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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방이 뭐길래"…직접 찾아가 봤다

  • 2021.04.27(화) 16:59

[르포]진행자‧시청자 소통…홈쇼핑 한계 넘어서
K쇼핑, 차별화된 콘텐츠로 '시장 선점' 전력

27일 오전 K쇼핑 라이브커머스 촬영 현장 전경./사진=이현석 기자 tryon@

이커머스는 쇼핑을 '경험'이 아닌 '선택'으로 바꿔놓았다. 클릭만 몇 번 하면 상품이 문 앞까지 찾아온다. 간단한 상품을 사기 위해 마트를 찾는 것은 이제 귀찮은 일이 됐다. 하지만 편리함의 이면에는 지루함이 있었다. 텍스트와 영상만으로 상품을 선택하는 것에는 '감성'이 없었다. 간편함은 그대로 누리면서, 판매자와도 소통하고 싶은 욕구가 떠올랐다.

이런 소비자 니즈를 겨냥해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 '라이브커머스'다. 라이브커머스는 이커머스‧홈쇼핑 플랫폼을 기초로 한다. 간편하게 쇼핑할 수 있다는 장점이 녹아 있다. 여기에 진행자와 소비자가 채팅 등으로 소통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체험 요소를 플랫폼의 영역으로 끌여들여 인기를 끌고 있다.

◇ "이것은 방송이 아니다"…함께 식사한 기분

27일 오전 라이브커머스 방송 제작 현장을 살펴보기 위해 서울 목동 K쇼핑 스튜디오를 찾았다. 방송 시작까지 30분을 남긴 스튜디오는 분주했다. 한 켠에서는 판매 상품인 양념주꾸미를 요리하고 있었다. 맛있는 냄새가 스튜디오를 가득 채웠다. 반대편에서는 진행자와 PD, MD, 카메라 담당자가 한 곳에 모여 막바지 점검이 한창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스튜디오 한쪽 벽면 전체에 들어선 대형 LED 스크린이었다. K쇼핑은 매 방송의 콘셉트에 어울리는 영상을 이 스크린에 출력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쇼호스트 혼자 진행하는 소규모 방송을 보다 풍성하게 꾸밀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방송의 콘셉트는 '캠핑장에서 먹는 양념주꾸미'였다. 석양이 지고 있는 캠핑장을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출력됐다.

방송 시작 5분을 앞두자 스튜디오가 급격히 조용해졌다. 시계를 바라보는 움직임만 빼면 어떤 미동도 없었다. 오직 진행자만이 활발하게 움직였다. 방송이 진행되는 앱 화면에는 벌써 10여 명의 시청자가 입장해 있었다. 방송이 시작되자 진행자가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시청자들은 '좋아요'를 누르거나 채팅창에 메시지를 연이어 보내며 진행자를 환영했다.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K쇼핑 쇼호스트(좌)와 라이브 방송 화면(우)./사진=이현석 기자 tryon@

방송은 전반적으로 홈쇼핑과 비슷했다. 진행자는 직접 주꾸미를 먹으며 방송을 진행했다. 카메라는 상품과 진행자를 번갈아 비췄다. 홈쇼핑 방송과의 차이점은 '소통'이었다. 방송이 진행되는 1시간 내내 상품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MD와 PD는 채팅창에서 질문에 직접 응대하거나 이를 진행자에게 전달했다.

질문을 전달받은 진행자는 즉석에서 친근하게 답변해주며 상품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다. 쇼핑 방송을 보기보다는 함께 식사를 하는 느낌이었다. 중간중간 추첨을 통해 소소한 이벤트도 진행됐다. 당첨과 낙첨 사이에 희비가 교차됐다. 채팅창은 더욱 활발해졌다. 그렇게 순식간에 1시간이 흘렀다. 같은 판매 방송임에도 홈쇼핑과 비교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 K쇼핑, 콘텐츠 역량 키워 차별화…"시장 선점 전력"

K쇼핑은 라이브커머스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아직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성장세가 매우 높아서다. K쇼핑의 지난해 4분기 라이브커머스 실적은 1분기 대비 3.7배 성장했다. 올해도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다. 최근 K쇼핑이 걸그룹 크레용팝 멤버 웨이, 초아와 진행한 '명품뷰티 특별전' 라이브커머스 방송은 평균 대비 2배의 트래픽과 3배의 주문 실적을 기록했다. 해외직구 방식으로 진행돼 통관번호 등록 등 번거로운 절차가 있었음에도 좋은 성과를 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올해부터 라이브커머스 시장 내 본격적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4000억 원이었던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올해 2조 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23년 1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시장이 커지면서 더 많은 사업자가 진입하고 경쟁이 격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많은 기업들이 라이브커머스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7월 '쇼핑라이브'를 공식 출범시켰다. 쇼핑라이브는 지난달까지 누적 조회수 1억 7000만 회를 기록했다. 카카오는 같은 해 10월 '카카오쇼핑라이브'를 론칭시켜 현재까지 300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들은 포털사이트와 메신저를 앞세워 시장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성장 추이.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홈쇼핑‧유통업계의 시장 공략 시도도 활발하다. 롯데홈쇼핑은 최근 모바일TV 채널명을 '엘라이브'로 변경하고 BI(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리뉴얼했다. 라이브커머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7월 정식 론칭을 앞둔 GS리테일의 통합 이커머스 플랫폼 '마켓포' 베타 버전에도 라이브커머스가 주력 기능으로 탑재됐다. 이마트는 네이버 쇼핑라이브에서 펫샵 브랜드 '몰리스' 인기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시장 경쟁 격화에 대응하는 K쇼핑의 전략은 '다르게, 더 많이'다. 차별화된 방송을 더욱 많이 진행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먼저 현재 하루 2회 진행되는 방송을 8회까지 늘린다. 셀럽‧크리에이터와 콜라보 방송을 진행하고, 추후 일반인 판매자 등을 출연시켜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기능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패션‧뷰티‧식품‧전자제품 등으로 상품 라인업을 다변화해 콘텐츠 차별화에도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다.

생방송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시도도 이어간다. 대부분 라이브커머스는 방송 시간 동안에만 판매를 진행한다. 때문에 매출 휘발성이 높다. K쇼핑은 라이브커머스 방송 종료 후 별도의 클립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클립 영상은 지난해 론칭된 KTH의 콘텐츠 플랫폼 TV MCN의 '라이브 K샵'에서 제공된다. 방송을 다시 보는 것은 물론 주문까지 가능하다. 이를 통해 방송당 매출을 끌어올리고, 더 많은 셀러들을 유입시킬 수 있다는 구상이다.

K쇼핑 관계자는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성장세가 높고 본격적인 경쟁 시작 구도에 놓여 있어 시장 선점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상품을 다변화하고 TV MCN 등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인지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단순한 쇼핑 플랫폼을 넘어 미디어를 넘나드는 콘텐츠 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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