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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참시]컬리와 CU의 이유있는 '보랏빛 동거'

  • 2024.01.10(수) 17:12

컬리와 CU 연합…'컬리 특화 편의점' 오픈
컬리 PB 110여 종부터 채소·밀키트까지
CU는 '킬러 콘텐츠'·컬리는 '오프라인' 니즈 맞아

참견(參見), 풀이하면 '어떤 자리에 직접 나아가서 보다'입니다. '전진적 참견 시점'은 직접 발로 뛰며 생활 속 유통 현장들을 '참견'하는 르포입니다. 한걸음 더 전진해 생생한 현장과 사람들, 뒷이야기를 취재합니다. 현상 속 숨겨진 '뷰'도 놓치지 않습니다. 한전진 기자의 '전진적 참견 시점', [전참시] 이제 시작합니다. [편집자]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온라인에서만 살 수 있던 컬리 브랜드 상품이 편의점에 꽉 들어차 있다. '컬리표' 콩나물부터 계란, 소시지, 가정간편식까지 없는 것이 없다. 최근 맘카페에서 가성비로 입소문 난 컬리 물티슈 등 생활용품도 있다. 마치 컬리의 인기 상품을 한 곳에 모아놓은 오프라인 '편집숍' 같다. 놀라운 것은 고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컬리와 CU의 협업으로 탄생한 '컬리 편의점'의 모습이다. CU는 지난해 12월 서울 도곡동 'CU 타워팰리스점'을 'CU 컬리 특화 편의점'으로 재개장했다. 국내에서 이커머스가 오프라인 채널과 손잡고 정규 매장을 연 것은 처음이다. CU는 컬리를 통해 온라인 영향력 확장를 노리고 있다. 컬리는 강점인 자체브랜드(PB) 상품의 판매 채널을 오프라인으로 넓히는 것이 목적이다. 

컬리의 '보라'와 CU의 '보라'

지난 9일 오후 7시 CU 타워펠리스점을 찾았다. 입구의 문고리부터 간판까지 컬리와 CU의 시그니처 색상인 '보라색'으로 꾸며진 것이 인상적이었다. 멀리서부터 컬리 특화 편의점인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매장 면적은 총 115.7㎡(약 35평)다. 서울 중심부의 일반 편의점이 보통 10평대인 것을 감안하면 편의점 중에서도 '대형 매장'이다. 

가장 놀라운 점은 매장 내부 구성이었다. 그야말로 '컬리를 위한' 편의점이다. 계산대 전면 ‘1열 매대’가 컬리존으로 꾸려졌다. 약 4미터 길이다. 편의점 업계에서 1열 매대는 목이 좋은 곳으로 통한다. 고객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와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매대 구성 역시 ‘1군’ 급이었다. 지난해 컬리 판매량 1위를 차지한 채소부터 냉동식품, 간편식까지 핫한 상품이 가득했다. '컬리 후기 5만개 돌파 상품' 등 판촉물이 매대에 붙어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이곳에선 컬리 PB 상품 110여 종을 판매한다. Kurly's(컬리스), KF365(컬리프레시365), KS365(컬리세이프365) 등이 대표적이다. 가격은 컬리 앱과 동일하다. 컬리의 새벽새송 서비스인 샛별배송을 통해 물건이 들어온다. 퇴근 시간을 맞아 매장에는 장을 보려는 사람들이 이어졌다. 도곡동은 전통적으로 컬리의 영향력이 큰 지역이다. 한 중년 주부는 컬리 PB 두부와 냉동 밀키트 세 개를 동시에 집어갔다. 

컬리와 CU의 모바일앱 연동 서비스도 눈여겨볼 점이다. CU 타워팰리스점은 컬리 특화 매장인 동시에 '주류 특화 매장'이다. 300여 종의 주류가 있다. 현재 CU는 자체 모바일 앱 '포켓CU'를 운영 중이다. 이 포켓CU의 모바일 주류 예약 구매 서비스인 'CU BAR'가 컬리 앱에 도입됐다. 마찬가지로 컬리 앱에 접속해도 CU BAR를 이용할 수 있다.

편의점과 협업 점찍은 이유 

컬리는 CU를 통해 오프라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컬리의 대표 상품인 PB의 판매처를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겠다는 생각이다. 컬리가 내세우고 있는 '컬리 PB'의 경쟁력은 높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이다. 다만 서울 강남 등 컬리를 자주 쓰는 사람만 쓴다는 것이 한계였다. 컬리에겐 PB상품에 대한 소비자 접근성을 늘리는 숙제였다. 

편의점은 컬리의 이런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 편의점은 소비자 접근성이 뛰어난 곳이다. 도심과 지방 등 전국권으로 매장이 촘촘히 뻗어있다. 이곳에 상품만 입점시켜도 적지잖은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특히 최근 떠오르고 있는 퀵커머스(단거리 배송) 시장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CU 매장을 컬리의 MFC(도심형 물류창고)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CU 입장에서도 손해볼 것은 없다. 컬리 PB는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이는 GS25, 세븐일레븐 등 경쟁사들이 할 수 없는 CU만의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다. 과거 이마트24가 노브랜드 제품을 점포에 배치해 인기를 끌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추후 컬리와의 앱 연동 서비스 확대도 기대되는 점이다. 컬리를 통해 포켓CU의 고객 유입을 노려볼 수 있다. 

BGF리테일과 컬리는 지난해 7월 '온·오프라인 플랫폼 기반 공동 사업 추진'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장보기와 뷰티에 특화된 혁신 오프라인 매장을 개발하고, 공동 상품도 선보이는 것이 골자다. 포켓CU과 컬리 앱의 유기적 결합도 약속했다. 양사는 앞으로 고객 맞춤형 쇼핑 혜택과 신규 서비스 개발에 대해서도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비비고와 경쟁하는 날도 

현재 컬리는 PB 강화를 공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마켓컬리는 지난 2020년 컬리프레시365 브랜드를 론칭했다. 처음에는 콩나물, 애호박 등 필수 신선식품을 엄선해 판매했다. 이후 지난 2021년부터는 비식품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키친타올, 미용티슈 등이 대표적이다. 2022년에는 아예 비식품 브랜드 컬리세이프365를 별도로 론칭했다. 

컬리는 앞으로 여러 제품군으로 PB를 늘려갈 계획이다. 컬리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신뢰도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깐깐한 MD(상품기획) 능력은 컬리의 강점이다. 컬리가 '강남맘 필수앱'에 등극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런 프리미엄 이미지를 상품에 이식시킨 것이 '컬리 PB'다. 성과도 좋다. 지난달 컬리프레시365, 컬리세이프365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 가까이 늘어났다.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일각에서는 컬리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컬리가 궁극적으로 유통업체가 아닌 일반적인 제조업체의 길을 가려는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브랜드와 상품 경쟁력을 부각하는 것은 일반 제조업체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는 컬리가 제품 자체 경쟁력에 대해서도 조금씩 자신감을 가져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앞으로 컬리의 경쟁자는 비비고나 노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컬리와 CU는 앞으로 다양한 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컬리 관계자는 "이번 협업은 온·오프라인 강자가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협업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직 정확한 협업 매장 확대 계획은 없다"면서 "CU 타워팰리스점 시범 운영 후 결과 검토를 거쳐 확대 방안을 다시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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