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상황에서 패션상품을 저렴하게 사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그러자 이를 노린 이커머스 업체들은 잇따라 실속형 패션 전문관을 만들거나 할인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커머스에서의 할인 행사가 잦아지면서 패션업체들은 '저가 브랜드'로 낙인 찍힐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자체몰을 강화하고 있다.
저가 패션시장 공략하는 이커머스들
최근 이커머스에서 저가 패션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티몬은 지난 4분기(10~12월) 1만원 이하 특가상품들을 선보이는 '만원의행복' 전문관 거래액이 전 분기 대비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위메프도 지난해(1~12월) 고객 구매 데이터 분석 결과, 가장 많이 검색된 키워드 1위가 'SPA브랜드'로 나타났다. 해당 SPA 브랜드의 매출은 전년 대비 두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이월상품 매출도 전년 대비 73% 상승했다.
이런 인기 덕에 이커머스 업체들은 '초저가 패션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다. 티몬은 이달 패션상품을 저가에 판매하는 상시 기획관 '59샵'을 신설했다. 의류·잡화류 등 160여 개 상품을 반값에 선보이는 데다, 590원, 5900원 등에 판매하기도 한다. 위메프는 1만원 이하의 특가 패션상품을 선보이는 전문관 '99샵'을 오픈했다.
쿠팡은 최근 의류와 신발 등을 할인하는 캐주얼&스포츠 할인전에 들어갔다. 나이키·휠라·푸마·뉴발란스·반스 등의 브랜드 상품을 취급한다. 스니커즈·운동화·맨투맨·후드티 등 1만5000여 개 상품을 최대 78% 할인 판매한다. 롯데온도 '온앤더패션 위크' 행사를 열고 겨울옷과 패션잡화 상품을 최대 30% 할인 판매에 돌입했다.
패션사들은 '저렴한 브랜드' 낙인 걱정
패션업체들은 이커머스의 할인전은 주로 이월상품 등의 재고를 판매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할인전은 패션 브랜드들과 직접 협업해 이뤄지기도 하지만 홀세일 판매자들을 통해 재고를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 패션 브랜드의 경우 병행수입 업체를 통해 할인 판매를 진행한다. 병행수입은 국내 상표권자나 라이선스 보유자의 허락 없이 제3자가 다른 유통경로를 통해 상품을 수입하는 방식이다.
이커머스의 이같은 저가 프로모션에 패션업체들의 속이 편치만은 않다. 재고 물량 등을 털어낼 수는 있지만 자칫 소비자들에게 '저가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어서다. 이커머스에서 염가에 판매하는 것을 보고 실질적인 가격이라고 여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유명 브랜드별 일부 상품들은 정가에 비해 많게는 80% 이상 할인 판매하고 있다.
그렇다고 패션업체들 입장에서는 이커머스 채널을 간과할 수도 없다. 온라인 패션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의 패션 상품군 거래액은 최근 4년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의복 거래액은 2019년 14조7462억원에서 2022년 19조2974억원으로 성장했다. 3년새 4조원 이상 늘다. 같은 기간 △신발 △스포츠·레저용품 △패션용품·액세서리도 거래액이 꾸준히 증가했다.
자체몰 강화 대응책
상황이 이렇다보니 패션업체들은 자체몰을 강화하고 있다. 휠라는 온라인 홀세일(직매입)을 줄이고, 공식 온라인 스토어를 전면 개편해 자체몰 강화에 나섰다. 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올해 FW(가을·겨울) 시즌부터 프리미엄 라인 '휠라플러스'를 출시하기로 했다.
스파오·뉴발란스 등을 운영하는 이랜드는 이랜드몰을 종합몰에서 패션 중심몰로 전환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11월엔 자체몰 구독형 멤버십을 출시했다. LF도 지난해 12월 LF몰을 개편했다. 개개인의 쇼핑 패턴에 따라 맞춤형 기획전을 노출, 트렌드 매거진·숏폼 등 콘텐츠도 도입했다. 초개인화 쇼핑 환경 구축을 위한 서비스 고도화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패션사의 자체몰이라고 할인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대신 자체몰로 유입된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고객 데이터를 축적해 마케팅, 신상품 개발 등에 활용한다. 아울러 재고관리도 용이해져 수익성으로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할인 판매를 통해 재고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할인행사를 진행해왔지만, 거의 상시 할인처럼 여겨지다보니 브랜드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자사몰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