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늘고 손실 줄고
최근 들어 참 많은 기업들이 반려동물 사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청정원'과 '종가'로 유명한 대상은 '대상펫라이프'라는 회사를 세워 반려견 영양제를 만들고 있고요. 하림도 몇 년 전부터 '하림펫푸드'를 통해 프리미엄 사료와 간식 시장을 개척 중입니다.
유통사들 역시 반려동물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는 듯합니다. 이마트는 애견인으로 유명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반려견의 이름을 딴 '몰리스 펫샵'을 운영하고 있죠. GS리테일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고 있던 '어바웃펫'과 '펫프렌즈'에 나란히 투자하며 미래를 가늠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도 펫프렌즈는 꾸준한 성장으로 업계의 관심을 한 눈에 받고 있는 '펫커머스' 1위 브랜드입니다. 2021년 GS리테일과 IMM PE가 인수하며 주목 받았죠. 2022년엔 펫커머스 중 처음으로 거래액 1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12일 발표한 2023년 실적도 우수합니다. 펫프렌즈 측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9.3% 늘어난 1030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적자폭을 줄이며 턴어라운드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매출은 늘고 영업손실은 줄였으니, 이제 '흑자 전환'만 남았습니다.
손실 줄지 않았다?
하지만 펫프렌즈의 실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매출은 지난해 전체와 올해 전체를 비교했는데, 영업손실은 4분기끼리 비교한 겁니다. 펫프렌즈 측은 '전년도 4분기에 주요 수익성 지표가 큰 폭으로 개선됐다. 영업손실 규모가 30억3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45억9000만원에 비해 33%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영업손실을 대폭 줄인 건 훌륭하지만 볼륨이 커야 좋은 매출은 연간 실적을 공개하고, 영업손실은 4분기 수치만 공개했다는 건 좀 이상하죠. 펫프렌즈에 확인해 본 결과, 지난해 펫프렌즈의 연간 영업손실은 153억원이었습니다. 전년 대비 0.6%, 불과 1억원 개선된 수치입니다.
매출이 약 166억원, 19% 늘어났으니 영업손실이 전년 수준을 유지한 게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실적 개선의 지표로 쓰기는 좀 어색했겠죠. 그래서 비교적 뚜렷하게 지표가 개선된 4분기 영업손실만을 오픈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당기순손실의 경우 지난해에도 지표가 악화했습니다. 펫프렌즈는 지난해 총 177억원의 순손실을 냈습니다. 2022년에는 분기별로 33억~45억원의 순손실을 내 연간 순손실액 15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손실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순손실은 전년 대비 25억원 늘어났습니다.
펫프렌즈 측은 올해 초 발행한 209억원 규모 전환사채(CB)의 이자 비용 때문에 당기순손실이 늘었다고 밝혔는데요. 이자비용 약 20억원을 제하면 손실 규모는 전년과 비슷합니다.
물론 올해에도 호실적을 내면 이런 지적이 무의미해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 펫프렌즈 측도 "수익과 성장을 모두 잡는 실질적 오르막길에 들어섰다. 추후 수익성 지표로는 영업이익의 지속적인 개선에 주목하면 된다"며 수익성 개선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실적 개선 강조한 이유
펫프렌즈가 이렇게까지 영업이익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이유는 뭘까요. 업계에선 '매각 이슈'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목합니다. 펫프렌즈는 현재 IMM PE가 지분 65.8%를 보유하고 있고 GS리테일이 30%를 보유 중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IMM PE는 펫프렌즈 매각을 위해 주관사를 선정하는 작업에 나섰습니다. GS리테일은 해당 지분의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매수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GS리테일의 경우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어바웃펫을 자회사로 갖고 있습니다. GS그룹 오너 4세인 허치홍 상무도 어바웃펫의 이사회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펫프렌즈 인수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요즘같은 불황에 새 주인을 찾으려면 '우량함'을 인정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익이 꾸준히 나고 있다면 더할나위 없지만, 적자 중이더라도 개선이 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야 하죠. 펫프렌즈가 굳이 '4분기 실적'을 강조한 이유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