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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상장 그후]下 '이커머스 왕좌' 누가 앉을까

  • 2021.03.11(목) 10:43

네이버·쿠팡의 몸집 불리기…무게중심 쏠리는 이커머스 시장
선두권 영향력 확대 가속…"2강 혹은 3강 구도 만들어질 것"

쿠팡이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다. 이를 통해 최대 4조 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막대한 실탄을 확보하는 만큼 그간 지속해온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전망이다. 그러자 시장은 다시 분주해졌다. 쿠팡에 맞서기 위해 전열을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물류 동맹'을 통해 배송 속도를 높이거나 M&A로 몸집을 불리려 하는 등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한 혈전에 다시 불이 붙었다. 쿠팡 상장에 따른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변화와 전망을 짚어봤다. [편집자] 

쿠팡이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는 또 다른 '빅 뉴스'가 터졌다. 네이버가 전통의 유통 강자인 신세계 그룹과 지분교환 등을 통해 '전략적 동맹'을 맺으려 한다는 소식이다. 두 기업이 손을 잡는다면 네이버는 CJ는 물론 신세계 그룹까지 우군으로 두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예단하기는 이르다. 오는 16일에는 또 하나의 빅 이벤트가 열린다. 몸값만 5조 원가량으로 거론되는 이베이코리아의 예비입찰이 계획돼 있다. 누가 이 업체를 가져가느냐에 따라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 구도가 소용돌이 칠 수 있다. 쿠팡과 네이버, 그리고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제3의 업체가 3강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그간 뚜렷한 시장 지배 사업자가 없었다. 쿠팡과 네이버가 주목받기는 했지만 점유율이 15% 안팎으로,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하지만 두 업체의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이들이 조만간 이커머스 업계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렇게 되면 당분간 2강 혹은 3강 체제가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가능성이 커진다. 

요즘 이커머스 업계는 쿠팡과 네이버 관련 소식으로 도배되는 듯한 분위기다. 먼저 쿠팡이 지난 10일 새로운 소식을 내놨다. 쿠팡은 오는 11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할 예정인 주식 공모 희망가를 기존 27~30달러에서 32~34달러로 높여 제출했다. 

만약 공모가가 밴드 상단인 34달러로 결정되면 쿠팡의 기업 가치는 기존에 알려진 50조 원대보다 높은 60조 원대로 산정된다. 상장으로 조달받는 자금도 기존 4조 원가량에서 4조 6000억 원 정도로 많아진다. 경쟁사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같은 날 네이버에서도 눈길을 끄는 소식이 들렸다. 네이버는 이날 공시를 통해 "(이마트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이마트 역시 같은 내용을 공시했다. 양사가 2500억 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조회 공시 답변을 통해 이런 입장을 밝혔다. 결정된 게 없다고 했지만, 양사가 조만간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네이버와 이마트가 동맹은 맺으리라는 전망은 연초부터 있었다. 지난 1월 말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이 강희석 이마트 대표와 함께 경기도 성남 네이버 본사를 방문한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정 부회장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만났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CJ그룹과 지분 맞교환 방식으로 손을 잡은 것처럼 신세계 그룹과 유사한 방식의 동맹을 맺을 거라는 전망을 내놨었다.

이처럼 쿠팡과 네이버가 경쟁적으로 몸집을 불리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무게 중심이 두 업체로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장 안팎에서 거론되던 '네이버·쿠팡 양강 구도'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실제 양사의 성장률은 여전히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 업체 와이즈앱의 추정치에 따르면 올해 1월 네이버 쇼핑과 쿠팡의 결제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5%, 68% 증가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 온라인 쇼핑 1월 거래액 증가율이 22%인 점을 고려하면 업계 평균보다 세 배가량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셈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여전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다만 전체 소매 시장 중 이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 세계 최고 수준(35.8%)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성장 속도는 점차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신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주요 업체들로 소비자들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는 거리 개념이 없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이 얼마까지 커질 수 있을지 모른다"며 "전체 시장이 커지더라도 한 회사로 집중되는 경향이 (오프라인보다) 훨씬 강하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알리바바와 아마존의 시장 점유율은 40%를 훌쩍 넘는다"고 덧붙였다.

경쟁사로서는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오는 16일 예비입찰을 진행하는 이베이코리아 매각전이 경쟁사들에게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쟁 사업자인 카카오를 비롯해 오프라인 유통 강자인 롯데와 이마트 등이 유력 인수 후보자로 거론된다는 점에서 이커머스 시장 패권 경쟁에 뛰어들 마지막 주인공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 연구원은 "카카오의 경우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 연간 거래액은 25조 원 규모로 단숨에 쿠팡을 소폭 상회해 네이버와 맞먹는 수준이 가능하다"면서 "이는 신세계 역시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한국의 높은 온라인 침투율과 일부 플레이어의 높아진 경쟁력을 고려하면 올해가 온라인 시장 재편의 해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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