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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소비자 태반 "몰라"…편의점 비닐봉투 '퇴출' 순탄할까

  • 2022.10.17(월) 07:20

다음달 24일부터 편의점 비닐봉투 '퇴출'
점주들 "금지 좋지만 고객 반발 우려"
소비자 불편 불가피…'홍보' 강화해야

한 점주가 앞으로 일반 봉투 대신 종량제 봉투를 써야한다고 설명하고 있다/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비닐봉투 퇴출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법으로 금지하는 것도 찬성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손님들이 비닐봉투를 달라고 항의하면 어떻게 할지 벌써 겁이 납니다."

14일 오후 방문한 서울시 신촌동의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김모 씨는 다음 달 일회용 비닐봉투 전면 금지 조치를 앞두고 '걱정이 된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비닐봉투를 주지 못한다고 하면 온갖 불만을 토로할 손님들이 눈에 선하다"며 "지금은 비닐봉투를 주고 있지만 다음 달부터는 법으로 줄 수도 없으니 취객이나 고령의 손님들을 어떻게 대처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젠 비닐봉투 못써

다음 달 24일부터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의 비닐봉투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지금까지는 유상으로 구입해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판매 자체가 '불법'이다. 비닐봉투 판매가 적발되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금은 '계도 기간'이다. 주요 편의점들은 이미 비닐봉투의 발주를 중지한 상태다. 지금 판매되는 비닐봉투는 점주들이 미리 발주해 뒀던 재고분이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편의점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점주와 소비자 간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제도 변경에 대한 가맹점주 안내가 한창이다. 다음 달 24일 이후부터는 기존에 구매했던 비닐봉투도 사용할 수 없다. 업계는 비닐봉투를 대체할 종이봉투, 종량제봉투, 다회용봉투 등 도입에도 서두르고 있다. GS25 관계자는 "남은 한 달간 소비자들에게 관련 정책을 알리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매장 내 변경 사항을 알리는 포스터 부착 등 홍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일회용품 감축 정책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앞서 2019년에는 대형마트, 슈퍼마켓에서의 속비닐과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했다. 지난 2020년에는 대형마트 박스포장대의 종이상자와 포장 테이프, 끈 등을 퇴출했다. 다음 달 24일부터는 편의점, 식당, 카페 등으로 범위가 확장되는 셈이다. 무엇보다 편의점의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된다. 비닐봉투 사용이 그동안 '필수 불가결'했기 때문이다. 

소비자·업주 반응은 

편의점 비닐봉투 퇴출에 대한 현장의 시선은 엇갈렸다. 대부분 정책 취지는 공감하지만 앞으로 곤란한 상황이 예상되서다. 편의점 고객들은 다음 달 24일 이후부터 비닐봉투 대신 종량제봉투를 구매하거나 종이봉투를 이용해야 한다. 다만 종량제봉투는 타 지역에서 사용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가격도 일반 봉투보다 비싸다. 종이봉투 역시 내구성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앞으로 사라지는 일반 일회용 비닐 봉투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마포구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이모 씨는 "편의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비닐봉지 쓰레기가 심각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이따금 조금씩 물건을 사가는 곳이 편의점인데 장바구니나 종량제 봉투가 대안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종량제봉투의 남용을 우려하는 점주도 있었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또 다른 점주는 "종량제봉투라고 해도 비닐인데 비닐봉투 사용량이 과연 줄어들지 의문"이라며 "젊은 사람들은 종량제봉투도 그냥 쓰레기처럼 버리지 않느냐"고 우려했다.. 

아직 제도 시행 자체를 아예 모르는 이들도 많았다. 담배를 사러 들렀다는 한 손님은 "편의점 비닐봉투 사용 금지는 오늘 처음 들었다"며 "앞으로 휴대용 비닐 봉투를 가지고 다녀야 하는 건가"라며 당황해했다. 점심 시간 편의점을 들렀다는 한 회사원은 "가끔 급할 때 물건을 사러오는 곳이 편의점인데, 종량제 봉투에 담아가면 아무래도 들고 다니기 좀 그렇지 않겠나"고 했다. 

잘 '정착' 될까

업계는 안착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초기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편의점은 대형마트, 백화점과 다르다. 장바구니 지참이 보편화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근거리 소매점 특성상 소규모 구매가 많기 때문이다. 이른바 '계획에 없던' 소비가 많다. 종이봉투는 주류·냉장 등 젖거나 무거운 물건을 담기 어렵다. 종량제봉투가 대안으로 꼽히지만 가격 부담이 늘어난다. 실제로 과거 비닐봉투 무상제공 금지 시행 당시에도 소비자 불만이 컸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물론 적응 기간만 지나면 곧 정착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친환경은 피해 갈 수 없는 사회 흐름이다. 비닐봉투 퇴출에 공감하는 점주와 소비자도 많다. 대형마트 종이박스, 속비닐 퇴출 당시에도 시행 초기 많은 진통이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곧 변화한 제도에 적응했다. 장바구니 사용이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편의점도 충분한 홍보와 안내가 진행된다면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관건은 소비자 설득 과정이다. 막무가내식 퇴출은 큰 반발만 불러올 수 있다. 좀 더 현실성 있는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 '장바구니 유상 대여' 등의 대안도 고려해 볼 만 하다. 정부 노력도 필수적이다. 사실 업계가 진행할 수 있는 홍보와 안내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 차원에서 캠페인 등 적극적인 인식 개선 노력을 이끌어야 한다. 편의점 비닐봉투 퇴출 연착륙의 전제 조건이다. 정책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도 이를 모르는 이들이 많다. 이 혼란은 오롯이 점주와 소비자가 겪게 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이 가중될 수 있어서 혼란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서 "제도 시행 과정에서 점주와의 마찰을 최소화 수 있도록 소비자 안내 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친환경이 중요한 시점인 만큼 비닐봉지 퇴출도 당연한 수순이라고 본다"면서도 "정부도 이번 정책에 대해 많은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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