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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수요 줄었는데…왜 '에·루·샤'에 쩔쩔맬까

  • 2023.03.27(월) 06:50

백화점 3사, 명품 신장률 한 자릿수로
경기 침체, 엔데믹으로 성장세 꺾여
"VIP 뒷받침…일정 수요 이어질 것"

백화점 업계가 소비 침체 속에서도 명품 매장 유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엔데믹으로 보복 소비 여파가 주춤해졌음에도 명품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력하기 때문이다. 명품 브랜드 입점 여부에 따라 연간 실적이 좌우되는 것은 물론 백화점의 위상도 달라진다. 업계가 불황에도 3대 명품 브랜드라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한풀 꺾인 열기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주요 백화점 3사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5%의 증가율을 보였다. 각각 5.0%, 5.3%, 5.8%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35.0%, 47.8%, 20.8%의 두 자릿수 신장률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수치가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명품 브랜드 업계의 가격 인상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매출이 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지난해 샤넬이 가격 인상을 앞두고 롯데백화점 샤넬매장앞에서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명품 소비가 줄어든 주요 이유는 경기 침체와 엔데믹이다. 고물가 고금리 상황에서 지출을 줄이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보복소비 트렌드로 명품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도 컸다. 여기에 엔데믹으로 해외여행이 다시 시작되면서 명품 소비처가 분산됐고, 명품에 대한 선호도 자체가 떨어진 영향도 있었다. 

그럼에도 백화점은 여전히 명품 매장 유치에 혈안이다. 기세가 한풀 꺾였다고 해도 명품은 백화점 매출 증가의 일등 공신이다.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명품 차지 비중은 보통 20~30%가량이다. 명품은 소비가 양극화되는 불황형 소비에 그나마 경기 침체의 영향을 덜 받는 상품이기도 하다.  VIP로 불리는 '찐' 부자들은 소비 침체 속에서도 명품 소비를 멈추지 않는다.

그래도 '격'이 있지 

명품은 백화점 자체의 위상과도 연관이 깊다. 명품 입점 현황이 곧 그 백화점의 '격'을 결정하는 지표가 된다. 이는 백화점의 VIP 유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백화점들은 명품 매장 확보와 유지에 심혈을 기울인다. 단순 루이비통 매장 하나만 유치해도 여기에 따르는 부수적 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명품 유치를 발판으로 타 브랜드와의 협상력도 올릴 수 있다. 

주요 백화점 1조 이상 백화점 점포수 / 그래픽=비즈워치

물론 가장 중요한 요인은 실적이다. '에루샤' 입점 여부에 따라 연간 실적이 달라진다. 현재 매출 1조원 이상 점포 절반이 에루샤 매장을 갖고 있다. 올해 기준 전국에서 매출 1조원을 넘긴 백화점 점포는 총 11곳이다. 주요 백화점 3사 중 '에루샤'를 모두 유치한 점포는 롯데백화점 잠실점, 신세계백화점 본점·강남점·센텀시티점·대구,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등 6곳이다. 

명품이 곧 그 백화점의 영향력을 나타내는 셈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역기저 영향과 해외여행 등으로 명품 매출 신장률이 지난해 보다 둔화됐다"면서도 "결혼과 외출 등 엔데믹 수요가 나타나며 예물로 찾는 가방류나 시계·주얼리 등 패션 상품 위주로 매출이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명품의 대통령 떴다

최근에는 글로벌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총괄회장은 직접 한국을 찾았다.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해 국내 주요 백화점 등 LVMH 계열 브랜드 매장을 둘러봤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주요 유통사 총수들이 그를 맞았다. 이 역시 명품매장 확대와 연관이 깊다. 

LVMH는 루이비통·디올·펜디·셀린느·티파니앤코 등을 보유한 세계 최대 명품 업체다. 아르노 회장은 순자산 2112억달러(약 275조원)를 보유한 세계 부자 1위로 알려져 있다. '명품계의 대통령'으로 불린다. 그는 이번 방문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와 추가 입점 유치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한국 명품 시장에 대한 전망이 밝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의 명품 시장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의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한국인의 1인당 명품 소비 지출이 325달러(40만원)라고 보도했다. 미국(280달러·약 34만8000원), 중국(55달러·약 6만8000원)보다 높았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 규모가 21조100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8%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보복소비가 해외여행 등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명품 특성상 VIP 고객층의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어 일정 수요는 이어질 것"이라며 "소비력에 따른 수요 감소가 오히려 '에루샤'등 초고가 명품들의 인기를 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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