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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사, 지난해 처방약 효자 품목은

  • 2019.01.30(수) 14:14

자체 개량·복합신약 vs 제네릭 vs 도입품목 '삼파전'
안정적인 수익 구조 갖춰야 신약 개발 도전도 가능

국내 제약시장은 전문의약품의 비중이 크다. 의약품 허가·신고 기준으로 전문약이 65%, 일반약이 35% 정도인데 생산금액으로 따져보면 그 차이는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2017년 기준으로 전문약의 생산금액은 14조5948억원에 달한 반면 일반약은 2조9561억원이었다. 전문약의 매출 기여도가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떤 전문의약품이 특히 효자 노릇을 했을까. 의약품시장조사기관인 유비스트의 원외처방데이터에서 지난해 전 품목 합계 매출이 1000억원을 넘긴 상위 제약사들의 주요 품목들을 살펴보니 주특기가 뚜렷하게 갈렸다.

크게 보면 연구개발(R&D)을 통해 개량한 의약품(오리지널 의약품과 성분·약효는 비슷하지만 제형을 변경하거나 두 가지 이상의 성분을 새롭게 복합한 의약품)과 제네릭 그리고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도입한 품목 등 세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한미약품과 LG화학은 자체 개발 의약품 부문에서 확실하게 강세를 보였고, SK케미칼과 한독, CJ헬스케어 등은 자체 개발 의약품과 도입 품목이 균형을 이뤘다. 동아에스티와 일동제약은 제네릭 비중이 컸고, JW중외제약과 제일약품 등은 도입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 한미약품·LG화학 자체 개발 의약품 ‘강세’

한미약품과 LG화학은 자체 개발한 개량신약 및 복합신약 부문에서 저력을 보여줬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처방약 시장에서 약 5515억원으로 가장 많은 실적을 올리면서 그 전해 100억원 정도였던 종근당과 격차를 더 벌렸다. 한미약품의 상위 3개 처방 품목은 모두 자체개발한 개량 신약으로 ▲고혈압 복합 치료제 아모잘탄 674억원 ▲고지혈증 복합 치료제 로수젯 566억원 ▲역류성식도염치료제 에소메졸 264억원 순이었다.

LG화학은 국산 신약 19호에 이름을 올린 당뇨병 치료제 제미메트와 제미글로가 간판 품목이다. 제미메트는 549억원, 제미글로 306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처방액 1297억원의 66%를 차지하며 블록버스터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79억원으로 상위 3위에 이름을 올린 유트로핀도 LG화학이 1992년(당시 LG생명과학) 국내 최초로 개발한 성장촉진 호르몬제다.

◇ SK케미칼·한독·CJ헬스케어 등, 도입+개발 '균형'

SK케미칼과 한독, CJ헬스케어 등 많은 제약사들은 도입 품목과 자체 개발 의약품이 처방 균형을 이뤘다.

SK케미칼은 천연물신약 관절염 치료제 조인스정(311억원)과 혈액순환개선제 기넥신에프 (184억원)의 비중이 높았다. 지난해 87억원 처방액을 보인 페브릭은 일본 테이진사로부터 도입한 통풍 치료제다.

한독은 사노피-아벤티스에서 도입한 항혈전제 플라빅스가 757억원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자체 개발한 당뇨병 치료 개량신약 아마릴은 217억원이었다. 150억원어치가 처방된 테넬리아 엠은 일본 미쯔비시다나베에서 도입한 당뇨병 치료제 테넬리아의 복합 개량신약이다. 한독이 테넬리아를 도입했지만 역으로 미쯔비시다나베에 테넬리아 엠을 수출하면서 국내 개량신약의 새 역사를 쓴 품목이다.

CJ헬스케어는 도입 품목이 처방액 1위를 차지했지만 나머지 2개 품목은 개량신약이었다.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와 코프로모션을 맺은 고혈압 및 협심증치료제 헤르벤이 22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개량신약인 만성 동맥폐색증 치료제 안플레이드(213억원)와 고혈압 복합제 엑스원(191억원)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CJ헬스케어는 지난해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을 허가받는 등 최근 신약 연구개발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보령제약은 고혈압치료 개량신약 카나브가 401억원으로 가장 많이 처방됐다. 유비씨 재팬과 일본 메이지제약에서 도입한 스토가(115억원)와 보령메이액트(127억원)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보령제약 역시 단일제인 카나브 외에 카나브플러스, 듀카브, 투베로 등 다수의 개량신약과 복합신약을 개발하는 등 자체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 제네릭 비중 높은 동아에스티·일동제약

동아에스티와 일동제약은 제네릭 품목이 상위 처방액을 섭렵했다.

동아에스티는 제네릭 2개, 도입 1개 품목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사노피아벤티스의 플라빅스 제네릭인 항혈전제 플라비톨 250억원, 도입 품목인 동아 오팔몬 241억원, 리피토 제네릭인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논 221억원 등 이었다. 천연물신약인 스티렌과 스티렌투엑스의 경우 항궤양제 시장에서 꾸준한 처방실적을 보였다.

일동제약은 자체 합성기술로 탄생한 소화성 궤양 치료제 큐란이 207억원으로 가장 높은 처방액을 기록했다. 항궤양제 파리에트의 제네릭 라비에트가 124억원, 크레스토 제네릭 로베틴정이 85억원이었다.

◇JW중외제약·제일약품 등 오리지널 독점 판권 확보 및 도입

JW중외제약과 제일약품, 종근당 등은 해외에서 초기에 독점 판매권한을 가져오거나 도입한 품목들이 다수였다. 이들은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오리지널 의약품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는 대표 제약사들이기도 하다.

JW중외제약은 해외에서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을 도입해 국내에서 공동 개발하면서 독점 판권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이 지난 2003년 일본 코와-닛산화학에서 판권을 사들인 고지혈증치료제 리바로는 지난해 586억원으로 처방액 1위에 올랐다. 역시 해외에서 판권을 확보한 경장영양제 엔커버와 협심증 치료제 시그마트가 각각 184억원과 160억원을 기록했다. JW중외제약의 경우 글로벌 제약사와 코프로모션(대행판매)을 통한 국내 독점공급 방식이 아닌 제제기술, 원료합성 등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제일약품은 글로벌 제약사와 코프로모션을 통해 도입한 품목이 많아 처방액의 규모는 작은 편이었다. 가장 많은 처방액을 기록한 품목은 아스텔라스의 요실금치료제 베라실로 85억원을 기록했다. 다케다제약의 식도염 치료제 란스톤이 75억원, 항혈전제와 아스피린 복합 제네릭인 클로피딘이 76억원 수준이었다.

종근당은 이탈코파마로부터 판권을 이전받은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이 629억원으로 처방액이 가장 많았다. 한국로슈와 공동판매하고 있는 고혈압치료제 딜라트렌이 342억원이었다. 자체 개량신약인 고혈압치료제 텔미누보가 339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종근당은 지난해 도입 품목의 처방액 비중이 컸지만 2세대 빈혈치료제 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 네스벨의 일본 출시를 앞두고 있는 등 최근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밖에 유한양행은 개량신약부터 제네릭, 도입 품목까지 두루 품었다. 유한양행은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의 제네릭인 아토르바가 380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자체 개발한 고지혈증 치료제 개량신약 로수바미브가 311억원,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도입한 고혈압 치료제 아타칸은 249억원이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도입 품목이나 제네릭도 국내 제약사들이 연구개발에 집중하는데 필요한 부분으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춰야 신약 개발에도 더 많이 도전할 수 있다"면서 "최근 국내 제약사들의 R&D 비용이 꾸준히 늘고 있어 앞으론 제네릭보다 국산 신약과 기술수출 성과가 더 많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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