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달 앱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요기요·배달통)의 '갑질'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연이어 적발했다. 공정위는 두 업체의 합병 심사를 진행 중이어서 이번 사안이 심사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이런 와중에 배달 앱 시장에 쿠팡이나 띵동 등 경쟁력 있는 후발 업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 1·2위 사업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분위기는 이 업체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공정위, 요기요 이어 배민도 '갑질' 적발
공정위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소비자와 맺는 이용약관을 심사해 네 가지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도록 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이번 심사는 배달 앱을 이용한 소비자가 지난해 6월 공정위에 심사를 청구하면서 이뤄졌다.
그간 배민은 약관상 소비자나 음식점이 게시한 정보의 신뢰도와 상품의 품질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고의·중과실이 없는 한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라는 규정을 적용해왔다. 그러나 공정위는 식당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사업자라고 하더라도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민은 특정한 사유로 소비자와 계약을 해지(회원 강제 탈퇴)할 때 이를 사전에 알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지만 했다. 공정위는 이 약관이 소비자에게 불리하다고 봤다. 아울러 공정위는 웹사이트와 앱에 공지사항 등으로 알리기만 하면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조항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내용의 중요도를 따지지 않고 불특정 다수 소비자에게 웹사이트 게시 방식으로 통지해왔던 점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이번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해당 조항을 시정하기로 하고, 새로운 약관을 이달 중 홈페이지에 게시해 시행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 간 합병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앞서 지난 2일 공정위가 딜리버리히어로의 배달앱 서비스 '요기요'에 대해 불공정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4억6000여 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관련 기사 ☞ 심상찮은 공정위…요기요·배민 합병 삐끗?
국내 배달 앱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배민과 요기요가 '갑질'을 해왔던 점이 잇따라 밝혀진 만큼 쉽게 합병을 승인해주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배민뿐 아니라 요기요와 배달통에 대해서도 소비자 이용 약관에 불공정한 조항이 있는지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세 개 업체가 음식점과 체결하는 약관도 살펴볼 방침이다.
◇ 기존 배달 앱 여론 악화…쿠팡이츠·띵동에 기회 될까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내 배달 앱 시장에 쿠팡이나 띵동 등 새로운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시장을 99% 가까이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배민과 딜리버리히어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지속하는 분위기는 후발 주자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최근 자사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의 서비스 범위를 서울 전체로 늘리기로 했다. 기존 쿠팡이츠 서비스 지역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한정됐는데, 오는 15일부터는 서울 전 지역에서 배달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쿠팡 측은 쿠팡이츠의 시잠 점유율이 아직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미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쿠팡의 '본업'인 이커머스 서비스와 쿠팡이츠를 연계해 시너지를 낼 경우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아울러 최근 '띵동'이라는 배달 업체도 업계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다. 띵동은 지난 2012년 심부름 대행 서비스로 이름을 알린 스타트업이다. 최근 배민이 수수료 체계 개편에 나섰다가 자영업자 반발로 백지화하는 등 논란이 되자 '거래 수수료 2%'를 내세우며 배달 앱 시장에 뛰어들었다. 부릉, 바로고, 생각대로 등 여러 배달 대행 서비스 업체들과 업무 협약을 맺으면서 배달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아직은 선두 업체들의 점유율이 공고하지만 조만간 분위기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빅데이터 분석 업체인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이하 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읽힌다.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3월 9일부터 4월 7일까지 30일간 유튜브와 블로그, 페이스북 등 12개 채널을 대상으로 소비자 관심도를 조사한 결과 배달의민족(68.96%)과 요기요(24.28%), 배달통(3.50%)의 정보량이 9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제 시장 점유율과도 유사한 수치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호감도 조사에서는 쿠팡이츠가 52.1%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이츠를 부정적으로 언급한 경우 역시 9.95%로 가장 낮았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의 경우 긍정적인 언급이 39.6%에 그쳤고, 부정적인 언급은 17.7%로 많은 편이었다.
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수수료 문제가 불거지면서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 등 배달 앱의 호감도가 크게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라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생존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수수료와 광고비 등 요금 인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달 앱 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이츠의 경우 서비스를 이용해본 소비자가 적다는 점이 이번 조사에서 유리하게 작용한 면이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기존 업체들이 먼저 겪고 있는 시행착오를 참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후발주자로서의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