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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랜드 버거의 '탄산음료', 영리한 노림수 통할까

  • 2021.12.15(수) 06:50

브랜드 콜라·사이다 출시…오직 매장서 판매
'맛'보다 '경험'…"버거와의 페어링에 집중"
소매시장 직접 공략 한계…일단 보급부터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신세계푸드 노브랜드 버거가 '콜라'와 '사이다'를 내놨다. 보통 외부 음료를 판매하는 패스트푸드점의 한계를 넘어, 모든 상품을 자체 유통하겠다는 전략이다. 나아가 이를 통해 노브랜드 버거의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정립하겠다는 시도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의 콜라 시장 도전은 이번이 네 번째다. 신세계는 지난 2007년 이마트에서 '노브랜드 콜라'를 내놓은 이래 '베스콜라' 등 가성비를 앞세운 제품들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이들의 성과는 미미했다. 2016년부터 다시 판매하기 시작한 현행 노브랜드 콜라의 시장 점유율도 높지 않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브랜드 음료 론칭이 의외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신세계푸드의 전략적 방향은 명확하다. 신세계는 노브랜드 브랜드 음료를 매장·배달로만 판매한다. 소매 시장에서 코카콜라·펩시·칠성사이다 등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긴 힘들다. 반면 매장·배달을 활용하면 고객이 자연스럽게 제품을 경험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시장 확장에 필요한 데이터를 얻고, 사업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다. 노브랜드 버거의 '의외의 시도'가 주목받는 이유다.

노브랜드 버거의 '단짝 탄산음료' 나왔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14일 노브랜드 버거 브랜드 음료(브랜드 음료)를 출시했다. 산하 제품은 콜라·사이다 등 2종이다. 핵심 가치는 '차별화'다. 노브랜드 네이밍을 살리면서 감각적 디자인과 자체 개발 레시피를 모두 담았다. 이를 통해 소비와 재미를 함께 추구하는 MZ세대의 '가심비' 트렌드를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날 서울 중구에서 진행된 론칭 행사에는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가 직접 '콜라맨'으로 변신해 브랜드 음료를 알리기도 했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좌)는 이날 론칭 행사에서 직접 '콜라맨'으로 변신했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패키지에도 이런 전략이 담겼다는 설명이다. 브랜드 음료는 콜라·사이다의 상징 색상인 빨간색과 초록색에 흰색을 조합했다. 패키지에 팝아트적 요소를 더해 감각적 느낌을 살렸다. 깔끔하면서도 눈에 띌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중앙 부분에는 노브랜드 버거의 'B'에서 따온 로고를 배치했다. 질감도 빛나는 소재를 활용해 청량감을 시각화했다.

맛은 노브랜드 버거 메뉴와의 '페어링'에 집중했다. '노치킨 너겟'과 '페퍼로니 버거' 등 고유 메뉴와의 조합을 고려했다. 가성비도 살렸다. 355mL 제품의 가격을 일반 콜라의 255mL 제품과 비슷하게 책정했다. 신세계푸드는 브랜드 음료를 매장과 배달 전용으로만 판매할 계획이다. 특히 배달 주문에는 노브랜드 브랜드 음료만을 제공한다. 다만 아직 소매 시장에 직접 진출할 계획은 없다.

브랜드 음료, 정말 '다를까'

브랜드 음료는 정말 차별화된 제품일까. 코카콜라·펩시·칠성사이다 등 시장 강자들과 비교해봤다. 외관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른 음료의 캔에 비해 다소 광택은 강했지만 질감은 유사했다. 다만 디자인 전략은 달랐다. 보통 한 가지 색상으로 구성되는 탄산음료 캔과 달리, 각 캔의 흰색 비중을 높여 눈에 띄도록 만들었다. 한글로 된 제품명으로 직관성을 끌어올렸다.

맛은 전반적으로 부드러웠다. 코카콜라와 비교하면 탄산이 약했고, 펩시에 비해서는 달지 않았다. 보통 콜라 하면 떠올리는 특유의 맛도 강하지 않았다. 사이다도 마찬가지였다. 칠성사이다 대비 탄산이 약했다. 스프라이트에 비교하면 사이다 특유의 향이 거의 없었다. 모든 면에서 중간에 가까웠다.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맛이었지만, 개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노브랜드 버거가 자체 브랜드 콜라와 사이다를 내놨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다만 이는 다른 음식과 함께 먹을 때 오히려 '강점'으로 다가온다. 노브랜드 버거의 메뉴들은 타 패스트푸드점 대비 맛이 진한 편이다. 때문에 맛이 강한 음료를 함께 마신다면 본연의 맛을 덜해질 수밖에 없다. 브랜드 음료는 이런 한계를 해소했다. 페퍼로니 버거는 물론, 어떤 메뉴와 먹더라도 맛을 해치지 않았다. 음료에 필요한 최소한의 존재감을 가져가면서도 조합에 중점을 둔 느낌이었다. 이는 자체 브랜드이기 때문에 가능한 시도로 보였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브랜드 음료는 시중 음료와 직접 경쟁하기보다는 노브랜드 버거의 고객들이 어떤 음료를 선호하는 지에 대해 연구·개발된 제품"이라며 "소비자의 고정관념을 깨는 동시에, 노브랜드 버거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자 브랜드 요소로 활용해 소비자의 호감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브랜드 음료에 담긴 '노림수'는

브랜드 음료의 목표는 '틈새 시장' 공략이다. 콜라·사이다 시장은 대표적 ‘레드 오션’이다. 과점 구도가 고착화돼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코카콜라·펩시의 콜라 시장 점유율은 99.5%에 달한다. 사이다도 칠성사이다·스프라이트가 시장 90%를 독차지한다. 소비자 충성도도 높다. 815콜라·콤비콜라·노브랜드 콜라 등 앞서 출시된 콜라·사이다가 실패한 이유다. 신제품을 아무리 차별화하더라도 소매 시장을 직접 공략하기는 만만치 않다.

반면 매장·배달 시장에는 기회가 있다. 매장·배달 시장에서 탄산음료는 '일상 용품'이다. 매장 제공 제품을 타 제품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소매 시장 대비 제품을 수월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노브랜드 버거의 주력 소비자는 새로운 제품에 거부감이 낮은 젊은 계층이다. 이들은 신제품을 '밈(Meme)'으로 소비하는 등 트렌드를 만드는 데도 탁월하다. 따라서 제품력만 뒷받침된다면 좋은 반응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신세계푸드는 브랜드 음료로 탄산음료 시장 '틈새'를 노린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게다가 유통망까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노브랜드 버거는 올해 170개 매장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론칭 2년만의 성과다. 신세계푸드도 노브랜드 버거 전담 조직을 설치하는 등 매장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향후 시장 데이터를 더 많이 얻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기반으로 제품을 보완한 후 소매 시장을 다시 두드려 볼 수도 있다. 또 자체 제품인 만큼, 로열티 등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이것이 브랜드 음료에 담긴 신세계푸드의 '노림수'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음료의 점포·배달 중심 유통 전략은 '영리한 선택'이다. 제품 품질이 상향평준화돼 신제품 성공이 어려운 소매 시장과 달리 최소한 시장에 자리잡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수익성 측면에서도 타사 제품을 납품받는 것에 비해 효율적이다. 소매 시장 진출을 섣불리 점치기는 어렵지만, 노브랜드 버거의 성장과 맞물려 어느 정도 영역을 넓힐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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