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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3남' 김동선, '푸드테크'로 자기 색깔 낸다

  • 2024.03.07(목) 07:20

2월 한화푸드테크 출범
미국 피자 브랜드 인수
유통·로봇 시너지 본격화

'한화 3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새 먹거리로 '푸드테크'를 낙점하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외식 부문 자회사의 사명을 '한화푸드테크'로 바꾼 데 이어 미국 로봇 피자 회사까지 인수했다. 성장이 정체된 유통 부문을 기술과 접목,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봇이 구워 배달하는 피자

한화푸드테크는 지난 달 29일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Stellar Pizza)'를 운영하는 서브 오토메이션(Serve Automation)과의 자산 양수도 계약을 마무리했다. 이번 계약은 김동선 부사장이 직접 미국을 오가면서 성사시켰다. 김 부사장은 한화푸드테크의 모회사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전략부문장을 맡고 있다.

서브 오토메이션은 지난 2019년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했다. 벤슨 차이(Benson Tsai) CEO와 개발진은 3년 여간의 연구 끝에 피자 조리 전 과정을 로봇이 책임지는 시스템을 완성했다.

한화푸드테크가 인수한 미국 스텔라피자의 조리 과정. / 사진=한화푸드테크

스텔라피자는 주문이 이뤄지면 로봇이 탑재된 트럭에서 피자를 만들면서 고객에게 배달한다. 12인치 피자를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은 5분 가량이다. 여러 건의 주문도 처리할 수 있다. 로봇이 하지 못하는 트럭 운전, 피자 전달 등의 업무만 사람이 맡는다.

인건비와 부동산 비용을 절약해 가격을 낮게 유지할 수 있는 사업모델로 현지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스텔라피자의 가격은 한 판당 약 8~9달러다. 주요 피자 브랜드의 60% 수준이다. 로봇이 피자를 만들기 때문에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한화푸드테크는 벤슨 차이 CEO 등 경영진과 핵심 기술진 일부를 고용 승계해 스텔라피자의 기술 고도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그 후 재정비를 마치고 미국과 국내에 스텔라피자를 선보일 계획이다.

구체화 하는 김동선표 푸드테크

한화푸드테크는 지난 달 스텔라피자를 인수를 앞두고 사명을 변경했다. 원래 이름은 '더테이스터블'로, 2021년 7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식음(F&B)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63레스토랑, 도원스타일 등의 외식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자신이 주력 신사업으로 낙점한 '푸드테크'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사명을 변경했다. 푸드테크는 식품산업 전반에 인공지능(AI), 로봇 등의 신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한화로보틱스에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지분 투자한 것도 김 부사장이 푸드테크 사업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그간 업계에서는 김 부사장이 내세우는 유통업·로봇의 시너지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왔다. 그러나 이번에 한화푸드테크가 스텔라피자를 품으면서 김 부사장이 구상하는 푸드테크 사업이 본격적으로 가시화 할 전망이다.

우선 현재는 오프라인 매장만 운영 중인 한화푸드테크가 스텔라피자의 로봇 푸드트럭을 식음 브랜드에 접목할 가능성이 크다. 한화푸드테크는 현재 로봇이 운영하는 파스타 레스토랑도 준비 중이다.

식음 신사업 직접 챙겨

김 부사장은 일찌감치 그룹의 유통사업에 발을 들여놨다. 2015년 김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의 면세사업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해 유통업에 대해 두루 배울 기회를 가졌다. 당시 한화건설 과장이었지만 경영수업 차원에서 면세TF에 참여해 명품 브랜드에 한화면세점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이후 독일로 건너가 약 2년간 개인사업을 하며 라운지바 등 식당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현재도 김 부사장은 서울에 개인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한화갤러리아의 자회사를 통해 '미국 3대 버거'인 파이브가이즈를 들여온 것도 김 부사장이다. 김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의 전략본부장도 맡고 있다. 브랜드 유치부터 1호점 오픈 준비 과정까지 김 부사장이 직접 챙겼다. 파이브가이즈의 창업주를 여러 차례 만나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브가이즈는 한화갤러리아의 첫 외식사업으로, 백화점 외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받는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로보틱스 부사장이 2024 CES에 참석해 푸드테크 부스를 돌아보고 있다. / 사진=한화푸드테크

김 부사장은 해외를 돌며 신기술과 시장을 파악하는 데도 시간을 쏟고 있다. 김 부사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 참여해 국내외 푸드테크 부스를 하나하나 들러 시장을 살폈다. 지난해에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친환경 대체식품, 유기농 건강식품 등의 글로벌업체 경영진들과 만났다.

김 부사장이 이처럼 광폭 행보를 보이는 것은 승계와도 연관이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세 아들의 승계를 준비하면서 김 부사장에게 유통·호텔을 맡도록 했다. 한화의 유통사업은 상대적으로 그룹 내 비중이 작고 최근 성장이 둔화해있다. 김 부사장이 이 분야에서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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