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위기에 놓인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이 기사회생의 기로에 섰습니다. 앞서 메디톡스는 지난달 메디톡신의 시험성적서 조작과 무허가 원액 생산 및 제조·판매 혐의로 품목허가 취소 행정처분을 받았습니다. [관련 기사: 메디톡스, 국내 시장서 퇴출 수순…휴젤 최대 수혜]
메디톡스는 이에 불복해 곧바로 집행정지 신청 및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죠. 1심인 대전지방법원은 기각처분을 내렸지만 메디톡스는 항소했고, 지난 22일 열린 2심에서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면서 메디톡스는 '메디톡신' 판매를 재개했고, 주가도 급등하면서 회생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대한미용피부외과학회도 메디톡신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선처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죠.
하지만 식약처는 여전히 단호합니다. 메디톡스의 집행정지 취소 소송 2심이 열린 날 대전지방식품의약청에선 메디톡신에 대한 청문회가 연이어 열렸는데요. 식약처는 법원의 가처분신청 인용에도 메디톡스의 약사법 위반이 분명한 만큼 품목허가 취소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반면 메디톡스는 2012년 12월부터 2015년 6월까지 무허가 원액으로 메디톡신을 생산하긴 했지만 지금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지난 2016년과 2018년 식약처의 유통제품 수거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고, 또 지난해 수차례 특별 약사감시 및 유통제품 무작위 수거검사에서도 안전성과 유효성엔 어떤 문제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식약처는 일단 메디톡스가 전문가 진술 및 추가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하면서 오는 6월 4일 재청문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식약처가 사법부의 결정에 불복해 상고할 경우 이르면 6월에 대법원 판결까지 나올 수 있습니다.
메디톡스 재청문 다음 날인 6월 5일은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보툴리눔 톡신 균주 도용 혐의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예비판정 결과도 나옵니다. 결국 6월은 메디톡스 입장에서 운명의 달인 셈인데요.
우선 국내 전망은 그렇게 밝지 않습니다. 설령 메디톡신이 승소한다고 해도 치명상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실제로 메디톡신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으로 이미 다수 병의원들이 다른 보툴리눔 톡신 제재로 교체에 나서면서 업계 1위 타이틀은 이미 휴젤로 기울어지고 있는 상황이죠. 또 다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다만 해외시장은 조금 다릅니다. 미국 ITC 소송에서 승소한다면 재기를 노릴 수 있습니다. 미국의 오리지널 '보톡스' 개발기업인 앨러간은 지난 2013년 메디톡스의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이노톡스'를 기술이전 받아 현재 미국에서 임상3상을 진행 중인데요. 지금까진 임상을 계속 미루면서 '이노톡스'의 미국 진출을 질질 끌어왔습니다.
그런데 앨러간이 지난 8일 글로벌 제약사인 애브비에 인수되면서 미국 진출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애브비가 보툴리눔 톡신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이노톡스'의 미국 진출도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죠.
여기에다 중국 수출 기대감도 큽니다. 현재 메디톡신은 중국에서 임상 3상을 마치고 허가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메디톡스의 주요 품목 매출은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큰 데다 중국의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가 워낙 커 중국 시장만 잡아도 단숨에 재기에 성공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메디톡스는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뚫고 기사회생할 수 있을까요. 또 대웅제약과의 피 튀기는 보툴리눔 톡신 전쟁은 어떤 결말로 막을 내릴까요. 이래저래 6월은 메디톡스에 운명의 달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