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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확 달라진 롯데…실적보다 더 중요한 건?

  • 2022.03.29(화) 07:00

HQ 체제 통해 M&A·사업개편 활성화
눈에 띄는 공격 행보…지주는 지원에 집중
관건은 믿음·인내심…'실적 없는 혁신' 감내해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롯데그룹은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기업입니다. 이커머스의 빠른 성장은 롯데의 주무대인 오프라인 유통 시장을 잠식했습니다. 호텔·면세점·테마파크·영화관은 정상 영업이 어려워졌고요. 백화점은 명품 쏠림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물론 위기가 코로나19 탓만은 아닙니다. 롯데는 이미 201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죠. 코로나19는 이를 눈에 띄게 만드는 계기였을 뿐입니다.

당연히 롯데도 위기를 알고 있었습니다. 신동빈 회장은 일찍부터 화학·건설·제조 등 사업에 힘을 들여왔습니다. 유통·식품 등 부문에는 매년 상·하반기 VCM(舊 사장단회의)때마다 변화를 요구했죠. 하지만 실속은 없었습니다. 이베이코리아(現 지마켓글로벌) 인수전에서는 신세계그룹에게 밀렸고, 대안으로 내세운 롯데ON은 부진했죠. 백화점은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하며 명품을 내세운 경쟁사에게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움직임은 사뭇 다릅니다. 시작은 인사였습니다. 롯데는 지난해 말 정기인사에서 두 가지 파격을 선보였습니다. 먼저 기존 BU(비즈니스유닛) 체제를 HQ(헤드쿼터)로 개편했죠. 계열사가 산업군 기준으로 묶이는 점은 같지만, HQ에는 인사·재무 권한도 부여됐습니다. 이어 롯데의 상징이었던 '순혈주의'도 깨집니다. 유통HQ의 최고경영진이 신세계·이베이 등 외부 출신으로 채워졌습니다.

이는 의사결정 시스템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이전까지 롯데의 사업상 중요 사안은 늘 롯데지주가 결정했습니다. 각 BU는 지시를 받아 실행했고요. 반면 HQ는 각 사업을 독자적으로 운영합니다. 자연스럽게 현업의 목소리가 더 잘 반영되고, 시장 변화를 따라잡기도 수월해지죠. 롯데지주는 그룹 전체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각 HQ를 지원하는 조직이 됐습니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가 지난주 있었던 주주총회에서 이런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죠.

롯데제과 및 롯데푸드 실적 추이.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HQ체제는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최근 롯데의 공격적 인수합병(M&A)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특히 유통HQ가 두드러집니다. 시장 예상 가격 이상을 투자해 한샘·한국미니스톱을 인수했습니다. 롯데쇼핑은 외부 전문가를 대거 영입하고 조직을 개편했습니다. 식품HQ에서는 롯데제과가 롯데푸드와 합병했습니다. 사업을 일원화하고 장비 등을 공유해 효율성을 높였죠. 그룹 전체를 관리하는 지주사가 내리기 어려운 과감한 결단입니다.

아울러 롯데지주의 집중력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바이오·헬스케어·모빌리티 등을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명확히 정의했습니다. 관련 스타트업·플랫폼에 대한 투자도 진행했죠. 다음달에는 바이오·헬스케어를 담당하는 롯데헬스케어까지 지주 직속으로 신설할 예정입니다. 이 과정의 누적 투자금은 1조원이 넘습니다. 롯데가 M&A에 이보다 더 큰 금액을 들인 적은 있지만, 지금처럼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지는 않았었죠. 예전보다 눈에 띄는 모습인 것은 분명합니다.

당분간 롯데의 변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신 회장은 지난 1월 있었던 2022년 상반기 VCM에서 계열사 대표들에게 "그동안 생각해온 성과의 개념을 바꾸겠다. 매출·이익이 전년 대비 개선됐다고 만족하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기업의 총수가 계열사 대표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롯데의 행보를 함께 살펴보면 의미가 다소 다르죠. 반드시 변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입니다.

롯데그룹은 HQ체제 개편 이후 공격적 투자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업계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입니다. 일각에서는 '유통 맏형' 롯데의 혁신이 곧 산업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감지됩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외부 인재를 영입하고 조직을 개편해도 조직문화가 한 순간에 바뀌기는 어렵습니다. 또 롯데는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운 산업에 대한 노하우가 다소 부족합니다. 메타버스는 완전히 생소한 무대이기도 하죠. 성과가 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롯데의 변화는 전문경영인이 이끌고 있습니다. 전문경영인은 실적으로 스스로를 증명합니다. 그러지 못한다면 자리를 내놓는 경우가 많죠. 단기 성과에 집중하고, 회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자리입니다. 이런 가운데 신사업 성과에 대한 문책과 압박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전문경영인은 소심해지고, 변화는 표어에 그치게 될 겁니다. 신사업에 허비한 시간만큼 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거고요. 자칫하면 그룹 전체가 흔들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롯데에게는 믿음과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롯데의 변화 의지는 어느 때보다도 강합니다. 남은 것은 '지구력'입니다. 스스로 정한 미래를 믿는다면 당장의 실적이 나오지 않아도 꾸준히 투자해야 합니다. 유능한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고, 이들을 믿어줘야 합니다. 아울러 기존 구성원을 설득할 수 있는 비전도 제시해야겠죠. 모두 어려운 일이지만 해내야만 합니다. 이것이 롯데의 미래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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