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식 시장의 문을 꾸준히 두드리고 있는 하림이 이번에는 분식 시장에 도전한다. 프리미엄 분식 브랜드 '멜팅피스'를 론칭하고 떡볶이와 함께 먹기 좋은 튀김류를 내놓았다.
앞서 진출한 즉석밥·라면과 달리 눈에 띄는 리딩 브랜드가 없는 시장인 만큼 프리미엄 콘셉트를 내세운 하림이 이번에는 시장 안착에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다. 다만 이번에도 더미식밥·라면과 마찬가지로 높은 가격이 발목을 붙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프리미엄 분식' 도전하는 하림
하림은 1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앤85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코리안 스트리트푸드'를 표방한 가정간편식(HMR) '멜팅피스'를 론칭한다고 밝혔다.
멜팅피스는 튀김과 핫도그 등 대표적인 한국의 길거리 음식들을 셰프 레시피로 재탄생시킨 브랜드다. 길거리 음식에 대한 편견을 깨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담겠다는 설명이다.
멜팅피스는 브랜드 론칭과 함께 순대튀김·새우튀김 등 튀김 7종과 핫도그 3종, 함박까스 3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냉동 튀김 HMR이 대부분 대용량이라는 점을 감안, 핑거푸드형의 한입거리 크기에 300~600g 소용량으로 선보인다.
튀김옷을 얇게 입히고 기름에 2번 튀겨내 에어프라이어만 이용해도 바삭하게 조리할 수 있고 튀김류를 떡볶이와 함께 먹는 문화에 맞춰 떡볶이 소스를 함께 제공하는 게 차별점이다.
가정식 못 잃어
하림의 가정 시장 공략은 지난 2021년 본격화했다. 육가공 부문의 의존도를 줄이고 종합식품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신성장동력으로 HMR을 선택하면서다.
3월 즉석밥 브랜드 '순밥'을 시작으로 HMR 시장에 진출하더니 10월에는 '더미식 장인라면'으로 라면 시장에도 진출했다. 지난해엔 순밥을 '더미식밥'으로 리뉴얼해 '더미식' 브랜드를 키우게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내 아이에게도 먹일 수 있는 건강한 간편식'을 콘셉트로 무첨가 즉석밥과 프리미엄 라면을 강조하며 기존 간편식 브랜드들과의 차별점을 내세웠다. CJ제일제당 비비고, 동원F&B 양반 등 HMR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브랜드들과 점유율 경쟁을 펼치기보다는 가격대를 높여 아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프리미엄 HMR'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였다.
하림은 이후 유니짜장면, 육개장칼국수 등 더미식 면 시리즈를 늘려나갔다. 지난해 말에는 양지육개장, 갈비탕 등을 선보이며 국·탕·찌개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번에 공개한 멜팅피스 역시 '프리미엄 HMR' 전략의 일환이다.
맛은 괜찮은데, 가격이 문제
이날 맛본 멜팅피스 제품들은 '하림이 준비를 단단히 했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곳저곳에서 맛있다는 호평이 줄을 이었다. 가정과 비슷한 환경에서 맛보기 위해 에어프라이어로만 조리했지만 튀김옷이 딱딱해지지 않고 바삭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튀김옷을 얇게 입혀낸 덕분이다. 동봉된 떡볶이 소스도 집 앞 분식집 떡볶이 국물 맛을 그대로 구현했다.
핫도그 3종도 기존 CJ제일제당, 동원F&B 등이 선보인 냉동 핫도그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 맛이었다. 소시지는 케이싱을 벗겨내 부드럽게 씹혔고 에어프라이어에 구운 빵은 '겉바속촉'이 유지돼 만족스러웠다. 함박스테이크를 돈카츠처럼 빵가루를 입혀 튀겨낸 함박까스는 돼지고기를 굵게 다져넣어 씹는 맛이 좋으면서도 질기거나 느끼하지 않아 추천할 만했다.
제품 하나하나의 크기를 줄이고 포장에 지퍼백을 적용해 원하는 만큼만 꺼내 먹고 보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여러 가지 제품을 동시에 구입해 모듬으로 즐기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에도 가격이 걸림돌이다. 300~500g인 튀김류가 8000~1만2000원대, 90g짜리 함박까스가 7개 들어 있는 630g 함박까스가 1만2000원대로 경쟁 제품들에 비해 가격대가 높다. 소비자에 따라서는 '갓 만든 집 앞 분식집'을 찾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림은 멜팅피스를 소개하며 "길거리 음식은 친근하다는 인식을 바꾸고 시크·힙한 이미지를 입히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시크하고 비싼 분식'을 원하는지는 또 다른 이야기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