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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뺀 공정위…유통업체 파격할인 '제동'?

  • 2019.05.07(화) 16:01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유통업체 판촉비 갑질 예의주시"
할인 시 납품업체 수수료율 인하 유도…현장 조사도 예고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유통업체들의 '파격 할인' 경쟁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유통업체들이 할인행사를 펼치면서 중소 납품업체에 비용을 떠넘기는 행위에 대해 규제를 예고하면서다. 공정위는 이르면 오는 7월 관련 규제를 내놓은 뒤 '위법 행위'가 계속될 경우 올 하반기에 대대적인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열린 한 학술대회에서 대형 유통업체의 할인행사에 참여하는 중소 납품업체들의 판촉비 분담 문제와 관련해 "분쟁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공정위는 지난해 말 '판촉비 갑질'을 방지하기 위한 '인터넷쇼핑몰사업자의 판매촉진비용 부담 전가 행위에 대한 위법성 심사지침 제정안'을 행정예고한 바 있다. 간담회 등을 통해 업계 의견을 수렴해왔고, 이르면 오는 7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제정안에 담긴 일반적인 원칙은 인터넷쇼핑몰 사업자는 물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업체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이는 방안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판매촉진 비용의 분담 비율에 관한 내용이다.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은 판매촉진비에 대한 납품업체의 분담 비율이 50%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일부 업체들이 이 규정을 우회하면서 사실상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예를 들어 100원짜리 물건의 경우 유통업체가 가져가는 판매수수료율이 30%라고 가정하면 평소엔 유통업체가 30원, 납품업체가 70원을 가져간다. 반면 20% 할인행사로 물건을 80원에 팔면서 수수료율을 30%로 고정하면 유통업체는 24원을, 납품업체는 56원을 가져가게 된다.

결과적으로 유통업체는 판촉비로 6원을 쓴 반면 납품업체는 14원을 쓴 결과가 나온다. 결국 '을'인 납품업체의 부담이 더 크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유통업체들이 납품업체와 함께 할인행사를 진행할 경우 수수료율을 낮추도록 할 유도할 방침이다. 납품업체의 '실질적인' 부담 금액이 50%를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실 시장에선 이런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3월 내놓은 '대규모유통업체 거래 중소기업 애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할인행사 참여 시 수수료율 변동 여부'에 대한 질문에 변동이 없었다는 응답이 38.8%로 나왔다. 중기중앙회는 "납품업체들이 할인행사에 참여하면서 마진을 줄이고 있지만 그에 따른 수수료 인하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유통업체들이 법을 우회해 납품업체에 비용을 전부 전가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규모유통업법에선 납품업자가 '자발적'으로 판촉 행사를 할 때는 납품업체가 비용을 100% 부담할 수도 있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 "과연 자발적 요청인지 의문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향후 자발적 요청 여부 등에 대해 촘촘히 살펴봄으로써 법률과 현실의 괴리를 메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할 만한 점은 공정위가 단순히 규제 방안을 마련하는데 그치지 않고 조사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향후 위반 행위가 발견되면 현장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예고대로 강경 대응에 나설 경우 올해 들어 갈수록 격화하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할인경쟁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유통업체들은 당장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수익성은 당분간 제쳐두고 있는 처지인데, 공정위가 규제 강화에 나설 경우 수익성이 더욱 악화할 수 있어서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판촉비 분담을 단순계산하면 납품업체에 부담이 더 가는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할인행사를 할 경우 제품이 평소보다 더 많이 팔리기 때문에 매출이 늘어나는 장점도 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사안에 따라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무작정 갑질이라며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게 바람직한 일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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