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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식약처, 늘어난 '예산'…더 늘어난 '책임'

  • 2020.12.08(화) 10:37

국가검정 실험장비 등 인프라 보강 예산으로 61억원 배정
코로나19 백신 등 생물학적 제제 국가검정 수준 발전 기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내년도 예산이 올해보다 9.3% 증가한 6110억 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분야별 주요 사업예산을 살펴보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 치료제・백신 등 방역물품 개발・공급 및 안전관리 ▲ 먹을거리 안전 확보 ▲ 첨단 의료제품 관리 강화 ▲ 미래 대비 안전기반 구축 등이다.

특히 식약처는 첨단 신기술을 이용한 코로나19 백신·치료제의 안전과 효과 검증 및 신속한 국내 공급에 필요한 국가검정 실험장비 등 인프라를 보강할 계획이다. ‘백신 등 생물학적제제 국가검정’에 배정된 내년도 예산은 61억 원으로 올해 7억 원에서 54억 원 늘었다.

국가검정은 백신 및 혈장분획제제 등 생물학적 제제가 시중에 유통되기 전 국가에서 제품의 품질을 한 번 더 확인하는 제도다. 생물학적 제제의 품질을 보증하고 안전성과 효과성을 확인한다. 기존에 국가검정을 거치는 생물학적 제제 종류로는 세균・바이러스 백신, 혈장분획 및 보툴리눔 제제 등이 있다.

국가검정의 주요 업무는 생물학적 제제의 ▲ 국가 품질관리시험 및 출하승인 ▲ 시험방법 중 시험법 검토 및 확립 ▲ 국가표준품 및 표준시험법 개발 및 확립 ▲ 사후 품질관리 시험 및 긴급 수거 검정 ▲ 세계보건기구(WHO) 등과의 국제협력, 위탁시험기관 운영 ▲ 위 사항과 관련된 조사 및 연구 등이다.

백신 국가검정시험은 제품별로 적게는 5개 항목부터 많게는 13개 항목의 시험을 거친다. 크게 용량 및 원료 등이 정확하게 들어있는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물질은 없는지를 알아보는 다양한 동물실험 및 이화학적 검사, 백신이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세포시험, 동물 및 면역학적 검사 등을 진행한다.

유전자 바이러스가 변형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백신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사하기 위해 노후 장비 등 인프라 보강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보건당국의 생물학적 제제 검정에 대한 신뢰도는 이미 크게 떨어진 상태다. 국내 최초 유전자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의 뒤바뀐 주세포를 밝혀내지 못했다. 무허가 원액을 허가 받은 것처럼 허위자료를 제출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도 적발하지 못했다.

의약품 허가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고의성 여부를 떠나 국민들에게 투약하도록 출하를 승인하는 정부에 최종 책임이 있다. 문제는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다는 점이다.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신고가 잇따르면서 불신은 더욱 커졌다. 백신이 유통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되고, 백색입자가 발견되는 등 정부의 관리소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모두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염원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다.

보건당국은 이번에 증액된 예산이 '눈먼 돈'이 되지 않도록 합당한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국가검정시험에 또 다시 구멍이 생긴다면 국민들의 ‘날카로운 이빨’에 공격당할 것은 당연지사다. 이번 예산 투입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은 물론이고 나아가 전 생물학적 제제 의약품에 대한 국가검정 수준이 업그레이드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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