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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변경 개량신약 특허 논란은 진행형

  • 2019.04.11(목) 16:43

염 변경 개량신약, 오리지널과 실질 약리효과 달라
염 변경 어려운 경우도…대법 판결 일률 적용 안돼

단순하게 화학구조 일부만 바꾼 염 변경 개량신약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물질특허 범위 내에 있다는 대법원의 '베시케어(성분명 솔리페나신)' 판결에 따라 개량신약 비중이 높은 국내 제약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 와중에 염 변경 개량신약의 효과가 오리지널 의약품과 약리학*적으로 다르다는 주장이 법조계에서 제기됐다. 개량신약 허가 과정에서 오리지널과 효능효과가 같다고 기재하긴 하지만 실질적인 약리효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약리학: 약물과 약물 투입에 따른 생체의 반응을 연구하는 생화학

특히 다음 달 특허소송 항소심을 앞두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금연치료제 '챔픽스'처럼 염 변경 자체가 어려운 사례도 있는 만큼 대법원 판결을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와 염 변경 개량신약의 특허 침해를 둘러싼 논란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김은미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가 '솔리페나신 대법원 판결 이후 국내 제약사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염 변경 시 오리지널과 실질적 약리효과 차이

김은미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지난 10일 제약특허연구회와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주최한 '솔리페나신 대법원 판결 이후 국내 제약사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염 변경 개량신약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실질적인 약리 효과가 다르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염 변경은 생각보다 훨씬 큰 약리학적 변화를 가져온다"면서 "염이 변경되면 물리학적 성상이 변하면서 용해도 변화와 함께 체내 약리학적 변화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솔리페나신 염 변경 개량신약에 대해 인체에 흡수되는 유효성분의 약리작용에 따른 치료효과가 오리지널 의약품과 실질적으로 같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김 변호사는 "염 변경 개량신약을 허가받을 때 오리지널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자료를 원용하면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면서 "이 때문에 식약처 허가 과정에서 오리지널과 효능효과 및 용법 등이 동일하다고 기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약사법에 따른 편의규정을 적용받기 위해 허가 과정에서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하게 효능효과를 기재하긴 하지만 치료효과와 용도 측면에서 실질적으로 동일하진 않다는 얘기다.

그는 "국내 허가된 금연치료제만 봐도 경구제인 노코틴정과 패치형태인 니코틴패치의 경우 금연치료의 보조요법으로 허가상 기재된 효능효과는 동일하지만 약리기전은 전혀 다르다"면서 "식약처 허가 정보만을 토대로 치료효과와 용도의 실질적 동일성을 판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챔픽스 등 염 변경이 어려운 경우도 있어

솔리페나신 사례를 모든 염 변경 개량신약에 똑같이 적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제환 5T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솔리페나신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크게 염 변경이 용이한지, 치료효과나 용도가 실질적으로 같은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동일한 염을 사용했더라도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엔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두타스테리드 사례에서 이미 확립된 판례"라고 말했다.

종근당은 지난 2015년 GSK의 아보다트(성분명 두타스테리드)에 대해 특허소송을 제기해 자사 품목이 아보다트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받아낸 바 있다.

▲장제환 5T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솔리페나신과 챔픽스의 사례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 변리사는 특히 "솔리페나신 판결에서 코아팜바이오의 숙신산염은 푸마르산염과 클래스1에 속하고, 통상의 기술자라면 누구나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라며 "반면 바레니클린(챔픽스)은 염 변경이 용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챔픽스의 타르타르산염은 염 분류에서 클래스1에 해당하고 GRAS**를 인정받았지만 한미약품의 염 변경 개량신약은 옥살산염으로 클래스2에 속하고 GRAS에도 포함되지 않아 염 변경이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 미국 FDA가 안전성을 공인한 물질로 별도 안전성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두 법조계 관계자들의 분석은 단순 염 변경 개량신약이라고 해도 오리지널 의약품과 실질적인 약리효과가 같다고 볼 수 없으며, 챔픽스 사례처럼 염 변경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는 만큼 대법원의 판결을 일률적으로 적용해선 안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번 세미나를 주최한 김윤호 제약특허연구회 회장(한미약품 특허팀 팀장)은 "솔리페나신 판결로 염 변경 개량신약이 어려운 상황이 됐지만 판결문을 잘 분석해 국내 제약사들이 승소할 수 있는 길을 도모하고자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챔픽스 소송이 솔리페나신 판례를 극복할 수 있는 첫 사례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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