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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알츠하이머 치료, 실패에서 배운다

  • 2019.07.16(화) 09:14

≪어떻게 뇌를 고칠 것인가≫
김성민 著, 바이오스펙테이터 刊

"이해하고 기다리고 버티고, 그게 알츠하이머 병 환자를 가족으로 둔 보호자의 삶입니다."

현재 방영중인 JTBC 드라마 '바람이 분다'에서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감우성의 담당 의사 대사다. 치매라 불리는 퇴행성 뇌질환 '알츠하이머'는 환자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환자를 돌봐야 하는 가족과 사회에도 고통과 부담을 주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다.

다수 제약사들이 지난 20여 년 동안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이제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의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고와 접근방식을 시도가 필요할 시기다.

신간 ≪어떻게 뇌를 고칠 것인가≫는 그동안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 현황과 전망, 앞으로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책은 세계적 규모의 제약기업과 주목받는 국내외 바이오테크의 연구 내용 등 300여 편의 자료를 검토한 내용과 연구자들을 직접 취재한 내용으로 총 11개 챕터로 구성됐다.

1장과 2장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연구를 이끌어 온 아밀로이드 가설과 아두카누맙의 실패 사례를 다루고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많이 발견돼 인지 능력 저하의 원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임상시험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없애도 인지 능력이 유의미하게 회복된 경우는 없었다. 업계에서는 아밀로이드 가설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저자는 이전까지 증상이 많이 진행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가 이뤄져 왔던 만큼 시기적으로 초기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에 집중해볼 것을 제안한다.

바이오젠의 신약 후보물질이던 '아두카누맙'도 가장 큰 규모로 실패한 사례 중 하나다. 13년간 진행된 연구 프로젝트에서 아두카누맙은 임상시험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없애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아두카누맙 역시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 능력을 되돌리지 못했고, 임상시험 과정에서 환자의 뇌가 붓는 심각한 부작용도 나타났다. 비록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에는 실패했지만 저자는 치료제 개발의 메커니즘이 정확하고 정교해져 향후 치료제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1~2장은 그동안의 실패 사례였다면 ▲3장 조기진단 ▲4장 바이오마커 ▲5장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은 현재 진행형이다. 3장은 알츠하이머는 진단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조기진단이 가능하다면 치료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조기진단 기술의 발전 현황과 가능성을 살펴본다.

4장에서 다루는 바이오마커는 생리·화학적 현상과 질환 상태를 정량화·수치화할 수 있는 모든 생체 내 지표를 말한다. 바이오마커는 대표적인 항암 신약 키트루다와 비트락비 등에 활용되며 제약바이오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저자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쌓이는 '속도'가 병에 대한 프레임을 바꾸는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신약개발에 바이오마커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바이오테크 '디날리테라퓨틱스'의 사례를 살펴본다.

5장에서는 현재 가장 현실적인 바이오마커로 평가되는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이하 PET)의 연구현황을 소개한다. PET는 방사성 물질을 환자에게 투여해, 몸속에서 일어나는 특정 생리·화학적 현상을 측정하는 검사법이다. PET을 활용해 뇌 속 상태를 확인하면 바이오마커로 사용될 수 있다.

6장부터 9장까지는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타우 단백질, 이중항체, 신경면역, 트렘2 등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의 다양한 방향성에 대해 다룬다. 1장부터 9장까지 전문적인 과학지식이 필요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10장은 전반적인 연구 현장의 흐름을 서술하고 있어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다. 10장과 11장(취재수첩)을 먼저 읽고 1~9장을 읽어도 좋다.

이 책을 '바둑'에 비유하자면 '복기'인 셈이다. 바둑은 한 번 두고 끝이 아니라 어떤 수가 좋았고 악수는 무엇이었는지 다시 돌의 위치를 살핀다. 이 책 역시 아직까지 제대로 된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을 위해 시도해왔던 사례들을 다시 짚어보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복기'인 셈이다.

저자 김성민은 건국대학교대학원 생명과학과 신경생리학 석사를 마치고 바이오스펙테이터에서 생명과학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앞서 지난 2017년에는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한국의 신약개발 바이오테크를 중심으로' 책을 출간한 바 있다.

도서명 《어떻게 뇌를 고칠 것인가》/ 펴낸 곳 바이오스펙테이터/ 426쪽 / 3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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