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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만 좋은' 첨단재생바이오법, 알맹이는 언제 채울까

  • 2020.12.15(화) 15:28

지난 8월 제도 시행 이후 여전히 기본 계획 수립 중
시민·산업계 날 선 대립… ‘안전 vs 육성’ 공방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첨단재생의료와 첨단바이오의약품을 육성하고 환자들의 치료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세부 계획안은 여전히 논의 중이다. 첨단재생바이오 분야의 안전성과 육성을 두고 정부, 민간, 산업계, 연구 등 관련 단체들의 의견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미 제도는 시행됐지만 세부추진 방안이 확정되지 않아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비판이 거세다.

◇ 복지부, '세부계획안' 발표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기본계획’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복지부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기본계획 추진방향 안에 대해 소개했다. 기존의 3대 추진전략, 9대 중점과제들을 보다 명확히했고 안전관리체계 마련을 추가했다.

새롭게 발표된 10대 과제는 ▲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체계 구축 ▲ 안전체계관리 마련 ▲ 사회적 신뢰 제고 및 투명성 강화 ▲ 환자 치료기회 확대를 위한 법‧제도 개선 ▲ 첨단바이오의약품 신속 제품화 지원 ▲ 민·관 통합거버넌스 구축 ▲전략적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 제조 인프라 육성 ▲첨단재생바이오 전문인력 양성 등이다.

정부는 임상연구에 연간 100억 원씩 3년간 지원하고 이후 연간 300억 원 이상으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세부 계획안을 밝혔다. 특히 오는 2025년까지 임상연구를 최소 80건 이상 진행하고 국산 유전자치료제가 개발될 수 있도록 50개 이상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 시민환자 환자 안전은 외면한 처사"

이같은 정부의 계획안에 대해 시민‧환자 단체와 산업계‧연구자들은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시민‧환자단체는 첨단재생바이오법이 환자 안전 보다 산업계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비판했다. 이동근 보건의료단체연합회 정책위원은 “이번 기본계획 안은 당초 우려했던 산업계 중심 첨단재생바이오 규제완화 법안으로 돌아간 것 같다”며 “정부는 기업들의 연구개발 비용을 줄여주려고 하는데 이는 환자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기본계획’ 온라인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어 “복지부가 산업통상자원부도 아닌데 코스닥 상장, 유전자치료제 개발 등을 성과로 표현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면서 “환자 치료기회와는 상관도 없고 공적지원, 국민세금을 통해 지원하는 이 사업이 어떤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 대표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어려운 임상 승인을 통과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해주는 건 공익적 임상개념과 맞지 않는다”며 “임상연구에서 급여까지 이어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건강증진 기금을 활용하거나 기업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산업연구기관 높은 규제 장벽 등 개발 어려움

산업계와 연구기관은 첨단재생바이오 관련 연구개발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이병건 첨단재생의료산업협의회 대표는 “첨단재생바이오는 장기치료가 필요한 희귀‧난치성 질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현 첨단재생바이오법의 규제 장벽도 높고 기업 비용 부담도 커서 개발이 더욱 쉽지 않다”고 반박했다.

첨단재생바이오법 시행에 있어 산업 활성화와 환자 안전이 같은 레벨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지원 및 규제완화가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박소라 재생의료전략연구소(SCRM) 센터장도 “유효성이 높고 가격이 낮은 의료‧의약품 기술은 기업에서 만들어진다”면서 “공적자금만으로도 한계가 있어 해외에서도 정부가 기업을 지원해 가격을 낮추고 유효성있는 혁신 기술들이 나온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미 1년간 논의를 거쳐 제도도 시행된 상태지만 이날 공청회에서는 여전히 환자 안전성과 산업계 육성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정부는 양측 대립에 '소통'을 강조하며 공청회를 마무리했다.

◇ 제도는 이미 시행…기본계획은 아직도 논의중

업계에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첨단재생바이오법’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제도 시행을 위한 기본 틀조차 갖춰지지 않아서다. '첨단재생바이오법(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작년 8월 제정됐다. 이후 1년이 지난 8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안은 첨단재생바이오 산업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확보하고 연구개발 및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5년마다 기본계획을 세우고 이를 추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관련 기사: 첨단재생‧바이오법, '육성'·'안정성' 모두 잡을까]

하지만 법안이 제정된 지는 1년이 넘었고 지난 8월부터 시행됐지만 첨단재생의료 실시를 위한 관련 고시는 한참 후인 지난 달에야 제정됐다. 정책심의위원회와 임상연구심의위원회 구성도 이제야 완료됐다. 제도 시행 4개월만에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임상연구 계획을 심의할 기구가 생긴 셈이다. 정부는 일관성있는 정책과 지원이 있어야 현장에 혼란이 없는 만큼 많은 시간을 들여 기본계획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10대 핵심과제인 임상연구체계, 신속 제품화 지원 등이 구체화되지 않아 사실상 이름뿐인 제도다. 기본계획이 확정돼야 첨단재생의료 및 바이오의약품의 연구개발도 본격화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첨단재생의료 및 바이오의약품 기술이 선진국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시간이 지체될수록 점점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미 미국, 영국, 일본은 대규모 재원을 첨단재생의료 및 바이오의약품 육성에 투자하고 있다.

업계는 초기 시행단계인 만큼 신속히 기본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기술적으로 잠재력은 있으나 세계의 급속한 발전속도 대비 정체상황"이라며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만큼 일단 시행계획을 확정, 추진하고 부족한 부분은 차차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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