모습을 보며, 어느새 그의 인생에 책임감을 가지고 신중히 고민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예상을 한참 벗어나는 모습의 결말을 보고 나면 '내가 이러려고 선택했나 자괴감 드는' 묘한 기분에 빠지기도 한다.

차마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다른 멀티 엔딩들을 미리 찾아보는 '셀프 스포일러'를 당했지만, 다른 엔딩에 대한 호기심은 하나의 콘텐츠가 소비되는 시간을 몇 배나 줄여준다는 점에서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훌륭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한편 아직 극복하지 못한 기술적 한계에 따른 아쉬운 점들도 있었다. 특히 네이버 동화 만들기에서 두드러진 부분인데, 이야기 진행을 일정 부분 이상 끌고 나가기 위해 초반 선택지는 이야기 흐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피노키오 이야기에서 인형을 만들 재료를 두고 고민하던 제페토 할아버지에게 '천을 이용해서 인형을 만들라'고 알려줘도, 천 인형 피노키오는 볼 수 없다. 제페토 할아버지는 '바느질이 능숙하지 않아 손에 익은 목공 일로 인형을 만들기로 결정했다'라는 말과 함께 나무로 인형을 만들기 시작한다.


물론 천으로 만든 피노키오는 코가 길어질 수 없으니 극의 진행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었겠지만, 알고리즘에 따라 결국은 정해진 스토리로 전개되는 것일 뿐, 시청자들의 선택은 속임수에 불과한 것 같다는 느낌을 독자들이 받을 수 있다.

미디어 시장에서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날 것'이나 다름없다. 아직 콘텐츠가 가진 포맷 자체도 생소하고, 다듬어야 할 부분도 많고, 플랫폼과 기술력 자체의 태생적 한계로 인해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무엇보다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매력은 콘텐츠가 곧 내 이야기가 된다는 데 있다. 내 것이 생긴다는데 마다할 이가 누가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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