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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이트'의 독주…'싼 게 비지떡' 편견을 깼다

  • 2024.02.14(수) 11:18

지난해 가정용 맥주 '3위'
'발포주' 카테고리 뛰어넘어
다양한 신제품으로 틈새 공략

그래픽=비즈워치

하이트진로의 발포주 '필라이트'가 주류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은 '홈술' 시장에서 기세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만 24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며 카스, 테라에 이은 맥주 시장 3위 자리를 확고히 했다. 맥아를 많이 쓸 수 없는 발포주라는 한계에도 불구, 기존 맥주 못지 않은 맛을 낸 데다 매년 다양한 한정판 제품을 선보이는 등 다른 발포주와의 차별화에 성공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맥주 '3위'는 맥주가 아니다

지난해 가정용 맥주 시장에서는 두 개의 브랜드 순위가 급상승했다. '노 재팬' 운동에 급감한 매출을 단숨에 정상화한 '아사히'와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맥주 '켈리'다. 아사히는 2022년 386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지난해 1977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품귀 현상까지 벌어졌던 이른바 '왕뚜껑 맥주' 덕분이다.

지난해 4월 출시된 켈리도 출시 첫 해 176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9개월 만에 기존 맥주업계 톱 3 역할을 하던 롯데칠성 '클라우드'의 매출을 뛰어넘었다. 이 두 브랜드보다 매출이 많은 맥주 브랜드는 3개 뿐이다. 오비맥주의 '카스'와 하이트진로의 '테라'. 그리고 필라이트다. 

가정용 맥주 시장 브랜드별 매출 추이/그래픽=비즈워치

필라이트는 지난 2017년 출시 이후 가정용 시장에서 꾸준히 카스와 테라에 이은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3~4개월마다 1억캔씩 팔리는 페이스가 몇 년째 유지되고 있다. 지난달엔 누적 판매량 20억캔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총 2399억원어치가 판매됐다. 필라이트가 일반 국산 맥주보다 40% 이상 저렴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판매량으로는 테라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사실 필라이트는 맥주가 아니다. 국내 주세법에 따르면 맥아 함량이 10%를 넘어야 맥주라고 부를 수 있다. 실제로 국산 맥주들의 맥아 함량은 70% 이상이다. 10% 미만인 필라이트는 카스, 테라가 아닌 '필굿', '레츠'와 함께 묶여 발포주로 분류된다.

하지만 매출 규모가 크다 보니 필라이트를 맥주가 아닌 발포주 카테고리로만 분류하기도 쉽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맥주 맛이 나면 맥주라고 생각하게 된다. 필라이트의 타깃 역시 발포주 소비자가 아닌 맥주 소비자다. 필라이트가 '맥주' 3위 브랜드인 이유다.

변화무쌍

필라이트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다. 출시 당시부터 '12캔 1만원' 마케팅을 펼치며 4캔 1만원의 수입맥주와 8캔 1만원대의 기존 국산 맥주보다 압도적인 가성비를 자랑했다. 다만 가격 경쟁력은 '스타트 라인'일 뿐이다. 오비맥주의 필굿, 신세계L&B의 레츠 역시 똑같은 가격을 들고 나왔지만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 필라이트처럼 시장의 반응에 기민하게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필라이트 역대 제품 라인업/사진제공=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는 필라이트 출시 이듬해 아로마 호프의 향이 과하다는 의견에 맞춰 향과 잔미를 최소화하고 깔끔한 목넘김을 강조한 '필라이트 후레쉬(파란캔)'를 내놨다. 맥주의 풍미를 즐기기보다는 음료수처럼 가볍게 마시고 싶은 가정 시장에 맞춘 변화였다. 현재 필라이트 매출의 절반 이상이 '필라이트 후레쉬'에서 나온다. 

이후에도 필라이트의 도전은 계속됐다. 2019년엔 밀맥주를 발포주로 구현한 '필라이트 바이젠'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20년부터는 레몬, 자몽, 체리맛의 '필라이트 라들러'를 선보였다. 지난해엔 통풍 환자를 위한 맥주 '필라이트 퓨린컷'과 칼로리를 낮춘 '필라이트 로우칼로리'를 내놨다. 가격이 저렴한 발포주 라인이기에 가능했던 라인업이다.

발포주 독점 이어질까

업계에서는 당분간 필라이트의 독주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장 큰 경쟁자인 오비맥주의 필굿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레츠에 이어 '킹덤 오브 더 딜라이트'를 선보인 신세계L&B는 맥주보다 와인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필라이트가 몇 년에 걸쳐 탄탄한 지지층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도 필라이트의 독주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지난해 국내 맥주 시장은 아사히의 약진, 대형 신제품 켈리의 출시, 칭따오의 '오줌맥주' 논란 등으로 매출이 요동쳤다. 

필라이트 누적 판매량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실제로 시장 1위 카스의 매출은 전년 대비 600억원 줄었다. 테라는 1000억원 넘게 감소했다. 클라우드 역시 500억원 이상 매출이 줄었다. 반면 필라이트의 매출은 전년 대비 5억원 증가한 2399억원으로 3년 연속 2300억원대를 유지했다. 필라이트를 마시는 사람들은 다른 맥주의 이슈에 휘둘리지 않고 필라이트만 마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필라이트가 발포주 시장을 선점하면서 '가성비 좋은 맥주'라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굳히는 데 성공했다"며 "이제는 다른 발포주와의 경쟁이 아닌 기존 인기 맥주들과 경쟁하는 브랜드로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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