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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인데도 '흔들'…롯데면세점, '새 판' 짠다

  • 2024.06.06(목) 13:00

면세시장 위축에 3개 분기 연속 적자
'선택과 집중' 위한 선제적 구조조정

면세업계 1위 롯데면세점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며 구조조정을 시작한다.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한편 운영 효율화를 위한 영업점 축소 등도 검토 중이다. 국내 면세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사업 전략을 재편해 '버티기'에 돌입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비상경영체제 돌입

롯데면세점은 이달 조직 개편과 고정비 절감 등을 포함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앞서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는 지난달 24일 가진 월드타워점 직원 간담회에서 비상경영체제를 언급했다. 김 대표는 "고환율에 고물가까지 겹쳐 우리에게 직접적인 어려움이 왔다"며 "어려움을 버티는 기간 동안 사업전략을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희망퇴직을 포함한 단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12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한지 약 18개월여 만이다.

또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한편 송객수수료도 조정키로 했다. 롯데면세점을 포함한 면세업체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송객수수료를 내리면서 수익성 개선을 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오프라인 영업점의 면적을 축소해 비용 절감도 꾀할 계획이다. 매출액 감소를 어느 정도 감수하더라도 수익성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장기적으로는 국내외 저효율 사업장을 정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이미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에서 완전 철수하며 사업장 정리를 시작했다. 인천공항은 한국에 들어오는 관문으로서의 상징성은 크지만 임대료가 높아 면세업체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반면 매출은 크지 않은 편이다. 당시 롯데면세점의 매출 중 인천공항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했다.

일각에서는 인천공항에 이어 부산의 시내면세점, 제주 시내면세점 등의 철수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대신 롯데면세점은 국내에서 서울 시내면세점과 온라인 면세점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재편할 예정이다.

다만 면세사업은 정부로부터 특허를 받아야 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특허권을 반납하는 과정에서의 진통을 감수해야 한다. 영업장을 정리할 경우 고용 문제, 특허권 중도 반납 시 다른 입찰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 등도 고려해야 한다.

지갑 닫은 외국인

롯데면세점이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은 면세시장 회복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다. 이전 같은 호황이 다시 찾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다, 최근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들어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오고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도 크게 회복했지만 면세시장 회복세는 여전히 더디다. 면세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어서다.

롯데면세점 시드니 시내점. / 사진=롯데면세점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외국인 방문객 수는 279만979명으로 전년 대비 130.8%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 매출은 3조919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외국인의 객단가가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외국인 1인당 매출액은 지난해 1~4월 288만원이었으나 올해는 140만원으로 줄었다. 이 탓에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에 따라 롯데면세점은 오세아니아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은 2018년 호주와 뉴질랜드의 5개 면세점을 인수하고 2019년 오세아니아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에는 멜버른공항점 사업권을 획득한 데 이어 브리즈번공항 면세점의 사업권을 연장하는 데도 성공했다. 10년간 멜버른공항에서 약 3000억원, 브리즈번공항에서 약 2조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업계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선제적으로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위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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