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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주도권 빼앗긴 홈쇼핑, 반전 모색 '안간힘'

  • 2022.05.30(월) 06:50

[워치전망대]실적 부진한데 미래도 '불투명'
신성장동력 마련 나섰지만 수익성은 아직
관건은 플랫폼화…‘탈 TV’ 전까지 버텨야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코로나19는 홈쇼핑에게 기회이자 악재였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자 실적이 일시 반등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주요 소비자였던 중·장년층이 이커머스에 익숙해졌다. 그 사이 T커머스 등 새로운 커머스 모델은 홈쇼핑의 대체재로 떠올랐다. 결국 시장 성장이 정체됐다. 그럼에도 송출수수료 등 고정비 부담은 나아지지 않았다. 주요 홈쇼핑업체 모두가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 이유다.

홈쇼핑업계는 신성장동력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TV 의존도를 낮추며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는 것이 목표다. 대표적 신사업 분야는 라이브커머스·콘텐츠커머스 등 영상 기반 커머스다. 대체불가토큰(NFT)과 메타버스 등을 새로운 먹거리로 점찍은 업체도 있다. 이 신사업이 당장의 실적 개선에 큰 보탬이 되긴 어렵다. 시장이 초창기이며 경쟁 상대도 만만치 않아서다. 따라서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코로나19, 약발 다했다

CJ온스타일은 1분기 매출 3173억원, 영업이익 12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 줄었고 영업이익은 61.6% 급감했다. 같은 기간 GS샵의 매출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3021억원이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30.3% 줄어든 259억원이었다. 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 역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 가량 줄었다. NS쇼핑은 2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업계에서는 실적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송출수수료를 꼽는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업체가 유료방송사업자에게 내는 일종의 자릿세다. 지난해 주요 홈쇼핑 7개사(CJ·GS·현대·롯데·NS·홈앤·공영쇼핑)가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1조8048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7.7% 증가한 수치다. 연평균 두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했던 최근 10년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시장 위축을 고려하면 부담이 더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홈쇼핑의 경쟁력 하락을 지적한다. 홈쇼핑 주요 소비자 중·장년층은 코로나19 이후 이커머스에 익숙해졌다. 홈쇼핑을 여전히 선호하는 소비자는 T커머스에 주목한다. 녹화 방송 구성이라 다양한 상품을 간편히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실제로 SK스토아·KT알파·신세계라이브쇼핑 등 주요 T커머스 업체들은 지난 1분기 호실적을 거뒀다. 게다가 미래 잠재 소비자인 젊은 세대는 TV보다 모바일에 익숙하다. 실적 부진은 당연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탈(脫) TV' 가속화…이커머스 한 판 붙자

홈쇼핑업계는 TV 밖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핵심 분야는 TV 플랫폼 영향력을 활용하기 수월한 라이브커머스와 콘텐츠커머스다. 주요 홈쇼핑사 모두 관련 플랫폼을 론칭하고 부서를 신설하는 등 적극 나서고 있다. 자체브랜드(PB) 강화로 차별화를 꾀하는 경우도 있다. CJ온스타일은 올해만 리빙 플랫폼 '콜렉션비', 생활용품 브랜드 '생활공작소'에 투자했다. 최근에는 주얼리 전문몰(버티컬 플랫폼) '아몬즈'의 운영사 비주얼에 3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롯데홈쇼핑은 업계 최초의 NFT 마켓을 선보였다. /사진=롯데홈쇼핑

롯데홈쇼핑은 가상·디지털 콘텐츠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홈쇼핑이 아닌 미디어 커머스사로 변신하겠다는 구상이다. 롯데홈쇼핑은 이달 유통업계 최초로 NFT마켓플레이스 'NFT 샵'을 오픈했다. 첫 상품으로는 영화 '마녀2' 아트워크와 가상 인플루언서 '루시' 상품을 선보였다. 중·장기 전략은 메타버스다. 롯데홈쇼핑은 올해 안에 라이브커머스를 3차원 가상현실로 구현한 체험형 모델 ‘메타라이브 스튜디오’를 론칭할 예정이다.

이커머스 등 채널과 경쟁하기 위한 배송 인프라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NS홈쇼핑은 지난해 말 수도권에서 시작한 새벽배송을 이달 천안·아산 일부지역까지 확장했다. CJ온스타일은 지난해 말부터 식품 600여종에 대한 새벽배송을 진행하고 있다. GS샵은 편의점·슈퍼마켓 등 GS리테일의 오프라인 인프라를 활용해 '퀵커머스'를 강화한다. 지난달 론칭한 ‘도착일 선택’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현재 GS샵은 총 2200여개 상품에 도착일 선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목표는 플랫폼화…"될 때까지 버텨라"

다만 PB강화를 제외하면 이런 신사업은 당장의 수익성 개선을 불러오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물론 라이브·콘텐츠커머스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2020년 4000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3년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재 홈쇼핑업계는 라이브커머스를 특정 상품 매출을 ‘붐업’시키는 데 활용한다. TV 등 기존 채널과 비슷한 수준의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수익모델을 완성하기도 쉽지 않다. 라이브커머스는 인스타그램·틱톡 등 SNS 셀럽의 영향력이 높은 분야다. 이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해 고객을 '록인(Lock-in)' 시킨다. 상품만이 아닌 자신을 브랜드화하는 셈이다. 홈쇼핑 플랫폼 내 라이브커머스가 이런 구조를 완성하기는 쉽지 않다. 다양한 방송을 한 번에 송출할 수 있는 T커머스 대비 경쟁우위도 가져가기 어렵다. 더불어 메타버스·NFT는 아직 구체적 활용 방법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따라서 업계에서는 신사업 추진과 별도로 홈쇼핑의 강점을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시장이 위축되고 있지만 패션 등 특정 분야에서는 홈쇼핑의 강점도 분명하다. 주요 고객층은 여전히 탄탄하다. 특히 주 타깃 층인 40대 여성은 구매력까지 높아 시장도 안정적이다. 이 고객층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신사업이 정착하기까지의 타격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이 어느 정도 사양 산업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급한 변화는 기존 충성고객까지 잃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새로운 분야에 대한 노하우도 충분치 않은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신사업에 무게추를 집중시키는 것만큼 잘하는 분야를 집중 공략하면서 변화의 타격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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