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왕좌를 놓고 네이버와 쿠팡의 경쟁이 뜨겁습니다. 쇼핑과 멤버십, 디지털 콘텐츠 등 각 분야에서 대립이 이어집니다. 둘의 목표는 이들 사업을 최대한 '캐시 카우'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해외와 신규 사업 진출 등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습니다. 이 싸움에서 누가 이길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분명한 점은 '투톱'의 대결이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겁니다.
최근 쿠팡은 네이버를 제치고 국내 이커머스 결제액 1위를 차지했습니다. 앱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쿠팡(쿠팡이츠 포함)의 지난 1분기 결제추정액은 9조6226억원에 달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7조5172억원) 28%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1분기 8조5600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던 네이버는 올해 1분기 9조4834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지만 쿠팡의 증가율에 뒤져 2위로 떨어졌습니다.
차이가 크지 않지만 쿠팡이 처음으로 네이버를 넘어선 겁니다. 이 같은 상황은 올해도 각축전이 치열할 것임을 예고합니다. 네이버와 쿠팡은 서로의 '약점'을 공략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핵심 전략은 '쇼핑 검색의 탈(脫) 포털'입니다. 물건을 구입할 때 네이버가 아닌 쿠팡에서 검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검색, 쇼핑, 결제'로 이어지는 네이버의 '고리'를 깨려는 시도입니다. 아예 검색 단계부터 이를 끊어 내겠다는 겁니다. 최근 쿠팡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쇼핑 검색'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네이버는 전략적으로 판매자와의 '상생'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쿠팡이 소비자 편익에 좀 더 집중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낮은 수수료율과 빠른 정산이 대표적입니다. 최근 '빠른정산' 서비스는 출시 1년 4개월 만에 대금 10조원을 기록했습니다. 이외에도 네이버는 소상공인과 1인 창업자 지원 프로그램을 계속 늘리고 있습니다. 입점 업체를 늘려 쿠팡의 오픈마켓을 흔들려는 의도입니다.
가장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멤버십'입니다. 유료 멤버십 경쟁에서 승리해야 시장의 패권을 차지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커머스는 플랫폼 특성상 '충성고객'이 적습니다. 대부분 가격을 기준으로 온라인몰을 옮겨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 멤버십입니다. 쓸수록 혜택이 커지는 구조로 고객을 자사 서비스에 지속적으로 묶어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네이버와 쿠팡은 멤버십 마케팅에 적극적입니다. '네이버플러스멤버십'은 이달 초 누적 이용자 8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네이버플러스멤버십은 포인트 적립 제도를 내세워 이용자를 끌어들입니다. 네이버쇼핑, 예약, 웹툰 등에서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면 결제 금액의 최대 5%를 포인트로 돌려줍니다. 이 같은 높은 포인트 적립률은 '검색, 쇼핑, 결제'로 이어지는 네이버 쇼핑 생태계의 핵심입니다.
로켓배송으로 무장한 쿠팡의 '로켓와우멤버십'은 1000만 회원 돌파가 코앞입니다. 네이버를 상대로 계속해서 우위를 점해 왔습니다. 현재 회원수는 900만명에 달합니다. 특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쿠팡플레이' 이용 혜택이 알려지며 가입자 수가 늘었습니다. 쿠팡플레이는 스포츠,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내놓고 있습니다. 올해 3월 단행된 4990원 요금 인상 여파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양사는 멤버십 혜택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멤버십 가격에 걸맞지 않은 혜택을 제공할 수 없다면 고객을 뺏기게 됩니다. 이는 수익성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유료 멤버십 가입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시장 장악력은 더 커지게 됩니다. 다른 유통 기업들이 네이버, 쿠팡의 양강 구도를 깨지 못하는 것도 이 멤버십 때문입니다.
쿠팡과 네이버 어디가 이길지 속단은 어렵습니다. 두 곳 모두 장점이 뚜렷해 섭니다. 네이버의 손을 들어주는 쪽은 포털의 힘을 내세웁니다. 네이버는 국내 최대 포털 사업자입니다. 검색뿐 아니라 부동산, 웹툰, 블로그 등 서비스 간 연계가 탁월합니다. 특히 네이버 블로그의 경우 물건을 사기전 둘러보는 필수 '코스'입니다. 네이버가 판매자에 낮은 수수료 정책을 펴고 있는 것도 강점입니다.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한국 사회 분위기에 부합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동맹군도 든든합니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손을 잡아 물류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쿠팡처럼 대규모 물류 투자나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습니다. 쿠팡과 달리 물류센터 과로사 등 노조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게 큰 강점입니다. '유통 공룡' 신세계와도 지분 교환을 통해 본격적인 협업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반면 쿠팡의 승리를 예상하는 쪽도 만만치 않습니다. 쿠팡의 '탈(脫)포털화'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값싼 물건과 빠른 배송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쿠팡을 선호합니다. 특히 생필품에 대한 재구매율이 높습니다. 알게 모르게 충성고객들이 계속 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상품에 대한 '솔직한 후기'도 볼 수 있습니다. 상업화된 네이버 블로그 리뷰보다 낫다는 평도 나옵니다.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등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도 강점입니다.
무엇보다 배송 역량이 쿠팡의 가장 큰 무기입니다. 쿠팡은 수년간 물류 인프라를 수조원을 투자해 왔습니다. 더는 외부에 위탁을 맡기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배송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 겁니다. 로켓 배송 등 새벽배송 권역도 가장 넓습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쿠팡은 수조 원을 들여 물류센터를 확충하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가장 긴장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어찌됐든 네이버와 쿠팡의 전쟁이 더욱 격화할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엔데믹이 시작되는 올해 본격적으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테니까요.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상 앞으로 1등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요. 수조원의 적자를 안고도 매출을 높여가는 쿠팡일까요. 포털의 힘으로 생활 속에 파고든 네이버일까요. 물론 쓱닷컴 등 여타 '제 3자'의 약진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들의 싸움이 어떻게 전개될지 함께 지켜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