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쿠팡이츠가 퀵커머스(단거리 배달) 서비스 범위를 대폭 축소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그동안 퀵커머스에서 좀처럼 성장성을 찾지 못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배달의민족(배민), 요기요가 이미 포진한 상황에서 적자 운영이 불가피한 데다, 장기적으로도 정부 규제 등 불확실성이 커 확장보다는 철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퀵커머스 발 빼는 쿠팡
18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이달 초 강남구와 서초구에서 '이츠마트' 서비스를 종료했다. 현재 기존 두 지역 외 운영되던 송파구와 강동구 지역만 서비스 중이다. 이츠마트는 이용자가 주문한 식료품을 즉시 배달하는 '퀵커머스' 서비스다. 배송 시간이 1시간 이내로 짧다. 특히 이츠마트는 최소 주문 금액이 없어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왔다.
쿠팡이츠는 지난 2021년 7월 이츠마트를 도입했다. 송파로 시작해 서초·강남·강동으로 범위를 점차 확장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배달 시장이 커지면서 서비스 확대를 모색했다. 하지만 이후 엔데믹과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며 영역 확대를 자제해 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서비스 축소를 퀵커머스 철수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다만 쿠팡이츠 측은 철수에 대해서 선을 긋고 있다. 배달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업계 상황이 안정되면 다시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쿠팡은 관련 공지를 통해 "고객에게 더 다양한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번 축소 결정을 내렸다"며 "추후 서비스를 다시 확대할 경우 공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사는 '퀵커머스가 미래'
반면 배달의민족(배민) 등 경쟁 사업자는 퀵커머스 서비스를 강화 중이다. 현재 배민은 배달앱을 넘어 종합커머스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직매입 기반인 'B마트'와 판매자 중개몰인 '배민스토어'를 통한 퀵커머스 서비스가 핵심이다. 최근 주류·전자제품까지 상품 구색을 넓히고, 중개와 풀필먼트를 결합한 사업 모델 확장에도 나섰다.
배민은 B마트의 서비스 권역을 대폭 늘리고 있다. 서울 수도권 지역을 넘어 대전, 천안, 청주, 부산, 대구, 울산 등 지방 지역으로 넓어졌다. 2021년 말 30여 개에 불과했던 도심형물류센터(MFC)는 현재 60여 개에 이른다. 이 덕분에 B마트 등을 포함한 상품 매출이 증가세라는 게 배민 측 설명이다. 본업보다 성장세가 빠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2021년 GS리테일에 인수된 배달앱 요기요도 퀵커머스에 힘을 주고 있다. 요마트를 슈퍼마켓 GS더프레시, 편의점 GS25 등과 연계해 1시간 장보기 배송을 확대 중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MFC 삼아 전국 근거리 배달 네트워트 구축이 목표다. 요기요도 지난해 5월 마트 서비스 출시 후 월 매출이 증가하는 등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경쟁사 상황을 보면 쿠팡이츠의 퀵커머스 서비스 축소는 이해하기 힘들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퀵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0년 3500억원에서 2021년 1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2025년에는 5조원대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무엇보다 쿠팡은 라이더 고용, 제품 원가 경쟁력 등 퀵커머스 사업을 확장하기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쿠팡의 말 못할 속사정
업계에서는 쿠팡의 퀵커머스 사업 축소를 두고 여러 해석을 내놓는다. 먼저 낮은 수익성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퀵커머스는 많은 초기 투자가 불가피하다. 주요 도심마다 200~300평 규모의 MFC 확보해야 한다. 배민스토어로 이미 편의점과 협업 중인 배민, GS더프레시를 등에 업은 요기요에 비해 쿠팡이츠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경쟁력을 갖추려면 장기적으로 적자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특히 퀵커머스는 구매단가가 낮다. 휴지와 물 등 마진율이 낮은 생필품이 대다수다. 배민과 요마트도 아직까지 뚜렷한 흑자는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퀵커머스는 쿠팡에게 리스크가 큰 사업이다. 퀵커머스 사업을 더 확대할 경우 소상공인 상권 침해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많은 투자가 필요한 것에 비해 불확실성이 적지 않은 셈이다.
잠시 숨 고르기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쿠팡이츠는 멤버십 와우회원을 대상으로 10% 할인 쿠폰을 제공 중이다. 우선 퀵커머스보다 쿠팡이츠 자체 배달 플랫폼 영향력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여기에 쿠팡은 올해 연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퀵커머스 축소는 '선택과 집중'에 따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커머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서비스 권역이 절반이나 줄었다는 점에서 이번 쿠팡이츠의 퀵커머스 축소는 의미가 커 보인다"며 "늘어나는 경쟁업체와 불확실한 퀵커머스 시장, 흑자 전환 등 복합적인 이유들이 얽혀있는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이것이 철수를 위한 수순인지는 좀 더 지켜볼 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