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수익성 강화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외형을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내실이 계속 악화하고 있어서다. 경기 침체로 투자 심리가 악화하는 등 대외적 분위기도 좋지 않다. 과거처럼 대규모 투자에 의존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시간도 많지 않다.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다는 시장의 의구심이 깊다. 당근마켓은 최근 경영진을 교체하며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회원은 많은데…'
당근마켓은 지난 몇 년간 몸집을 크게 불려왔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당근마켓의 지난해 매출은 257억원으로 나타났다. 2020년(118억원)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 타이틀도 달았다. 지난해 한 해에만 중고거래 1억5500만건을 달성하는 등 이용자 수가 급속도로 늘었다. 지난 10월 기준 당근마켓의 회원 수는 3200만명을 돌파했다. 국민 5명 중 3명은 당근마켓에 가입한 셈이다.
문제는 적자다. 당근마켓은 수년째 수익성 개선에 애를 먹고 있다. 당근마켓의 영업손실은 2019년 72억원, 2020년 134억원, 지난해 35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당기 순손실도 2020년 130억원에서 2021년 364억원으로 2.8배 증가했다. 사업에 쏟았던 비용에 비해 수익이 저조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지난해 당근마켓의 수익은 지역광고를 통해 벌어들인 257억원에 불과했다.
물론 이는 대다수 플랫폼 기업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초기 비용이 들더라도 우선적으로 이용자 확보에 집중한다. 적자 구조가 곧 '경영 기조'다. 쿠팡 등이 대표적 예다. 생태계 구축에만 성공하면 수익은 그 이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생각이다. 특히 유망 플랫폼 기업은 비교적 투자를 받기도 쉽다. 과거 당근마켓이 수익성에 크게 목을 매지 않았던 이유다.
'상황' 바뀌었다
다만 최근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고금리 등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졌다. 시장에 돈이 넘치던 과거가 아니다. 경기침체에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반면 중고 거래업에 대한 경쟁자는 대거 늘었다. 특히 리셀(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의 기세가 무섭다. '발란'과 '크림' 등 신생 업체 등이다. 여기에 네이버와 신세계, 롯데 등도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당근마켓만 주목받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더 이상 '잠재 가능성'만으론 살아남기 힘들다는 얘기다.
최근 당근마켓은 대표이사 교체에 나섰다. 창립 7년 만의 일이다. 업계에선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을 위한 '결단'으로 풀이한다. 당근마켓은 신임 대표로 카카오 출신 황도연 부사장을 선임했다. 황 대표는 카카오에서 카카오선물하기, 카카오장보기 서비스 등을 도입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3월 당근마켓 사업 부문 총괄 부사장으로 합류한 뒤 여러 신사업을 전개해왔다. 비즈프로필, 로컬 커머스, 당근알바, 중고차, 부동산 등 분야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중이다.
2017년 7월 창립 때부터 이어진 김용현·김재현 공동대표 체제는 김용현·황도연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해외사업 부문은 김용현 대표가, 국내 사업 부문은 황 신임 대표가 각각 전담하는 구조다. 김재현 대표는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자리를 옮겨 장기 비전에 집중한다. 각자대표 체제는 공동대표 체제보다 의사 결정 과정이 빠른 만큼 신임 황 대표에게 힘을 더 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경영 체제의 관건은 수익성에 대한 증명이다. 당근마켓이 사업 다각화를 고민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당근마켓이 가장 쉽게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거래 수수료' 도입이다. 현재 당근마켓은 개인 간 중고거래에 대한 수수료가 없다. 다만 이는 리스크가 큰 전략이다. 수수료 도입 과정에서 이용자들의 이탈이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경쟁 플랫폼에 약점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 뻔하다. 당근마켓이 설립부터 지금까지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을 강조하며 수수료를 받지 않는 이유다.
카카오를 꿈꾼다
대안으로 점찍은 것이 광고 수익이다. 당근마켓은 지난 6월부터 프랜차이즈 기업을 대상으로 '브랜드 프로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브랜드 프로필은 당근마켓 비즈 프로필의 기업용 계정이다. 기업의 광고비로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목적이다. 최근에는 기업 마케팅 담당자 등 전문 마케터를 위한 광고 솔루션도 서비스도 선보였다. 당근마켓의 강점은 하이퍼 로컬(지역 밀착형) 서비스로 축적한 데이터다. 당근마켓은 이를 광고에 접목시켜 차별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플랫폼의 힘을 십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롤 모델'은 카카오다. 과거 카카오는 무료 메신저의 고객 '록인' 효과를 여러 사업과 연결했다. 유통과 금융 여러 분야로 손을 뻗어 나갔다. 최근 당근마켓의 움직임도 이와 유사하다. 아르바이트 구인, 부동산 시장, 중고차 매매 등 분야에서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기존의 중고 거래 사업보다 수익 모델을 구축하기 훨씬 수월한 분야다.
물론 당근마켓의 전망을 어둡게 보는 시각도 많다. 당근마켓은 국내 시장에 국한된 플랫폼이다. 광고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다. 포털, 배달앱, 커머스 등 경쟁 플랫폼들과 파이를 나눠야 한다. 지역 커뮤니티를 표방하며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미 각 분야마다 '버티컬 플랫폼'이 들어선 지 오래다. 직방, 알바몬, 야놀자, 배달의민족 등이 대표적이다. 파고들 틈이 많지 않다. 오히려 '카카오식' 문어발 확장은 당근마켓의 정체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플랫폼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 중고품 거래는 중고 명품처럼 단가가 크지 않은 데다, 수수료를 도입할 명분도 적어 수익 구조를 갖추기 어려운 분야"라며 "당근마켓이 중고차 등 다른 분야를 넘보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막대한 회원수와 하이퍼로컬 서비스에서 얻는 데이터는 당근마켓의 분명한 강점"이라며 "이를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 시킬지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