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이재현 회장의 혁신 선언 이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각 계열사별 각종 투자 계획 발표에 이어 이번에는 인사 제도에도 변화를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CJ그룹은 내년부터 임원 직급을 없애고 회장과 부회장을 제외한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로 통합키로 했다.
CJ그룹은 내년부터 사장, 총괄부사장, 부사장, 부사장대우, 상무, 상무대우로 나눠져 있는 6개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 단일 직급으로 통합한다고 23일 밝혔다.
CJ그룹이 임원직급 단일화를 시행하는 것은 연공서열과 직급 위주로 운용되는 기존 제도로는 우수 인재들의 역량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또 기존 제도로는 글로벌 경쟁에서도 살아남기 어렵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CJ그룹의 이번 조치에 대해 파격적이라는 분위기다. 벤처·스타트업으로 출발하지 않은 기존 대기업 가운데 임원 직급을 2~3 단계까지 축소한 사례들은 있었다. 하지만 사장급 이하 임원들을 단일 직급으로 운용하는 것은 CJ그룹이 처음이다.
단일 직급인 ‘경영리더(임원)’의 처우, 보상, 직책은 역할과 성과에 따라서만 결정된다. 성과를 내고 맡은 업무범위가 넓은 임원일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고 더 빨리 주요보직에 오르게 된다. 체류 연한에 관계없이 부문장이나 CEO로 조기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이를 통해 역량 있는 인재의 조기발탁과 경영자 육성 시스템이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번 조치로 CJ그룹은 내년부터 임원의 대외호칭으로 대표이사, 부문장, 실장, 담당 등 직책을 사용할 계획이다. 내부에서는 직급 대신 이름을 부르는 ‘님’ 문화를 시행 중으로 변화가 없다.
그동안 직급에 맞춰 일률적으로 지원되던 차량·사무공간·비서·기사 등도 앞으로는 보직과 역할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된다. 직급별로 차종이 정해져 있던 업무용 차량도 앞으로는 일정 비용 한도 내에서 업무 성격과 개인 선호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바뀐다.
CJ그룹은 임원 직급 단일화를 인재육성 시스템 개선의 선도조치로 시행키로 했다. 이후 일반직원들의 직급체계도 단순화하는 방안을 계열사별 상황에 맞춰 추진할 계획이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기존 7단계이던 직원 직급을 전문성, 리더십 등 구성원의 역량 및 역할 중심의 ‘Associate-Specialist-Professional’ 3단계로 축소하고 승진에 필요한 최소 근무연한을 철폐했다. CJ CGV와 CJ푸드빌도 직급 체계를 7단계에서 4단계로 개편한 바 있다. CJ ENM, CJ대한통운도 내년부터 단순화된 새로운 직급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직급 파괴는 급변하는 산업 트렌드 및 글로벌 경쟁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며 “그룹의 인적 구성이 점차 젊어지고 있는 만큼 인사제도나 조직문화도 구성원 특성에맞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이번 결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